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창업 공간부터 멘토링까지 모두 무료! 청년 창업 꿈을 응원합니다

2021.02.08 최신호 보기


‘창업지원형 기숙사’를 가다
창업을 꿈꾸는 대학생 송 아무개 씨는 얼마 전 자취방에서 짐을 뺐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 창업을 구체화한 지 7개월째. 지난 몇 달간 자취방에서 편히 잔 날은 손에 꼽을 정도다. 친구들과 회의하다 동아리실 소파에서 쪽잠을 자고, 편의점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기 일쑤였다. 방세가 아까웠다. 그 돈 아껴 사무실을 구하거나 창업 컨설팅 등 전문가의 조언을 듣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사실 그의 고민은 대다수 대학생 창업 준비생들의 고민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이들을 위해 주거 및 창업 공간을 무료로 지원하는 곳이 있다. 어떤 곳일까? <공감>이 찾아가봤다.

▶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공간으로 손꼽는 5층 공동주방

장충단로 역세권에 위치한 청년 창업 요람
1월 19일. 서울 지하철 3호선 동대입구역에서 도보 7분 거리 주택가. 서울시 중구 장충단로 6길 낮은 건물 사이로 지하 2층~지상 5층짜리 건물이 눈에 띈다. 한국장학재단 창업지원형 기숙사 서울센터(이하 서울센터)다. 이곳은 대학생들이 거주하는 보금자리이자 이들의 창업 활동이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게 도와주는 공간이다.
창업을 꿈꾸는 대학생들이 시·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창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양질의 주거 및 창업 준비 환경을 제공하면 어떨까? 한국장학재단은 이런 뜻을 담아 주거 및 창업 공간을 1년간 무상으로 제공하는 창업지원형 기숙사를 열었다. 2020년 첫 입주생을 받기 시작한 서울센터를 비롯해 대전, 대구, 부산, 광주 이렇게 5개 권역에서 센터가 운영 중이다.
이날 찾은 서울센터는 서울 지하철 3호선 동대입구역을 비롯해 5, 6호선 청구역 등 역세권에 위치했다. 도심 한복판이지만 주택가에 있어 비교적 조용하다는 게 장점이었다.
큰 대문을 열고 마당을 지나 건물 현관에 들어서자 체온측정기와 손 소독제가 방문자를 맞았다. “기본적으로 기숙사 입주생들의 생활공간이기도 하고, 학자금 등을 상담하러 오는 방문자들도 많이 드나들기 때문에 체온 측정 및 방명록 작성 등에 각별히 신경 쓰고 있습니다.” 한국장학재단 지역총괄부 서울센터 김혜연 과장의 설명이다.
1층 쉼터에 들어서자 한쪽 벽면에 놓인 10여 개 패널이 시선을 끌었다. 2020년 서울센터에 입주해 창업 등 성과를 낸 학생들이 만든 홍보 포스터였다. 포스터 속 정보무늬(QR코드)에 휴대전화를 갖다 대자 각각 팀이 만든 앱(애플리케이션) 또는 누리집 화면으로 이동했다. 소셜벤처, 정보통신(IT) 등 창업 분야가 다양하다.

▶침대, 옷장, 화장실 등 일상생활을 위한 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 사생실

