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이 미래 먹거리” 수소 산업을 선점하라

2021.02.08 최신호 보기



④ 탄소중립에 나서는 기업들
정유회사 GS칼텍스는 천연 물질인 ‘2,3-부탄다이올(2,3-Butanediol)’을 생산하는 바이오 공정·기술을 2019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9년에 걸친 연구진의 기술 개발, 불확실성 속에서도 전폭적으로 지원한 경영진의 비전, 상용화를 위한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원 등 삼박자가 맞아서 이룬 쾌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2,3-부탄다이올은 자연 생태계에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천연 물질로, 꿀·채소·어류·육류 등 천연·발효 식품을 통해 사람이 섭취한다. 다양한 안전성 평가 시험으로 인체와 환경에 무해하다는 검증을 받았으며, 보습·항염, 작물 보호 등 효과가 있어 화장품과 농업 분야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비슷한 기능을 하는 석유계 화학 물질을 대체할 수 있는 천연 원료이지만, 2,3-부탄다이올을 대량생산 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미생물을 확보해야 했다.
GS칼텍스 연구진은 전국 각지를 탐사하며 1만 종 이상의 미생물을 채취하고 우수한 성능의 미생물을 선별해 단독 상업용 미생물을 확보했다. 이 미생물의 발효·정제 과정을 통해 생산된 2,3-부탄다이올은 보습 효과가 뛰어나며 피부 탄력, 각질 개선, 염증 치료 등 효능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다양한 화장품으로 개발할 수 있다. 현재까지 이 물질을 사용해 20종 이상의 화장품이 출시됐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손 소독제 수요가 급증하면서 보습제 제품이 시장에 나왔다.
GS칼텍스는 2020년 1월~11월까지 2,3-부탄다이올 판매량이 2019년 같은 기간보다 10배 이상 증가했다고 최근 밝혔다. 2,3-부탄다이올 관련 특허 50여 개를 국내외에서 출원했다. 환경 화장품 국제 인증인 COSMOS 인증, 미국 농무부의 100% 바이오 제품 인증, 동물 유래 원재료를 사용하지 않고 동물 실험을 하지 않은 제품에 부여하는 한국비건인증원의 비건(Vegan) 인증 등으로 친환경성도 인정받았다. 주요 시장인 유럽에 진출하기 위해 유럽연합 신화학물질 관리제도(EU-REACH) 등록도 완료했다. 앞으로 2,3-부탄다이올이 화장품 외에 작물 보호제, 식품 첨가제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되도록 추가 연구·개발 중이다.

▶GS칼텍스 연구진이 미생물의 발효·정제를 통해 2,3-부탄다이올을 생산하는 바이오공정을 점검하고 있다. | GS칼텍스

그린 뉴딜 발맞춰 탄소중립 시장 주목
정부의 그린 뉴딜 정책에 발맞춰 탄소중립 시장이 주목받는 가운데 기업들도 잇따라 친환경, 수소 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전통적 석유화학회사인 한화솔루션은 태양광 분야에서 세계적인 성과에 더해 친환경 바이오 화학의 비전을 가지고 탄소중립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2020년 말 개최한 이사회에서 2021년부터 5년 동안 2조 8000억 원을 차세대 태양광과 그린 수소 산업에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차세대 태양광 제품생산 개발·생산에 4000억 원, 태양광 개발역량 확대에 3000억 원, 분산형 발전 기반 투자에 3000억 원 등 1조 원을 태양광 사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태양광 모듈 제조 분야 경쟁자인 중국 기업과 기술 격차를 벌리기 위해 차세대 태양광 소재의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하고, 태양광 모듈과 에너지 저장장치(ESS)를 결합해 판매하는 고부가 가치 사업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사용자의 전력 소비 패턴 관련 데이터를 인공지능(AI) 기술로 분석해 잉여 전력을 통합 판매하는 분산형 발전 기반의 가상발전소(VPP) 사업 투자도 늘릴 방침이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단순히 태양광 모듈을 생산·판매하는 비즈니스 모델에서 벗어나 정보기술(IT) 기반의 고부가 서비스 기업으로 변신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한화솔루션은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 수소를 생산하는 그린 수소 분야에 2000억 원을 투자한다. 물을 전기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수전해 기술’ 개발, 수소의 저장·유통을 위한 수소 탱크 사업 확대, 핵심 기술을 보유한 기업의 인수·합병(M&A) 등에 투자하겠다고 설명했다.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솔루션 부문 한화큐셀이 참여한 영국 보험사 아비바(Aviva)의 주차장 태양광 발전소 | 한화큐셀

