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9일 경기도 고양시 명지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코로나19 예방접종을 받고 있다.│한겨레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을 맞아 유례없는 속도로 개발된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이 2020년 말~2021년 초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에서 시작됐다. 국내에서도 2월 26일부터 코로나19 예방접종이 시작됐으며, 3월 4일 자정까지 15만 4421명이 접종받았다.
질병관리청은 총 7900만 명분의 백신을 확보한 상황으로 ▲바이러스 벡터 백신 2종(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 얀센 코로나19 백신)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 2종(화이자 코로나19 백신, 모더나 코로나19 백신) ▲재조합 백신 1종(노바백스 코로나19 백신)에 대해 구매계약을 했다.
그리고 이는 각각 국제백신공급기구(COVAX)를 통해 1000만 명분, 아스트라제네카 1000만 명분, 화이자 1300만 명분, 얀센 600만 명분, 모더나 2000만 명분, 노바백스 2000만 명분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18세 이상 모든 국민이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상이나 백신 도입 및 공급, 접종 상황(접종률), 백신별 임상결과 등을 고려해 우선접종 권장 대상부터 접종하기로 계획했다. 이에 따라 1분기인 3월 말까지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는 기관 종사자와 65세 미만 요양병원 및 요양시설 입원(입소)자, 종사자를 대상으로 접종을 시행한다.
그리고 이후 중증환자의 이용이 많은 의료기관(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등)의 보건 의료인과 코로나19 1차 대응요원(119 구급대, 검역관, 역학조사관 등)으로 대상을 확대할 예정이다. 질병관리청은 18~48세의 건강한 성인의 경우 7월에서 9월인 3분기쯤 접종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임상적 유효성이 확인된 코로나19 백신
국내 도입이 예상되는 전체 백신 중 화이자의 mRNA 백신(BNT162b2)과 아스트라제네카의 아데노바이러스벡터(전달체) 백신(ChAdOx1-S) 접종이 시작됐다.
6개 국가(미국, 아르헨티나, 브라질, 남아프리카, 독일, 터키)에서 16세 이상의 건강한 성인 및 안정적 상태의 만성질환을 가진 4만 3448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한 화이자의 mRNA 백신의 3분의 2 임상시험에서 백신 2회 접종 후 유증상 감염에 있어 95%의 예방 효과를 보고했는데, 중대한 이상반응은 관찰되지 않았다.
또한 아스트라제네카의 바이러스벡터 백신의 3상 임상연구 중간 결과를 보면 예방 접종군에서 평균 70%의 유증상 감염의 예방 효과를 보였다.
한편 각 백신의 임상연구에서 백신별 예방 효능이 수치상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되고 있으나, 이는 백신을 직접 비교한 연구가 아니고 백신의 특성뿐 아니라 임상연구 디자인과 임상연구 수행 당시 역학 상황에 따른 차이가 반영된 것이어서 이 수치를 단순히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20년 초에 코로나19 백신의 유효성 기준을 최소 50%, 적정 효능 70% 정도로 제시했는데 모두 이 기준을 충족시킨다.
현재 상용되는 독감 백신의 경우 40~60% 수준의 효과로 접종을 시행하는 상황을 감안한다면 현재 승인된 코로나19 백신의 효능은 우수한 결과로 평가된다. 다만 최근에 코로나19 바이러스에서 유전자 변이가 보고되면서 백신 효과의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다행히 영국 변이주(B.1.1.7)에서는 백신 효과가 유지됐으나 남아프리카공화국 변이주(B.1.351)에 대해서는 백신의 감염 예방 효능이 일부 감소한다고 보고돼 국내 유입을 차단하기 위한 노력과 변이주 발생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고령층에서도 우수한 예방 효과… 재평가 필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경우 임상연구 결과 유효성이 입증됐기에 유럽의약품청(EMA)이 임상 대상자인 18세 이상 모든 성인에게 백신 사용을 승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 대상자 대다수(87.8%)의 연령이 18~55세로, 적은 수가 포함된 만 65세 이상 고령층만 평가했을 때 유의한 백신 효능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웨덴, 폴란드에서는 65세 이상 고령자 등에게 접종을 권고하지 않는 조건부 승인을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2월 10일 현재 미국에서 진행 중인 3상 임상시험 결과 등을 제출하는 조건으로 65세 이상 고령자를 포함한 만 18세 이상 성인에게 접종을 허가했으나 65세 이상 고령자의 접종 여부는 신중하게 결정하도록 했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은 안전상 자료 부족 때문에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식약처에서도 임상연구에서 안전성이 확인되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있다.