“주거·창업 공간 모두 얻어 ‘팀 조직력’ 다졌죠”
그중엔 김영재 씨가 창업한 트래거(TREAGER)의 핏콘(FITCON) 서비스를 소개하는 패널도 있었다. 그는 홈트레이닝(집에서 하는 운동) 초보자를 대상으로 화상 그룹 맞춤운동(퍼스널트레이닝·PT) 서비스를 제공하는 트래거를 창업했다. “볼링, 스키, 농구 같은 경우에는 초보자더라도 ‘취미’로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왜 홈트레이닝 초보자들은 이를 취미라고 말하지 않을까? 홈트레이닝도 취미와 동시에 경쟁력이 될 순 없을까?” 핏콘은 이런 질문에서 출발한 서비스다. 김 씨는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창업지원단에서 이 서비스와 관련한 창업을 준비하던 중 서울센터 입주생 모집공고를 접했다. ‘기숙사’라고 하면 으레 잘 곳을 해결해주는 공간만 떠올리기 쉽지만, 이곳에선 주거공간을 넘어 창업을 위한 사무실까지 무상으로 제공했다. “스타트업(신생기업)을 준비할 때 가장 중요한 게 ‘조직력’이라고 생각해요. 이를 다지려면 팀원들과 함께 자유롭게 회의하고 사업을 구체화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죠. 그런 점에서 잠잘 곳을 넘어 창업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누고, 이를 구현해나갈 공간을 무료로 제공받을 수 있다는 게 정말 좋았습니다.”
실제 1층에 있는 청년임대형사무실은 그가 창업 준비를 하는 데 큰 도움을 줬다. 이처럼 서울센터에는 예비창업자 대상 1층 청년임대형사무실과 창업자 대상 5층 청년임대사무실이 마련돼 있었다. 2020년 12월 기준, 31개 입주생 기업 중 10개 업체가 임대사무실에 입주했다. 특히 청년임대형사무실을 이용했던 16개 팀이 사업자등록을 마치고 창업자로 발돋움했다.

▶(왼쪽부터) 김영재 씨, 손가현 씨가 서울센터 내 5층 테라스에서 대화를 나누며 미소 짓고 있다.

멘토링 프로그램으로 창업 역량 키워주기도
김 씨의 창업에는 멘토링 프로그램도 큰 역할을 했다. 1층 청년임대형사무실 옆쪽에 있는 멘토링실에선 창업 분야에 맞춰 전문가의 조언을 듣는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이 같은 창업 교육지원은 창업지원형 기숙사의 특장점 중 하나. 팀별로 배치된 창업 전담 자문위원이 월 1회 아이디어 구체화부터 사업화, 투자유치를 통한 자금 조달 방법까지 창업 전반에 걸쳐 자문을 실시한다. 입주생 수요에 따라 온·오프라인을 통한 창업 역량 강화 교육 및 네트워킹 행사 등도 열린다. “대학생이다 보니 인적 네트워크와 비즈니스 측면에서 조언이 필요했거든요. 공간을 비롯해 멘토링까지 연결해주셔서 정말 큰 도움이 됐습니다. 그런 점에서 서울센터는 ‘꿈을 이룰 수 있게 해준 공간’이라고 소개하고 싶어요.”
김 씨는 핏콘 모바일 웹 서비스를 넘어 2~3월 중 앱 버전도 내놓을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온라인 맞춤운동 서비스 시스템을 오프라인 체육센터 측에 구축할 수 있게 돕고 초보자는 온라인, 중급 이상은 오프라인에서 수업을 받는 등 온·오프라인이 동반 상생하는 길도 고민하고 있다.

“생활 보장, 창업에 힘 실어준 조력자죠”
손가현 씨도 서울센터에서 생활하며 창업 활동에 힘을 얻었다. 그는 한양여자대학교 소셜벤처 학생 협동조합 이사장으로 활동 중이다. 평소 ‘사회적 가치 창출’이라는 주제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청년의 문제를 청년인 우리가 직접 해결하자”는 뜻을 담아 협동조합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활동을 본격적으로 펼치다 보니 밤샐 일도 많았다. 경기도 집까지 오가는 시간을 줄이고자 사무실 쇼파에서 쪽잠을 자고, 헬스장 등에서 씻고 나오는 일이 잦았다. 그 과정에서 알게 된 서울센터는 그가 잠자리 걱정을 덜고, 더 안정적으로 창업을 준비하는 데 조력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사생실 등 시설이 잘 갖춰져 있고, 치안 관리 등도 철저해서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입니다.”
서울센터에는 약 21㎡ 규모의 2인실 5개(1개는 비상격리실), 약 34㎡ 규모의 3인실 15개 등 총 20개 사생실이 있다. 최대 정원은 총 53명. 2020년에는 총 43명이 입주해 생활했다.

