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완충패드에 포장한 와인병. 충격에 강하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와인병을 담은 박스를 던져보기까지 했다. 날개박스를 개발한 황금찬(오른쪽), 황규찬 공동대표
② 친환경 택배상자 만드는 에코라이프패키징
코로나 시대 ‘집콕’(집에만 머무는 것) 시간이 늘어나면서 쓰레기가 심각한 환경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늘어난 택배와 배달만큼 쓰레기도 크게 증가한 것이다. 2020년 상반기 재활용 생활폐기물 발생량은 하루 평균 5439톤으로 2019년보다 11.2%나 증가했다. 음식 배달은 75% 이상 급증했다. 이대로 가다간 넘쳐나는 폐플라스틱을 지구가 감당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쓰레기를 줄이는 착한 배송과 포장체계가 절실한 까닭이다.
창업한 지 3년 된 신생기업(스타트업) 에코라이프패키징은 이 같은 고민에서 출발했다. 에코라이프패키징이 창안한 ‘날개박스’는 비닐 소재 테이프를 사용하지 않는 100% 종이 소재로 제작됐다. 골판지 내·외부에 친환경 접착제를 발라 놓아 별도의 테이프가 필요 없다. 또 비닐이나 스티로폼 등의 완충재 없이도 사용할 수 있는 특허제품이다. 포장할 때 칼이나 가위를 사용하지 않고 종이접기 하듯 손으로 조립한다. 상자를 열 때도 힘들이지 않고 개봉할 수 있다. 배송상자 분리배출 과정도 편리하다. 송장만 떼어내고 그냥 종이류에 버리면 된다. 택배상자 하나만 버리려고 해도 상자, 비닐, 완충재, 스티로폼 등 포장재만 한 짐인 걸 생각하면 종이로만 조립된 날개박스는 ‘혁신’이 아닐 수 없다.
# 테이프, 완충재 안 쓰는 택배상자
2021년 1월 14일 오후 경기도 안산으로 향했다. 도착 전화에 공장 밖으로 마중 나온 황금찬(48) 공동대표는 두 달 전에 자리 잡은 새 둥지 안으로 안내했다. “이전까지는 에이스기계에서 내준 공간에 더부살이했어요. 시제품 만들고 1년 넘게 자금난에 부딪혀 진척을 못내고 있을 때 에이스기계 이 철 대표님의 전폭적인 투자로 생산라인을 갖추면서 사업을 본격화할 수 있었습니다.” 공장 한 켠에 자리한 생산라인에서 날개박스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에이스기계에서 제작해준 제조기기다. 일반 판지를 이 기기에 넣으면 날개박스 설계대로 접어준다. 또 상자 겉면에 친환경 접착제도 붙여준다. 쌓여 있는 박스 더미 사이로 여성과 노인 직원도 눈에 띈다. 650평(2148.7㎡) 면적에 직원 8명으로 외형은 크지 않지만, 에코라이프패키징은 사회적 가치도 함께 공유하고 있었다.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황금찬 공동대표는 날개박스 제품의 견고함부터 증명해보였다. 본인 휴대전화에 저장돼 있는 실험영상을 재생했다. 와인병 두 개를 넣고 포장한 뒤 수차례 바닥으로 떨어뜨려본다. 와인병은 깨지지 않았다. 다른 영상도 틀었다. 이번엔 컴퓨터 모니터다. 포장상자를 공중에서 몇 차례 떨어뜨렸는데도 컴퓨터 모니터는 파손되지 않았다. 포장한 수박도 공중 낙하에 멀쩡했다.
보통 와인병은 에어캡에 돌돌 말아서, 컴퓨터 모니터는 스티로폼에 꽁꽁 싸여 상자에 포장돼 배송된다. 이렇듯 제품을 상자에 포장할 때 내용물을 보호하기 위해 채우는 완충재는 주로 플라스틱이나 비닐 재질이다. 반면에 날개박스는 오로지 종이가 전부다. 그럼에도 제품 보호 능력이 좋고 재활용도 가능하다. 완충재와 테이프로 마감해야 했던 택배상자에 새바람을 불러올 제품이다. 아이디어의 혁신성을 입증받아 산업부 장관상과 환경부 장관상도 수상했다.
# 택배 생활 12년 경력에서 나온 아이디어
택배상자에 새바람을 불러올 변화는 어떻게 시작됐을까. “택배 포장 일이 힘들어요. 종일 테이프를 붙여야 하는데 ‘찍찍 찌찌직’거리는 테이핑 소음이 엄청나거든요.” 12년 경력의 베테랑 택배기사는 택배 포장 현장의 고충을 듣고 사업 아이디어가 반짝였다. 기계를 설계하는 엔지니어인 동생과 의기투합해 2018년 1월 창업에 뛰어들었다. 테이프로 포장하는 일반 상자와 달리 종이접기 방식으로 간단하게 조립할 수 있는 상자인 날개박스가 탄생했다. 하지만 반짝이는 아이디어에도 불구하고 사업화는 쉽게 풀리지 않았다. 초기 투자와 자본 유치가 어려워 제품 생산에 어려움을 겪었다. 자동 접착기 전문 생산기업인 에이스기계와 인연을 맺으면서 에코라이프패키징은 날개를 펴기 시작했다. 생산 설비는 물론 사무실까지 제공받으며 2019년 본격적으로 날개박스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날개박스는 자체 홈페이지를 통한 판매 외에도 배달업체, 제조업체, 홈쇼핑 등에 납품되며 고객사를 점차 넓히고 있다. 매출도 쭉쭉 늘어나고 있다. 2019년 2억 5000만 원이던 매출은 다음 해인 2020년 11억 원까지 급증했다. 또한 특허받은 아이디어를 다각도로 활용해 품질 개선과 새로운 제품 개발에도 매진하고 있다. “친환경 접착제가 부착된 날개를 8개에서 2개로 줄여 포장이 더욱 간편해졌고, 내구성도 더 강화됐어요.” 테이프 없는 상자로 시작한 에코라이프패키징은 현재 완충패드와 보냉패드까지 개발해 선보였다. 모두 100% 재활용 가능한 친환경 종이 제품이다.
