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벤처기업’이 출현한 지 30여 년이 흘렀다. 1995년 벤처기업협회가 설립됐고 1996년 코스닥시장 개설과 1997년 벤처기업특별법이 제정되면서 벤처산업 육성을 위한 인프라와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특히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당시 벤처기업은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주목받았고 이후 벤처기업은 국가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했다.
글로벌 닷컴버블(2000년대 초 인터넷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정보기술(IT) 기업이면 무조건 주가가 올랐던 현상)의 붕괴와 벤처정책의 보수화로 한동안 벤처업계가 빙하기를 겪기도 했지만 이후 모바일 산업의 성장과 기술창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 확산, 역대 정부의 벤처기업 육성정책에 힘입어 ‘제2 벤처붐’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벤처기업은 코로나19로 인한 전대미문의 위기상황 속에서도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며 대한민국 경제에 희망을 제시했다. 고용시장이 얼어붙은 2020년 벤처기업들이 만들어낸 일자리는 오히려 전년 대비 7.9%(5만 3000여 명) 증가했으며, 3만 9000여 벤처기업들의 총매출액(193조 원)은 삼성(254조 원)에 이어 재계 2위 수준을 기록했다. 벤처기업들이 위기 속에서도 도전과 성장을 지속하며 국가경제 회복과 일자리 창출의 돌파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벤처의 성장과 제2 벤처붐 도래
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초기창업기업(스타트업)을 뜻하는 국내 ‘유니콘기업’ 수도 현재 총 13개로 세계 6위권이며 매출 1000억 원 이상을 달성한 ‘천억벤처기업’도 617개(2019년 기준)를 돌파하며 국가경제의 허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혁신적인 창업가의 성장을 지원하는 국내 벤처투자 규모도 2020년에는 4조 3000억 원을 기록하며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이처럼 정부의 다양한 지원정책과 벤처투자 증가에 힘입어 국내 벤처기업이 양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나 선순환 벤처 생태계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신산업 분야의 규제 환경 개선과 우수 인재 유입, 벤처기업의 세계화와 폭발적 성장(스케일업), 민간자본의 벤처투자 유입과 회수시장 활성화 등 풀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코로나19는 우리 사회와 산업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비대면(언택트)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하며 온라인쇼핑, 재택근무, 온라인교육, 원격의료, 무인매장 등 비접촉·무인화 추세가 앞으로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사실 그동안 증강현실(AR) 기술과 5세대 이동통신(5G) 시대 도래로 다양한 분야에서 온라인과 비대면 서비스의 성장 가능성은 예견됐으나 코로나19는 결정적으로 이러한 신산업의 실현을 앞당기는 계기가 됐다.
때마침 디지털 뉴딜을 중심으로 하는 한국판 뉴딜이 추진되고 있고 대량자료(빅데이터) 활용을 위한 ‘데이터3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외환위기를 극복한 주역이 첨단제조와 인터넷 분야의 벤처기업이었다면 이번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를 극복할 대안으로는 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산업과 비대면 분야가 주목받고 있다.
비대면 서비스 분야의 벤처기업들은 디지털 전환의 핵심기술이라 할 수 있는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 AR, 로봇공학(로보틱스) 등을 주요 기술로 활용하며, 온라인 플랫폼과 결합해 기존에 오프라인에서 아날로그 방식으로 행해지던 다양한 경제활동을 온라인과 모바일에서 디지털 방식으로 제공하고 있다.
비대면 벤처창업 육성해 디지털 경제 대비를
예전에는 이러한 서비스들이 1인 가구나 20~30대 등 제한된 고객층이나 유통업 등 특정산업에 한정돼 있었으나 코로나19를 계기로 모든 연령대와 전 산업군에 걸쳐 영역을 넓히고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며, 편의성과 삶의 질에 대한 근본적인 인간 욕구와 합쳐져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돼도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판 뉴딜의 성공 여부도 이러한 비대면 분야의 혁신 벤처·스타트업의 창업과 성장이 얼마나 활발히 이뤄지느냐에 달려 있다. 그러나 비대면 산업을 포함한 신산업 분야의 벤처·스타트업은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온 국민이 보여준 일치된 노력처럼 사회 전반의 전향적인 혁신과 규제개혁 없이는 성장할 수 없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데이터산업 활성화는 개인정보보호 이슈와 배치되며 스마트 의료 분야는 직능별 이익단체와 마찰을 겪고 있다. 모빌리티 분야의 온·오프라인 연계(O2O)서비스 기업들은 전통산업과 갈등으로 서비스를 중단했고 플랫폼 산업은 독과점 논란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해 전통적인 오프라인 서비스의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는 혁신벤처·스타트업 육성은 거스를 수 없는 추세다. 우리 정부와 국회도 전통산업과 신산업 간 이해 상충을 조정하는 단계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국가경제의 미래 성장동력을 찾고 변화된 글로벌 경쟁환경에 대비하는 적극적인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
자료: 정책브리핑
강삼권 벤처기업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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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