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고려대 구로병원
김우주 전 대한감염학회 이사장 인터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이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2월 6일 0시 기준 전국 31개 성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누적 확진자가 2만 8018명, 사망자가 563명이라고 발표했다. 우리나라에서도 확진환자가 23명(2월 6일 기준) 나오면서 국민의 불안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이 퍼지면서 각종 루머도 쏟아져나오고 있다. ‘마스크 써도 효과 없다’ ‘마늘과 김치가 특효약이다’ 등이 대표적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과 관련한 뜬소문을 비롯해 국민이 궁금해하는 점, 예방 요령 등에 대해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전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에게 물어봤다.
“메르스 때 비춰보면 마스크 효과 무시 못해”
-2월 6일 기준으로 확진환자가 23명 나왔다. 국민 불안감이 커진 상황이다. 각종 루머, 가짜 뉴스도 돌고 있는데.
=서로 눈을 쳐다보기만 해도 걸릴 수 있다는 게 대표적인 루머다. 이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 신종플루,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때도 그랬는데 이 시기쯤 되면 온갖 가짜 뉴스나 괴담이 나온다. 그때도 김치, 마늘, 양파가 면역력에 좋으니 무조건 먹어야 한다거나 코에 바셀린을 발라야 한다 등의 이야기가 떠돌았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잘못된 정보이니 현혹되지 마시라. 보건당국 지침대로 손을 깨끗이 자주 씻고, 외출할 때 마스크를 쓰는 등 개인위생 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 하나 덧붙이면 평소부터 몸에 해가 되는 술, 담배 등을 안 하는 게 보약이다. 흡연자들은 비흡연자에 비해 호흡기가 안 좋을 가능성이 커서 바이러스 등에 취약할 수 있다.
-마스크 착용에 대해서도 ‘정말 효과가 있을까’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다.
=메르스 때 사례를 예로 들어보면, 강동의 한 대학 병원에서 확진환자가 외래 접수를 하고 병동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바람에 비상이 걸린 적 있었다. 그런데 그 장소에서는 2차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나중에 CCTV(폐쇄회로 텔레비전)를 통해 이 확진환자가 마스크를 쓰고 다녔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이 메르스보다 전파 속도가 빠르고, 잠복기 전파력에 대한 얘기도 나오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마스크가 무용하다고 볼 수 없다. 많은 이들이 마스크가 무슨 효과가 있을까 의문을 갖는다. 마스크 쓰는 걸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의료진 입장에서 메르스 때를 복기하면 마스크가 바이러스 차단에 얼마나 위력을 발휘하는지 알 수 있었다. 현재 상황에서는 마스크가 곧 백신이라 생각하고 반드시 착용할 것을 권고드린다.
-어떤 마스크를 써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는데.
=KF94나 KF99를 찾는 이들이 많아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KF80이면 적당하다. KF80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인증한 마스크로 평균 0.6㎛ 크기의 미세입자를 80% 이상 차단한다. KF80 정도면 일반인에게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면 마스크를 세탁해서 쓰겠다는 사람들도 있는데 면 마스크는 감염 예방에 효과적이지 않다. 코로나는 ‘비말 전파’(환자가 기침이나 재채기할 때 뿜어내는 공기 방울(비말)을 통해 폐에 있던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것)되는데 기침이나 재채기를 하면서 뿜어내는 공기 방울이 면에 침투할 수 있다.
“알코올 70% 세정제 쓰면 바이러스 죽어”
-물로 손을 닦는 것 외에 손 세정제를 쓰는 건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도 나오던데.
=흐르는 물에 비누로 20~30초 이상 손바닥, 손등, 손톱 밑, 손가락 사이 등을 마찰하며 손을 씻는 게 가장 효과적이긴 하다. 이렇게 씻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알코올 손 세정제를 갖고 다니며 수시로 손을 닦으면 된다. 알코올이 70% 정도 포함된 손 세정제를 쓰면 바이러스가 죽을 수 있다. 손 세정제를 손바닥과 손등, 손등 밑부분까지 적셔서 쓰면 된다.
-수영장이나 사우나에 가도 되는지 묻는 이들도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은 염소 그리고 열에 약하다. 확답하긴 어렵지만 이런 일반적인 특성에 비춰봐선 염소 소독이 잘된 수영장에서는 바이러스가 노출되기 힘들 거다. 사우나의 경우도 고온이라 바이러스가 생존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그렇긴 하지만 탈의실 등은 고온 상태가 아니거나 염소 소독이 안 된 경우가 많아 조심해야 한다. 수영장이나 사우나 등 시설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가도 된다, 가면 안 된다 단정하긴 어렵다. 중요한 건 관련 시설에서 아침저녁으로 깨끗하게 소독하는 등 평소보다 신경 써서 위생 관리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2월 5일 오후 제주국제공항 국내선 도착장 앞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예방을 위한 민관 합동 캠페인이 열리고 있다.│연합
“정부가 ‘오염 해제’ 정보까지 내주었으면”
-정부가 확진환자 동선을 발표하는 등 대응하느라 분주하다. 현재 상황에서 정부 측에 더 제안하고 싶은 게 있다면?
=음식점, 쇼핑몰, 극장 등 확진환자 동선이 계속 발표되고 있다.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건 맞다고 보지만, 정보 공개는 시작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확진환자가 다녀간 장소는 여러 가지 환경적 조건에 따라 바이러스가 일주일까지 생존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보건당국이 ‘그 장소에 대해 소독을 완벽히 했고, 검사 결과 바이러스가 완전히 제거됐다. 안심해도 좋다’ 등 근거가 명확하게 담긴 ‘오염 해제’ 정보까지 내주었으면 한다.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는 불특정 다수 장소에 대해 불안해하는 이들이 많다.
-그 밖에 국민에게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면?
=무엇보다 개인위생 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싶다. 손을 깨끗하게 씻고, 마스크를 반드시 써야 한다. 기침이 나올 때는 소매로 가리고 해야 한다.
미디어를 통해 여러 번 접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최근 14일 이내 중국을 여행한 경우, 되도록 외부 활동을 자제하고 손 씻기와 기침 예절을 준수해야 한다. 이런 분들 가운데 발열과 호흡기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에는 선별진료소가 있는 의료기관을 방문하거나 관할 보건소, 지역 콜센터(지역번호+120), 질병관리본부 콜센터(1339)로 연락해야 한다. 본인과 가족, 공동체를 위해 협조해야 한다.
김청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