철강 기업 수소 산업 개척 나서
현재 충남 당진 현대제철 수소공장에서는 ‘부생수소 출하센터’ 공사가 한창이다. 제철·석유화학 과정에서 다양한 종류의 수소와 탄소 결합물이 생산되는데, 이 과정에서 탄소와 결합하지 못하고 분리된 수소가 부생수소다. 2021년 5월, 센터 준공을 마무리하면 제철소에서 발생하는 부생수소와 폐열을 이용해 친환경적으로 수소를 생산한다. 수소 생산능력은 연간 3500톤에서 연간 3만 7200톤으로 10배 이상 늘어난다.
현대제철과 현대글로비스, 하이넷, SPG수소, 한국가스공사, 현대차 등은 2020년 10월 12일 이곳에서 ‘수소차용 수소 유통산업 발전을 위한 협약식’을 열고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부생수소 출하센터 구축을 계기로 유관 기관이 협업해 수소 유통을 더욱 원활히 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것이 협약의 뼈대다.
현대제철은 생산·운송·판매 등 공급망마다 각각 사업자와 협력해 상생하는 사업 모델을 마련할 예정이다. 현대글로비스는 당진 현대제철소에서 생산된 수소를 수도권과 충청권에 있는 하이넷 수소충전소에 실어 나르게 된다. 충전소의 수소 잔량, 튜브 트레일러 운영 현황, 일일 수소 출하량 등 실시간 데이터를 활용해 적재적소에 수소를 공급하고 물류 효율화를 이끌어 수소 생태계 조성에 일조한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물류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결과적으로 소비자가 이용하는 수소 충전 단가가 현재보다 약 20%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 현대글로비스의 설명이다. 산업통상자원부를 포함한 정부 부처가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의 하나로 수소충전소 확충, 공급망 구축 등 인프라 조성에 힘쓰면서 기업도 수소 생산부터 소비까지 일련의 과정에 대한 협업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다.
포스코도 수소 산업 대열에 합류했다. 포스코는 2050년까지 500만 톤의 수소 생산체제를 구축해 수소 산업에서 매출 30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최근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2025년까지 부생수소 생산능력을 7만 톤으로 늘리고, 2030년까지 글로벌 기업과 손잡고 블루수소를 50만 톤까지 생산할 계획이다. 그린 수소는 2040년까지 200만 톤 생산체제를 구축한다.
포스코는 2050년까지 그린 수소를 기반으로 한 ‘수소환원제철소’를 구현해 철강 분야에서도 탈탄소·수소 시대를 열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앞서 초기 사업으로 제철소 지역에 수소충전소 설치 등 인프라를 구축하고 철강 운송 차량, 사내 업무용 차량 등을 수소차로 전환한다.

▶2020년 10월 12일 충남 당진 현대제철 수소공장에서 현대제철과 현대글로비스, 하이넷, SPG수소, 한국가스공사, 현대차 등이 ‘수소차용 수소 유통산업 발전을 위한 협약식’을 열고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 현대글로비스 

미래 시장 선점 위해 전방위 노력
그린 뉴딜 정책의 최대 수혜 기업으로 꼽히는 현대차그룹은 수소 산업 생태계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전방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영국의 글로벌 종합 화학기업인 이네오스 그룹과 업무협약을 맺고 글로벌 수소 생태계 확산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네오스 산하 이네오스 오토모티브가 개발 중인 스포츠유틸리티차(SUV)에 현대차의 차량용 연료전지 시스템을 탑재해 새로운 수소 전기차를 선보일 계획이다.
또 양사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소의 생산·저장·운송·활용에 이르는 수소 밸류체인(Value Chain)을 구축할 방침이다. 현대차는 수소전기차 넥쏘와 수소전기트럭 엑시언트 등을 내세워 글로벌 수소전기차 시장에서 주도권 확보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넥쏘는 최근 수소전기차 단일 모델로 세계 처음으로 단일 국가에서 누적 판매 1만 대를 달성하기도 했다.
SK는 지주사인 SK㈜를 통해 수소 산업에 진출한다. SK㈜는 최근 에너지 관련 회사인 SK이노베이션과 SK E&S 등 관계사의 전문 인력 20여 명으로 수소 산업 전담 조직인 ‘수소사업추진단’을 신설했다. SK㈜는 SK E&S를 중심으로 2023년부터 연간 3만 톤 규모의 액화 수소 생산설비를 건설하고, 수도권 지역에 액화 수소를 공급하기로 했다. 또한 연간 300만 톤 이상의 액화천연가스(LNG)를 직수입하는 SK E&S가 대량 확보한 천연가스를 활용해 2025년부터 25만 톤 규모의 블루 수소(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저장한 수소)를 추가 생산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수소의 생산과 유통·공급에 이르는 수소 밸류체인을 통합 운영한다. 2025년까지 모두 28만 톤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SK에너지의 주유소와 화물 운송 트럭 휴게소 등을 그린 에너지 차량용으로 공급하는 한편, 연료전지 발전소 등 발전용 수요를 적극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장기적으로는 태양광, 풍력 등 재생 에너지를 활용한 그린 수소 생산 사업도 추진한다. 

원낙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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