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2월 19일 청와대에서 열린 확대경제 장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청와대사진기자단
정부가 2020년에 민간기업 대규모 투자와 민간투자사업(민자사업), 공기업으로부터 100조 원에 달하는 투자를 끌어내 성장률 반등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저성장 시기를 최단기간 안에 탈출해야 한다는 절박감으로 투자 활성화에 총력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12월 19일 청와대에서 확대경제장관회의를 열고 투자 활성화와 경제체질 개선을 주요 내용으로 한 ‘2020년 경제정책방향’을 확정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 경제는 인구구조의 변화와 저성장·양극화라는 구조적 어려움 속에 보호무역주의의 파고를 넘으며 세계와 경쟁하고 있다”며 “단 하나의 일자리, 단 한 건의 투자라도 더 만들 수 있다면 정부는 뭐든 다 할 수 있다는 각오로 앞장 서 달라”고 말했다.
투자 활성화 통한 민간 부문 성장
정부는 투자 활성화를 통한 민간 부문의 성장을 2020년 경제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민간과 민자, 공공 등 3대 분야에서 100조 원 규모 투자를 발굴하겠다는 정책 목표다. 투자 애로 요인 해소와 제도 개선을 통해 그동안 막혀있던 울산 석유화학공장(7조 원)과 인천 복합쇼핑몰(1조 3000억 원) 건립 등 10조 원 규모의 4단계 기업투자 프로젝트 착공을 지원하고 15조 원을 목표로 기업투자 프로젝트를 추가 발굴하는 계획이다.
서울 창동 K-팝 공연장(6000억 원), 평택시 동부고속화도로(4000억 원) 등 2020년 민간투자사업은 2019년보다 1조 원 늘어난 5조 2000억 원을 집행하고, 산업기반시설이나 노후 환경시설 개량, 항만재개발 등 10조 원 규모의 신규 민자사업을 추가 발굴한다. 공공주택, 철도·고속도로·항만 등 사회간접자본(SOC) 확충 등 공공기관 투자는 2019년 55조 원에서 2020년에는 60조 원 규모로 확대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업, 민자사업, 공기업에서 100조 원의 투자가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지”라면서 “일부는 착공해 실질적 투자가 이뤄지고, 일부는 1∼2년 시차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00조 원을 목표로 기업·민자·공기업의 투자를 발굴하고 집행해 우리 경제가 정상적인 성장궤도로 진입하다록 하겠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12월 17일 경제정책방향을 설명하면서 “2019년 한국 경제를 돌아보면 한마디로 불확실성의 해였다”며 “2020년 세계경제 회복 등을 최대한 활용해 경기반등의 모멘텀을 마련할 수 있도록 투자의 회복 강도를 높이는데 최우선 주안점을 뒀다”고 말했다.
내수 진작 위해 코리아세일페스타 부가세 환급
민간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세제 혜택도 마련했다. 2019년 세법개정안에 포함된 생산성향상시설 세액공제(대·중견·중소기업 각각 2·5·10%)를 받을 수 있는 투자 대상에 스마트공장 관련 설비를 추가하고, 가속상각특례도 일몰 시한을 2019년 연말에서 2020년 상반기까지 6개월 연장하기로 했다. 가속상각이란 자산을 취득한 초기에 감가상각을 크게 해 세금을 덜 내면서 투자금액을 조기에 회수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각종 인센티브도 빠지지 않았다. 시설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4조 5000억 원 규모의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신설해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최저 1.5% 저리로 금융을 지원하고, 환경·안전 투자 등에도 1조 원대 정책금융을 지원한다. 투자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정부는 2020년 상반기에 재정을 역대 최고 수준으로 당겨 집행한다. 정부 예산과 기금, 공공기관의 주요사업 중 조기집행 관리대상사업을 정해 상반기에 사업비의 62%를 집행한다는 계획이다. 집행률 목표는 역대 최고다.
