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9월 24일 오후(현지 시간) 뉴욕 유엔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유엔과 모든 회원국들에 한반도의 허리를 가로지르는 비무장지대(DMZ)를 국제평화지대로 만들자는 제안을 하고자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9월 24일(현지 시각)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4차 유엔총회 연설에서 “판문점과 개성을 잇는 지역을 평화협력지구로 지정해 남과 북, 국제사회가 함께 한반도 번영을 설계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꿔내자”며 이렇게 말했다.
▶문 대통령과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9월 24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유엔 기구 함께 지뢰 제거 참여 제안
그는 “비무장지대 안에 남북에 주재 중인 유엔 기구와 평화, 생태, 문화와 관련한 기구 등이 자리 잡아 평화연구와 평화유지(PKO), 군비통제, 신뢰구축 활동의 중심지가 된다면 명실공히 국제적인 평화지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남북 간에 평화가 구축되면 북한과 공동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비무장지대에 매설된 지뢰 제거 작업에 유엔 기구가 함께 참여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비무장지대에는 약 38만 발의 대인지뢰가 매설돼 있는데 한국군이 단독으로 제거하려면 15년이 걸린다”며 “유엔지뢰행동조직 등 국제사회와 협력은 지뢰 제거의 투명성과 안정성을 보장할 뿐 아니라 비무장지대를 단숨에 국제적 협력지대로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년 반, 대화와 협상으로 한반도는 의미 있는 성과를 보여주었다”며 “분단의 상징이던 판문점은 권총 한 자루 없는 비무장 구역이 되었고, 남북한은 함께 비무장지대 내 초소를 철거해 대결의 상징인 비무장지대를 실질적 평화지대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끊임없는 정전협정 위반이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을 높이고 때로는 전쟁의 위협을 고조시켰지만 2018년 9·19 군사합의 이후에는 단 한 건의 위반 행위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한국은 북한의 안전을 보장할 것이고, 북한도 한국의 안전을 보장하길 원한다. 서로의 안전이 보장될 때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빠르게 구축할 수 있다”며 “국제평화지대 구축은 북한의 안전을 제도적·현실적으로 보장하는 동시에 한국도 항구적인 평화를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진정성을 갖고 비핵화를 실천해나간다면 국제사회도 이에 상응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9월 24일 뉴욕 유엔본부 경제사회이사회 회의장에서 열린 간디 탄생 150주년 기념 고위급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청와대사진기자단
과거 성찰과 자유무역의 가치 강조
남북미 대화와 경제협력 진행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화의 장은 여전히 건재하고 남과 북, 미국은 비핵화와 평화뿐 아니라 그 후의 경제협력까지 바라보고 있다”며 “나는 (6월 30일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함께 넘은 북미) 두 정상이 한 걸음 더 큰 걸음을 옮겨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전쟁 불용 △상호 안전 보장 △공동 번영이라는 한반도 문제 3대 해법 원칙을 거듭 언급하면서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으로 칼이 쟁기로 바뀌는 기적이 한반도에서 일어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연설에서 ‘과거에 대한 성찰’과 ‘자유무역의 가치’를 강조했다. 그는 “동아시아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침략과 식민지배의 아픔을 딛고 상호 긴밀히 교류하며, 경제적인 분업과 협업으로 세계사에 유례없는 발전을 이뤄왔다. 자유무역의 공정한 경쟁질서가 그 기반이 됐다”고 밝혔다.
이어 “과거에 대한 진지한 성찰 위에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의 가치를 굳게 지키며 협력할 때 우리는 더욱 발전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은 이웃 국가들을 동반자라 생각하며 함께 협력해 한반도와 동아시아, 나아가 아시아 전체로 ‘사람중심, 상생번영의 공동체’를 확장하고자 한다”며 “11월 한국의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한·메콩 정상회의’가 그 초석을 놓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인 9월 23일(현지 시각)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는 두 정상이 한미 양국이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를 구축할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월 23일 오후 (현지 시간) 미국 뉴욕 인터콘티넨털 바클레이 호텔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청와대사진기자단
한미 정상, “북과 관계 전환해 70년 적대 관계 종식”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한미정상회담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미 양국이 북한과 관계를 전환해 70년 가까이 지속한 적대 관계를 종식하고,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를 구축할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전했다. 그는 “두 정상이 북미 실무협상에서 조기에 실질적 성과를 내기 위한 방안에 관한 의견을 교환했다”며 이렇게 밝혔다.
고 대변인은 “두 정상은 한미동맹이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 및 안보에 핵심축으로서 추호의 흔들림도 없다는 점을 재확인했다”며 “두 정상은 양국 간 경제협력을 포함해 호혜적이고 포괄적인 방향으로 한미동맹을 지속·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두 정상이 조기에 북미 실무협상이 열려 실질적 진전을 이뤄야 한다는 점에 의견을 같이했다”며 “북한에 대해 무력을 행사하지 않고 비핵화 시에는 밝은 미래를 준다는 기존 공약을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합의에 기초해 한반도 평화를 실질적으로 정착시키려는 진전 의지가 강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제재에 관해서는 유지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제재 완화나 종전 선언 등) 구체적인 내용은 말씀드리지 못하지만 제재를 유지해야 한다는 말은 나왔다”며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 재개에 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고 말했다.
회담에서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에 관한 논의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두 정상은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관련해 각자의 기본 입장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그는 “문 대통령은 합리적 수준의 공평한 분담을 강조했다”며 “우리 정부 들어 지속해서 증가하는 국방예산과 미국산 무기 구매 증가, 방위비 증가 등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을 위한 정부 기여 내용을 상세히 설명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미국 무기 구매와 관련해 지난 10년과 향후 3년간 우리 자료와 계획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두 정상이 11차 분담금 협상에서 상호 호혜적이고 만족할 만한 결과를 도출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같은 날 뉴욕 허드슨야드에서 녹색성장 및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P4G) 정상회의 준비행사 참석 후 KT 홍보관에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비무장지대(DMZ) 마을밭에 물을 준 뒤 김동구 이장과 영상통화하고 있다.│청와대사진기자단
IOC 위원장과 올림픽 남북 공동유치 논의
한편 문 대통령은 9월 24일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을 접견하고, 2032년 하계올림픽의 남북 공동유치, 2020도쿄올림픽 개막식 남북 공동입장 등 IOC와의 실질 협력 증진 방안 등에 대해 폭넓게 논의했다. 문 대통령은 2032년 하계올림픽 남북 공동유치에 대한 바흐 위원장의 관심과 지원에 사의를 표명하고, 남북 공동유치 및 개최를 위해 한국과 IOC 간의 적극적인 협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접견을 통해 2032년 하계올림픽 남북 공동유치 및 2020도쿄올림픽 개막식 남북 공동입장을 위한 한국과 IOC 간 협력이 한층 더 확대·심화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으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9월 23일 문 대통령은 유엔총회 회의장에서 열린 ‘기후행동 정상회의’에 참석, 기조연설을 통해 ‘지속가능 발전과 기후환경변화 대응’을 위해 녹색기후기금(GCF)에 대한 한국의 재원 공여를 2배로 증액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제2차 P4G(녹색성장 및 글로벌목표 2030을 위한 연대) 정상회의의 2020년 서울 개최를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국은 국경을 넘어 인류의 포용성을 강화하기 위해 다자주의적 노력에 함께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청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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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