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은 어떤 사람들을 일컫는 것인가. 정책의 주요 대상이 서민이라는 점에서 서민의 개념을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안타깝게도 서민에 대한 정확한 개념은 아직까지 정립돼 있지 않다. 막연하게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을 지칭할 뿐이다.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저소득층, 빈곤층, 중산층 등 용어와의 구분도 불명확하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2010년 전국을 대표하는 20~69세 연령층 1천1백명을 대상으로 서민의 개념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이 조사 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소득과 재산에 따라 ‘서민’을 판단해야 한다는 의견을 가장 많이 제시했다. 당시 조사에서는 저소득층을 포함한 중간 소득 이하의 계층을 서민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이 결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소득을 기준으로 서민을 규정하지 않고, 보다 폭넓게 개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는 ‘타인이나 사회적 지원을 받아야 적절한 수준의 생활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서민이라 하고, ‘스스로 적절한 수준의 생활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중산층 이상으로 보는 것이다. 사회서비스가 선진 복지국가의 핵심 복지정책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것이 가장 적합한 서민의 개념이 아닌가 생각한다.
조사 결과를 분석하면, 우리 국민은 85.9퍼센트가 자신이 서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서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비율은 12.1퍼센트에 불과하였다. 이들이 서민이라고 판단하는 근거는 ‘소득이 낮아서’가 가장 많았고, 다음은 ‘재산이 적어서’, ‘직위가 낮아서’, ‘교육을 많이 받지 못해서’ 등이었다. 이런 결과는 우리나라 국민이 상대적 빈곤감 때문에 얼마나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짐작게 한다.
정부는 친서민정책으로 보금자리주택 공급, 대학생 학자금 대출, 긴급생계지원, 서민대출상품, 저소득층 자립지원,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 사회적기업 활성화, 희망근로 프로젝트, 건강취약계층 지원, 보육료 지원 및 아동 돌봄 서비스 강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그렇지만 정부의 친서민정책 수혜자는 별로 많지 않은 실정이다.
비교적 이용률이 높은 정책은 ‘대학생 학자금 대출’과 ‘보육료 지원 및 아동 돌봄 서비스’였다. 그 외의 정책은 이용률이 낮아 접근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친서민정책을 이용하고 있다 하더라도 만족도는 크게 높지 않다는 지적도 많았다.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파악한 결과에 의하면, ‘긴급생계지원’, ‘보육료 지원 및 아동 돌봄 서비스’, ‘대학생 학자금 대출’ 등이 상대적으로 높은 만족도를 보일 뿐 대부분 만족도가 그리 높지 않았다.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 ‘사회적기업 활성화’, ‘서민대출상품’, ‘건강취약계층 지원’, ‘보금자리주택 공급’ 등의 친서민정책은 오히려 불만족도가 높았다.
정부의 끊임없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서민들은 여전히 어려운 상태에 있으며, 정책 효과는 한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는 현행 친서민정책의 내실화와 새로운 다양한 정책의 개발·추진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서민들은 ‘가계살림(생계비) 부담’과 ‘자녀보육·교육비 부담’을 강하게 느끼고 있었으며, 그 외에도 서민들이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것은 ‘주거비 부담’, ‘고용불안정’, ‘보건의료비 부담’ 등이었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계속되고 있으며, 향후에도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란 점은 세계인이 모두 공감하고 있다. 이는 서민들의 생활이 조만간 나아질 것을 기대하기 어렵고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배가(倍加)돼야 함을 의미한다.
우리 국민들이 생각하는 가장 우선적인 친서민정책은 ‘물가안정’과 ‘청년실업해소’였다. 또한 현행 친서민정책 중 가장 중요한 정책으로 ‘일자리 창출’을 제안했다는 점을 향후 정책의 입안 및 추진과정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서민정책을 추진함에 있어서 ‘정책의 접근도’를 높이기 위한 정책의 내실화 및 홍보강화가 뒷받침돼야 한다. 다시 말해 현행정책 중 이용률은 낮으나 수혜자의 만족도가 높은 ‘긴급생계지원’에 대한 이용률 제고, 대상자 확대, 지원 수준 증대가 필요하다.
이용률과 만족도가 동시에 낮음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친서민정책으로 제시한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과 ‘저소득층 자립지원’ 정책의 이용률 및 만족도를 동시에 제고할 수 있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물론 만족도가 비교적 높은 ‘보육료 지원 및 아동 돌봄 서비스’와 ‘대학생 학자금 대출’은 정책대상을 확대하고, 지원수준을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서민들이 중요하게 판단하고 있는 대학등록금 인하, 사교육비 근절, 세금완화, 비정규직 해결, 농촌지역 경제 활성화, 대출상품의 간편화 등이 서민정책의 입안 과정에서 적극 반영해야 할 것임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세계적 금융위기로 인하여 많은 국민이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인식하고, 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서민정책을 추진하며, 정책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여 정책의 효과성을 극대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좋은 정부가 되는 길은 우리 국민의 생활형편은 어떠하며,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를 국민의 입장에서 항상 읽고, 그들의 뜻을 존중하며 원하는 바를 정책화하여 추진하는 것이다.
글·김승권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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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