‘창업 꿈’ 공통분모로 모인 청년 교류의 장
손 씨는 서울센터 내 가장 좋아하는 공간으로 5층 공동주방을 손꼽는다. 평소 요리를 즐겨온 그는 이곳에서 종종 여러 가지 요리를 해먹었다. 다른 입주생들도 이 공간을 ‘가장 좋아하는 장소’로 이야기하곤 한다. 실제 공동주방은 인덕션과 냉장고, 싱크대 등의 시설이 잘 갖춰져 있었다. 공간 특성을 고려해 서울센터 측은 정기적으로 소독하고 청소하는 등 위생도 꼼꼼히 챙기고 있다.
공동주방 한쪽 접이식 창문을 열자 야외 테라스가 펼쳐졌다. 장충동 일대가 훤히 펼쳐지는 테라스는 입주생들이 식사 후 수다를 떨고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이른바 ‘전망 맛집’이다.
서울센터에서 생활하며 협동조합 일에 매진한 결과, 손 씨는 2020년엔 청년 여성 한부모 지원사업 등을 잘 수행했고, 2021년엔 청년 1인 가구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비롯해 다양한 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주거공간 지원뿐 아니라 서울센터 측에서 제공한 멘토링도 큰 도움이 됐어요. 소셜벤처 분야에서 오래 활동해온 멘토를 통해 협동조합 목표점에 대한 다양한 조언을 들을 수 있었죠. 멘토링을 하며 사귄 친구들도 많아요. 창업 활동이라는 공통분모로 모인 청년들이 함께 생활하고, 교류하고 소통한다는 점도 이 공간만의 큰 장점입니다.”

특허권 40개, 제품 출시 수 6개 성과
한국장학재단 측은 미국 실리콘밸리의 성공 배경 중 하나로 창업정신을 가진 이들이 물리적으로 같은 공간에서 함께 생활하고 소통하며 지냈다는 점을 꼽으며 창업지원형 기숙사의 의미를 소개했다. 마치 실리콘밸리처럼 청년들이 활발한 네트워킹 형성과 더불어 창업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길 기대하며 준비한 공간이라는 설명이다. 더불어 이 공간이 창업에 필요한 각종 네트워크 및 정보와 청년들을 닿을 수 있게 하는 너른 마당 역할을 했으면 한다는 뜻도 전했다.
한국장학재단의 이런 노력에 힘입어 입주생들의 창업 성과도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서울센터의 경우 입주생들이 입주 초기 갖고 있던 특허권은 24개에서 40개로, 매출 발생 기업 수는 5개에서 10개로, 제품 수는 3개에서 6개로 늘었다(2021년 1월 기준).
학생들이 개발한 제품도 속속 나오고 있다. 최근 장학재단은 학생들의 꿈을 응원하는 뜻에서 광주센터 ‘DATDA(닿다)’의 섬유향수 ‘기억에 닿다’와 대구센터 ‘(주)온엔온’의 구강청결제 및 치약 ‘순수한 입’ 등을 묶어 홍보 기념품으로 만들었다.

입주 기간 1년, 대학생이면 신청 가능
창업지원형 기숙사에 입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국내 소재 대학(원) 재학 또는 휴학 중인 학생이면 신청할 수 있다. 창업에 관심을 기울이는 단계부터 초기 창업 단계까지 다양한 단계의 학생에게 입주 기회를 부여한다. 연 2회 모집을 원칙으로 매해 12월 말까지 다음 연도 입주 모집공고를 실시한다. 선발된 이는 다음 연도 2월 입주할 수 있다. 입주 기간은 1년. 정기모집으로 선발한 입주생이 정원에 미달하거나 중도 퇴실 등으로 공실이 발생하면 수시모집을 할 수도 있다. 신청 시 입주신청서 및 사업계획서, 지도교수 추천서를 필수로 제출해야 한다.

글 김청연 기자, 사진 곽윤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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