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위한 새로운 경찰개혁시대를 기대하며

2021.01.18 최신호 보기
경찰법 개정안 의미와 향후 전망
전 세계가 여전히 코로나19 대유행에 휩싸여 있는 가운데 맞이한 2021년은 1991년 대한민국 경찰청이 창설된 지 30년 만에 역사적인 변혁이 시작되는 해이기도 하다. 독점적인 검사의 수사지휘를 폐지하고 경찰의
1차적 수사권을 인정하는 개정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그리고 새로운 경찰조직법이자 자치경찰제 도입의 법적 근거로서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경찰개혁법)’이 1월 1일부터 시행됐다.
1991년 경찰법 제정은 종전의 내무부 보조기관에 불과했던 ‘치안본부’를 ‘경찰청’으로 승격해 독립 행정관청화하고 국민이 참여하는 경찰위원회를 설치, 운용함으로써 정치적 중립성과 민주성을 확보하고자 한 노력의 결실이었다. 그렇다면 새로운 경찰개혁법은 어떠한 의미를 가질까? 핵심은 ‘국가권력의 합리적 분배’와 ‘국민에 대한 책임성 강화’에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우리는 오랜 역사적인 경험을 통해 절대 권력은 권한의 남용을 가져오고 국민의 기본권 침해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따라서 국가권력을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로 나누고 또다시 지방자치제를 통해 분권화함으로써 효율성과 민주성의 조화를 추구하는 것이 현대 민주국가의 보편적인 시스템이다. 검찰개혁이 필요한 이유도 지나치게 비대해진 검사의 독점적인 수사권을 합리적으로 분산하는 것이 핵심인 것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경찰개혁법은 자치경찰제 시행을 통해 국가경찰의 권한을 다시 분배함으로써 치안행정의 효율성을 제고함과 동시에 또 다른 권한의 집중을 방지하고 국민에 대한 책임성과 민주성을 강화하는 데 의의가 있다.
 
신속하고 효율적 수사로 국민 인권 신장
일련의 경찰개혁법 시행으로 종전과 달라지는 것은 무엇일까? 첫째, 수사권 조정에 따라 종전에 검사의 경찰 수사지휘권을 폐지해 상호 협력 관계로 재조정됐고 검사가 독점적으로 갖고 있던 수사종결권을 분배해 경찰에도 1차 수사종결권을 일부 부여했으며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경제·부패 범죄 등 6대 분야로 제한했다.
둘째, 자치경찰제가 도입됨으로써 국가경찰로 일원화된 구조가 국가경찰사무와 자치경찰사무로 구분돼 자치경찰은 지역의 생활 안전과 범죄 예방 및 공공의 위험 방지, 교통의 지도·단속 업무와 함께 경범죄와 가정·학교폭력, 교통사고를 비롯한 이른바 생활 밀착형 범죄에 대한 수사 업무를 담당할 수 있게 됐다.
셋째, 국가수사본부를 설치함으로써 경찰의 기능별 수사 업무를 하나의 수사체계로 통합해 전문성이 강화되도록 했다. 아울러 수사 업무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수사지휘를 총괄하는 국가수사본부장은 임기제로 외부 전문가에 의한 개방 임용을 허용하고, 경찰청장의 개별 사건에 대한 구체적 수사지휘권을 원칙적으로 폐지했다.
그렇다면 경찰개혁법 시행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우선,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9년 전체 범죄 사건의 불기소율은 58.5%이었고, 2015년 이후 최근 5년간 평균 불기소율은 약 57.6%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실에서 종전의 수사구조하에서는 검사가 독점적 수사종결권을 갖고 있어 경찰이 담당한 범죄 사건은 모두 검찰에 송치해야 하므로 경찰의 과중한 업무 부담과 함께 불합리한 중복 수사의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따라서 수사권 조정을 통해 경범죄나 생활 밀착형 범죄 등 대다수의 범죄 사건에 있어서 경찰과 검찰로 이어지는 불필요한 중복 수사 문제가 완화됨으로써 더 신속하고 효율적인 수사 절차가 진행될 수 있다.
그리고 수사권을 포함한 경찰권의 비대화 우려에 대해서는 자치경찰제를 통한 권한의 재분배,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국가수사본부의 설치·운영, 국민과 지역 주민이 참여하는 국가경찰위원회와 시·도 자치경찰위원회 등의 민주적 통제 장치를 통해 균형과 견제가 이루어질 것이라 기대된다.
 
국민 위한 진정성 담긴 경찰개혁 돼야
또한 자치경찰제 시행을 통해 치안행정과 지방행정이 유기적으로 결합되면 현장 대응력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어 더 양질의 치안서비스가 주민에게 제공될 수 있다. 예컨대 생활 안전과 교통 분야에 있어서 CCTV·가로등·교통관리시설 등의 설치권을 갖고 있는 자치단체의 행정 역량과 범죄 예방 및 단속·규제권을 갖고 있는 경찰의 치안 역량이 상호 유기적으로 연계되면 더 종합적인 치안정책의 수립·시행과 신속한 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다.
가정·학교폭력, 아동학대 사건의 가해자 처리와 피해자 지원, 가출·실종인 처리 등에 있어서도 국가경찰의 업무 과중을 완화해 자치경찰이 분담함으로써 더 면밀하고 신속한 대응과 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으며 자치단체의 복지행정력과 연계된 통합지원서비스를 강화할 수 있다. 아울러 지역 특성에 적합하고 주민의 요구와 의견이 더 반영된 지역 밀착형 치안서비스를 기대해볼 수 있다.
이렇듯 경찰개혁법의 제정과 시행은 단순히 경찰조직의 개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형사사법구조와 국민 생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아직은 해결해야 할 과제 또한 많이 남아 있다. 현실적으로는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권한 범위와 예산·인사권 등에 있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와의 이견이 여전히 존재하고, 검찰개혁을 둘러싼 정치적 상황은 새로운 제도 안착의 불확실성 요인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일반 국민의 경찰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고 개혁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부단한 노력이 더욱더 필요하다. 아무쪼록 영혼 없는 구호나 조직 개편에 머무는 것이 아닌, 국민을 위한 진정성이 담긴 지속적인 경찰개혁이 되길 기대해본다.

오규철 영산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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