한국판 뉴딜은 코로나19가 초래한 경제위기 극복 방안이자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국가발전전략이다. 디지털 산업과 친환경(그린) 분야 투자 확대를 통한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맞춘 한국판 뉴딜 추진의 기본방향은 민간 참여다. 민간 참여는 한국판 뉴딜펀드 조성을 통해 추진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뉴딜펀드는 한국판 뉴딜 추진에 들어갈 재원을 공공과 민간이 함께 마련하고 성과도 공유하기 위한 구상이다. 정부는 이를 ‘국민참여형 뉴딜펀드’라고 이름 붙였다. 국민참여형 뉴딜펀드는 정책형 뉴딜펀드, 뉴딜 인프라펀드, 민간 뉴딜펀드 등 세 가지 기둥으로 추진된다.
그중 가장 먼저 선보이는 정책형 뉴딜펀드의 조성과 운용 구조는 벤처금융과 유사하다. 정부의 재정 투자와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의 출자로 먼저 7조 원을 투입해 모태펀드를 세우고, 은행과 기관투자자에 개인투자자까지 참여하는 민간 연결 자금 13조 원을 보태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총 20조 원 규모의 다양한 자펀드를 결성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산업은행과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을 통해 정책형 뉴딜펀드 운용사 선정을 위한 제안서 접수를 1월 26일 끝냈다. 앞서 뉴딜펀드에 대한 민간사업자와 투자자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투자 설명회도 열었다. 정부 및 관계기관 합동으로 열린 투자 설명회는 기업, 은행, 보험, 연기금, 자산운용사 등 투자자를 대상으로 순차적으로 열렸다. 투자 설명회는 뉴딜 관련 분야별 주요 정책 방향, 정책형 뉴딜펀드의 개요와 투자 지침, 관련 분야의 시장 동향과 전망 등에 대한 설명으로 진행됐다. 이어 2월에 심사와 선정 절차를 마무리했고 3월부터 운용사별로 투자사업 구상과 민간자금 유치 목표를 달성하면서 순차적으로 펀드 결성과 투자가 본격화하고 있다.
개인투자자 최대 21.5%까지 손실 보전
그리고 마침내 개인이 정책형 뉴딜펀드에 가입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정부는 3월 29일부터 4월 17일까지 국민이 뉴딜 분야의 투자 성과를 공유할 수 있도록 사모재간접 공모펀드 방식으로 정책형 뉴딜펀드를 은행과 증권사 등을 통해 판매한다. 사모재간접 공모펀드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펀드 자금을 공개 모집(공모)해 투자금을 모은 뒤 전체 투자의 50% 이상을 뉴딜 관련 사모펀드에 재투자하는 펀드를 뜻한다. 디지털, 신재생에너지 등의 분야에서 상장을 앞두고 있거나 상장된 지 오래되지 않은 기업의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투자한다.
이번에 판매되는 정책형 뉴딜펀드의 총 목표 금액은 정부 재정 600억 원, 공모펀드 1370억 원, 하위펀드 운용사 최소 30억 원 등을 포함해 총 2000억 원이다. 디에스, 밸류시스템, 신한, 씨스퀘어, 오라이언, 지브이에이, 타임폴리오(펀드 2개), 파인밸류, 포커스 등 9개 운용사가 10개의 사모펀드(자펀드)를 운용하고 골든브릿지운용, 신한운용, IBK운용, KB운용, 한화운용이 이들을 골라 담아 재간접 투자하는 형태로 공모펀드(자펀드)를 운용한다.
공모펀드를 통한 일반 개인투자자의 선순위 투자 요건으로 손실이 일부 방어된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정부 재정 20%와 사모펀드 운용사 최소 1.5% 등 후순위 투자 비중이 21.5%에 달한다. 투자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정책자금이 든든한 완충 기능을 하는 출자 구조로 설계한 것이다. 이를 통해 정부가 당초 밝힌 개인투자자의 원금 보장 효과를 얻게 된다. 여기에 선순위 출자금에 대해 20%까지 수익을 우선 배정받는다. 즉 일반 개인투자자는 최대 21.5%까지 모펀드의 손실을 보전받을 수 있고 수익이 났을 때는 상대적으로 더 나은 수익률을 챙길 수 있다는 의미다.
47개 뉴딜 분야 197개 품목이 투자 대상
정책형 뉴딜펀드는 정부가 국민도 뉴딜펀드에 투자해 한국판 뉴딜의 안착에 힘을 보태고 수익도 공유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기획했다. 이번에 사모재간접 공모펀드 방식으로 선보이는 정책형 뉴딜펀드의 중점 투자 대상은 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D.N.A.: Data·Network·AI), 자율주행·친환경 운송 수단, 디지털·비대면 서비스, 사회기반시설·물류의 디지털화, 스마트 제조·농업, 기타 친환경·녹색산업 등 6대 핵심 뉴딜산업이다.
정부는 앞서 2020년 말 정책형 뉴딜펀드의 투자 대상 선별과 자산운용에 활용하기 위한 ‘투자 지침’을 마련했다. 이는 혁신성장 분야에 대한 정책금융기관의 지원 안내서인 ‘혁신성장 공동기준’을 토대로 관계 부처와 전문가 의견 수렴을 거쳐 압축한 것이다. 지침에서는 총 47개 분야의 197개 품목이 투자 대상 예시로 제시됐다.
디지털 뉴딜에서는 지능형 서비스 로봇, 드론, 고부가가치 식품, 암 검진, 스마트 알약, 차량 간 통신(V2X), 블록체인(데이터 위변조 방지 기술), 확장현실(XR), 게임 엔진, 온라인게임, 영화 콘텐츠, 에듀테크, 금융 소프트웨어 등이 포함됐다. 그린 뉴딜에서는 태양전지, 수소에너지, 연료전지, 스마트카, 지능형 4차원(4D) 스캐닝, 유전자 화장품, 개량신약, 스마트홈(집 안의 가전기기가 네트워크로 연결돼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집), 비접촉 모니터링 등이 투자 대상 예시 품목이다.
정부는 정책형 뉴딜펀드가 투자 지침 품목에 해당하는 경우는 물론 전후방 산업에도 투자하도록 폭넓게 투자 범위를 인정할 방침이다. 또 뉴딜 분야와 품목을 활용한 프로젝트 또는 사업을 추진하는 기업, 뉴딜 분야 핵심기술 관련 프로젝트나 사업을 추진하는 기업에 투자도 가능하다.
정책형 뉴딜펀드의 좀 더 구체적인 투자 대상 선정은 민관 합동의 ‘혁신성장 정책금융협의회’가 산업계와 금융투자업계, 전문가 등 현장의 의견을 수렴해 확정한다.
박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