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교육청 학교조리사회 조리봉사대(이하 조리봉사대)는 창원시 성산노인 복지관과 연계해 1년에 네 번 ‘어르신 요리교실’ 재능기부 활동을 하고 있다.
경남교육청 ‘학교조리사회 조리봉사대’
최근 나눔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공공부문의 자발적 나눔 사례도 확산하고 있다. 이들은 어려운 이웃에게 음식을 제공하고, 재능 기부를 하는 등 다양한 봉사활동에 나서면서 지역사회에 큰 귀감이 되고 있다. 특히 회원 대부분이 바쁜 직장인인데도 시간을 쪼개 나눔을 펼쳐 지역 주민들에게 큰 사랑을 받는다. 지방자치단체 두 곳의 사례를 통해 나눔을 베푸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조리봉사대는 지역아동센터(굿네이버스)와 협력해 매달 첫째, 셋째, 다섯째 주 수요일마다 저녁봉사를 통해 아이들을 만나고 있다. 사진은 저녁봉사를 위해 준비하는 조리봉사대 회원들의 모습
학교조리사 20여 명으로 만든 재능기부 모임
경상남도교육청 학교조리사회 조리봉사대(이하 조리봉사대)는 집밥으로 이웃의 건강을 지키고 정기적인 재능기부 활동을 하고 있다. “우리가 잘하는 음식 만드는 일로 작은 나눔을 실천하고 싶었다.” 조리봉사대는 이런 뜻으로 다양한 요리를 통해 아동을 비롯한 많은 어르신에게 ‘더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조리봉사대 이승연 회장은 “소소한 나눔인데 많은 분께 알려져 부끄럽다”며 “부족한 부분이 많은 저희를 좋게 봐주셔서 감사한 마음이다”라고 전했다.
조리봉사대는 의령군, 창원시 등 경남 관내에서 근무 중인 학교조리사 20여 명으로 구성된 조리 재능기부 모임이다. 시작은 7~8년 전인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5월, 한국조리사중앙회 경남지회에서 주관하고 경남학교조리사회 주최로 어버이날 행사가 열렸다. 창원 성산 노인복지관 어르신들에게 자장면을 대접하고 마술, 노래 등으로 즐거운 시간을 함께하는 자리였다. 경남학교조리사회 조리사들은 이 자리에서 어르신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이후 뜻이 맞는 조리사들과 정기적인 재능기부 활동에 대한 방향을 논의했다. 그러던 중 복지관에서 어르신을 위한 요리교실 운영 의뢰가 들어왔다. 특히 혼자 사는 남자 어르신이 기초적인 요리도 힘들어한다는 얘기를 듣자 귀가 솔깃해졌다. 조리의 노하우와 영양에 대한 정보를 통해 어르신의 자립을 돕는 일인데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어르신 요리교실’로 본격적인 재능 나눔 봉사가 시작됐다.
1년에 네 번, 분기마다 한 번씩 열리는 수업에는 20여 명의 어르신이 참여할 만큼 인기가 높다. 1시간에서 1시간 30분간 진행되는 수업에서 조리봉사대는 어르신이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메뉴를 선정해 함께 요리하고 음식도 나눠가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이 회장은 “어르신이 집으로 돌아가셔서 실습해보고 이런저런 궁금증을 질문하실 때면 큰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또 “우리에게 배운 음식을 손자에게 손수 만들어주고 칭찬을 들었다며 수줍게 말씀하시는 어르신의 입가에서 행복한 미소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조리봉사대가 저녁봉사에서 준비한 음식들| 경상남도교육청 학교조리사회 조리봉사대
“즐겁고 행복한 마음으로 봉사활동”
어르신을 위한 재능 기부를 이어가고 있을 즈음 조리봉사대 회원들은 안타까운 소식을 접했다. 맞벌이하는 가정의 아이들이 방과 후 갈 곳이 마땅치 않아 마을에서 운영하는 공부방에서 지내는데 식사 문제가 고민이라는 내용이었다. 점심은 학교 급식으로 해결하지만 늦은 시간 퇴근하는 맞벌이 가정은 간식이나 저녁을 챙겨주기 어려운 게 현실이었다. 아이들은 배가 고플 때 길거리 음식으로 대충 끼니를 해결했다. 건강하게 자라야 할 아이들의 영양 불균형이 심각해질 수 있는 상황에서 개선책이 시급해 보였다. 이 회장은 “한창 크는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가 아닌가. 아이들이 올바르게 성장하도록 미약한 재주지만 힘을 보태자는 의견에 모두가 동의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후 조리봉사대는 체계적인 나눔을 위해 지역아동센터(굿네이버스)와 협력해 매달 첫째, 셋째, 다섯째 주 수요일마다 저녁봉사를 통해 아이들을 만나고 있다. 2014년부터 시작한 아동 저녁봉사 활동은 어르신 요리교실 봉사와 함께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이 회장은 “고작 한 달에 몇 번이지만 엄마의 마음을 가득 담은 집밥을 아이들에게 먹이고 싶어 모두 즐겁고 행복한 마음으로 봉사활동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눈 맞추며 이름 한 번 불러주고 맛있게 먹으라는 한마디에 아이들은 한 옥타브 높은 톤으로 우렁차게 대답하며 배꼽 인사를 자동 발사한다”며 웃었다. 마지막으로 이 회장에게 본업인 학교조리사 일을 병행하면서 여러 지역에 흩어진 회원들이 모여 정기적인 봉사활동을 이어가는 게 힘들지 않으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우리가 가진 재주가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함께 나눔으로 보람을 느끼며 인생을 더욱 풍요하게 만들어주고 있다”고 대답했다.
강민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