정부는 부진한 내수를 진작하기 위해 내년에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인 코리아세일페스타 기간 중 하루를 지정해 당일 구매한 소비재 품목에 대한 부가가치세(10%) 환급을 검토한다. 정부가 부가세 10%를 환급하면 공급자도 20∼30% 추가가격 인하를 해 30∼40%의 가격 인하를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는 가구·가전제품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세금을 돌려주는 정책인 만큼 정부는 2020년 상반기 중에 조세지출 예비타당성평가를 거쳐 대상 품목 등을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국내여행 숙박비로 쓴 금액의 30%를 소득공제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도서·공연비 연간 공제 한도 100만 원에 숙박비도 포함하는 방식이다. 2020년 상반기 중 예비타당성평가를 거쳐 도입할 계획이다. 2019년 5월 30일 도입된 인천국제공항 입국장 면세점에 담배 판매를 허용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2020년 경제성장률 2.4%로 제시
모든 자동차 구입 시 적용되던 개별소비세 30% 인하(5%→3.5%)는 2019년 종료된다. 하지만 2020년 1월부터 6월 말까지는 10년 이상 몰던 차를 새차로 교체할 경우 개별소비세를 1.5%까지 대폭 낮춘다. 이에 따라 출고가 2000만 원 차량 구입 시 100만 원 인하 효과를 본다.
정부는 이런 투자 활성화 등을 통해 2020년 한국 경제 성장률을 올해보다 개선된 2.4%로 제시했다. 바닥을 치고 반등한다는 전망이다. 세계 경제가 회복하고 반도체 업황도 개선되면서 수출이 증가로 전환해 경상수지 흑자폭도 소폭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김용범 1차관은 “미·중 무역 갈등이 12월 15일 1차적으로 합의를 도출하는 등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걱정을 덜 수 있는 방향으로 타결됐다”며 “정상적인 궤도에서 벗어나 있는 저성장 시기를 최단기간 안에 탈출해야 한다는 절박감으로 투자 활성화와 확장적 재정, 수출 지원 등을 망라한 정책 방향을 마련한 것”이라고 밝혔다.
박순빈 기자
“2020년은 경제 정책 본격적으로 성과 거둘 때”
“2020년은 그동안 우리 정부가 시행한 정책이 그야말로 본격적으로 성과를 거둬야 하는 때다.”
문재인 대통령은 12월 19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아직 성과를 체감하지 못하는 국민이 많다”고 지적하면서 이같이 언급한 뒤 “지금까지 많이 노력해왔지만 중요한 고비를 앞두고 있다는 각오를 새롭게 해달라고”고 밝혔다. 특히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를 더욱 높여야 한다”며 “무엇보다 일자리의 질이 더 좋아져야 하고, 40대와 제조업의 고용 부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고용시장이 회복세를 보여 참으로 다행스럽다”며 취업자수·고용률·취업률 3대 지표 개선, 취업자 수 4개월 연속 30만 명 이상 증가 등을 거론했다. 이어 “노사민정이 합심해 이뤄낸 지역 상생 일자리도 광주를 시작으로 대구·구미·군산 등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며 “대기업 집단의 순환출자 고리가 대부분 해소됐고 불공정 거래 관행이 해소됐고 상생 경제 규모도 100조 원을 돌파하는 등 공정한 시장경제가 안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근본적인 체질 개선은 성과가 나타나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지만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믿음을 국민께 드릴 수 있어야 한다”며 “국민께서 공감하시도록 끊임없이 설명하고 발걸음을 맞춰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단 하나의 일자리, 단 한건의 투자라도 더 만들 수 있다면 정부는 뭐든 다 할 수 있다는 각오로 여러분부터 앞장 서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해외에서는 우리 경제 펀더멘털이 아주 견고하다고 평가한다”며 “세계경제포럼의 국가경쟁력 순위가 3년 연속 두 계단씩 상승해 141개국 중 13위를 기록했고, 역대 최고의 국가신용등급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가부도 위험지표도 글로벌 금융위기 후 최저치를 경신하는 등 양호한 재정 건전성을 갖고 있다”며 “전 세계 외국인 투자자가 감소하는 가운데 우리나라 외국인 투자자는 작년 사상 최대였고 올해도 목표인 200억 달러를 넘었다”고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역대 최대인 512조 원 규모의 2020년 예산 편성과 관련해 “신산업분야 혁신 예산은 물론 민생·복지·삶의 질 향상 등 포용예산이 대폭 늘었다”며 “우리 경제가 더 역동적이고 따뜻하게 성장할 여건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정책변화 효과가 나타나는 데는 시간과 함께 인내심을 갖고 결실을 본다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일자리와 분배 정책만 해도 정부가 정책 일관성을 지키려고 꾸준히 노력한 결과 최근 그 결실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