2020년 12월 8일부터 2021년 2월 15일까지 스코틀랜드에서 코로나19 백신을 1회 접종한 114만 명을 분석해 영국 <란셋>에 예비출판으로 출간한 논문에서 예방 접종군과 비접종군 간 코로나19로 인한 입원율을 분석한 결과 1회 접종 후 28~34일 뒤 화이자 백신은 85%(76~91%),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94%(73~99%)의 입원 예방 효과를 보였다.
예방 접종군 전체를 연령별로 분석한 경우 18~64세 군에서 85%(68~93%), 65~79세 군에서 79% (17~95%), 80세 이상에서 81%(65~90%)의 코로나19 관련 입원 예방 효과를 보여 고령층에서도 우수한 예방 효과를 보였다.
이후 독일과 프랑스를 포함한 유럽 여러 국가에서 65세 이상 연령층에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투여를 권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재평가를 거쳐 3월 중에 65세 이상도 접종하기로 했다.
▶3월 5일 제주시의 한 보건소에서 코로나19 백신 이송 담당자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옮기고 있다.│질병관리청
이상반응은 다른 백신 발생 수준과 비슷
2020년 코로나19가 발생한 이래 바이러스를 밝혀내고 1년 만에 백신을 개발했으며 접종을 시행했다. 유례없이 짧은 기간에 개발된 백신이기에 안전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이러한 개발 기간 단축은 연구기간과 규제 절차의 신속한 진행으로 가능했던 것이지, 과학적인 안전성 평가 절차를 건너뛴 것은 아니다.
물론 모든 인구를 대상으로 접종했을 때 임상연구에서 발견되지 않은 매우 드문 이상반응이나 장기간 관찰할 때만 나타나는 이상반응에 대해 주의 깊은 추적이 필요하다. 하지만 미국 <블룸버그통신> 통계에 따르면 2021년 3월 10일까지 전 세계 108개 국가에서 3억 명 이상이 접종받았는데 지금까지 보고된 이상반응은 기존 사용해온 다른 백신에서 발생하는 수준과 유사해 우려할 만한 안전성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다.
코로나19는 초기 경증기에 바이러스 배출량이 많고 무증상 감염이 존재하는 특성으로 소멸하기는 어려울 것이고 계속 존재할 것으로 예측하는데, 유행의 규모가 감소하기 위해서는 감염이나 예방 접종을 통해 면역을 획득한 인구가 많아져야 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백신이 코로나19 감염으로부터 신체를 보호하고 나아가 대유행을 끝내기 위한 가장 중요한 도구라고 밝혔으며, 세계보건기구는 코로나19 확산을 중단시키려면 전체 인구의 65~70%가 면역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감염자가 많이 발생하면 결국 변이주가 발생할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감염을 줄이기 위해선 예방접종률을 신속히 올릴 필요가 있어 국민의 적극적인 참여가 중요하다. 국민이 신뢰를 가지고 접종에 참여하는 것이 하루속히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방법이다.
안전성 확인… 국민의 접종 참여가 중요
백신 공급의 제한으로 기대하는 접종률에 이르기까지
순차적으로 접종을 진행할 것이고, 변이주가 코로나19 감염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할 수 없기에 당분간은 예방 접종 후에도 마스크 등 개인 보호구 착용 및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속해야 한다.
코로나19는 2020년 한 해 인류에게 큰 아픔과 고통을 안겨줬다. 많은 사람의 희생과 노력으로 매일 사투를 벌이고 있으나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 등으로 백신 이후에도 코로나 시대를 종식시킬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어쩌면 인플루엔자처럼 코로나19도 계절성 감염병이 돼 매년 예방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천연두로 고통받았던 18세기, 에드워드 제너의 최초 백신으로 이를 극복한 인류는 지금까지 수많은 바이러스와 지루하고 힘겨운 싸움에 절대 굴복하지 않고 끊임없이 극복해왔다. 인류 과학의 산물인 코로나19 백신으로 대유행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헤쳐나갈 수 있기를 기원한다.
자료: 정책브리핑
백경란 성균관대 감염내과 교수
김선빈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