“모든 물건이 택배로 보내지는 시대예요. 쓰레기를 자원 재순환이 가능한 재질로 바꿔야만 합니다.” 황금찬 공동대표는 친환경 종이상자 브랜드인 ‘날개박스’의 가치소비를 드러냈다. 에코라이프패키징이 선보이는 날개박스에는 보통 택배상자에 있는 세 가지가 없다. 테이프, 일명 ‘뽁뽁이’가 불리는 에어캡, 스티로폼이다. 그렇다면 날개박스 사용이 지구 환경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2020년 날개박스 350만 장을 유통했어요. 박스 포장에 쓰이는 비닐 테이프를 14톤을 줄인 거죠. 이로써 48톤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거뒀습니다.”
# 건강에도, 환경에도 좋은 일
1년 새 다섯 배 가까이 성장한 배경에 탄소중립 시대를 체감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2018년 중국이 폐플라스틱·폐비닐 수입을 금지하면서 쓰레기 대란이 일어났고 환경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어요. 그러나 환경과 경제 두 저울판에서 기업들은 아직도 경제 쪽에 좀 더 무게를 두는 듯합니다. 초창기 두 배 차이 났던 상자 단가를 1.5배 수준으로 낮췄지만 기업에선 여전히 부담스러워 해요. 미래를 위해서라면 소비와 직결되는 유통기업은 배송과 포장단계 전반에 걸쳐 환경에 끼칠 영향을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에코라이프패키징은 친환경 상자에 대한 해외 특허 출원도 앞뒀다. “친환경 제품에 관심이 많은 미국, 유럽, 중국, 일본 등에 판매할 수 있도록 준비해뒀습니다. 다만 진출 시기를 국내 경쟁력을 좀 더 키우고 난 뒤로 계획하고 있습니다.” 황금찬 공동대표는 2021년 매출을 50억 원 정도로 예상한다. 전년 대비 400% 성장하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날개박스 원가를 기존 택배보다 1.2배 수준으로 떨어뜨릴 예정이다.
황금찬 공동대표는 에코라이프패키징의 미래를 그렸다. “환경을 생각하는 기업이란 소리를 듣고 싶습니다. 에코라이프패키징은 비닐을 대체하는 종이 포장재를 만들어 돈을 버는 회사입니다. 썩지 않는 플라스틱을 만드는 회사와 비교해 바라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후손이 살아갈 지구를 깨끗이 쓰고 물러나야 하지 않을까요?”
글 심은하 기자, 사진 곽윤섭 기자
‘탄소발자국 줄이기’ 실천해봐요
“희망을 찾기보다 행동을 모색해야 한다. 오로지 그때서야 희망이 올 것이다.”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8)의 연설 내용이다. 모두가 탄소중립이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행동하지 않으면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새해엔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계획을 세워보면 어떨까?
하나, 대중교통 이용하기
자동차는 탄소발자국을 늘리는 주범이다. 탄소발자국이란 개인이나 단체가 살아가면서 발생시키는 온실 기체 총량을 의미한다. 탄소발자국을 줄이기 위해 가까운 거리는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먼 거리는 지하철이나 버스를 이용해보자. 일주일에 하루만 운전대를 놓아도 연간 445kg의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다.
둘, 플러그 뽑는 습관들이기
자주 사용하지 않는 가전제품 플러그는 뽑아두는 습관이 필요하다. 대기전력은 해당 기기의 전체 이용 전력의 약 10%를 차지한다. 멀티탭을 이용하면 보다 손쉽다.
셋, 장바구니 애용하기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간 비닐봉지 사용량은 2017년 기준으로 460장이며, 이에 따라 약 20kg의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비닐봉지 대신 장바구니를 사용하면 연간 20kg의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다.
넷,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음식물 쓰레기양을 20% 줄이면 연간 1600억 원이 절약되고, 온실가스 배출량 177만 톤이 감소하며, 에너지 18억 kWh(킬로와트시)를 아낄 수 있다. 음식을 최대한 남기지 않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다섯, 적정온도 유지하기
냉난방 온도를 1도 조정할 경우 연간 110kg의 이산화탄소를 줄이고 냉난방 비용을 3만 4000원 아낄 수 있다. 적정온도는 여름엔 26℃ 이상, 겨울엔 20℃ 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