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파제스’ 운영하는 육아휴직 아빠 오상욱 씨
한 임산부가 침대에 누워 진통을 겪는다. 남편은 아내 손을 잡고 ‘숨 쉬고, 내쉬고’를 반복하며 호흡을 돕는다. 진통 주기를 꼼꼼히 체크하며 아내와 병원으로 향한 남편은 아내 곁에서 아이가 태어나기까지 순간을 함께한다. 호흡에 어려움을 겪는 아내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잘하고 있어, 잘하고 있어’라고 말하는 남편의 얼굴에서 걱정과 미안함이 엿보인다. 그리고 시간은 어느새 새벽 4시 14분. 예쁜 딸이 태어나자 남편은 눈물을 훔치며 말한다. “우리 딸이 나왔어요. 감사합니다.”
1월 9일 ‘파파제스’라는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출산 영상, 아빠의 탄생’ 내용이다. 한 남자가 아내의 진통과 분만을 곁에서 지켜보며 아이를 만나기까지 과정이 참 감동적이다. “요즘처럼 서로 혐오가 가득하고, 이해가 없는 세상에 질려가고 있었는데 참 보기 예쁘고 감동적이네요.” “주책스럽게 제가 다 울고 갑니다.” “와~ 오랜만에 눈물이 다 나네. 저도 꼭 제 아내를 사랑하고 배려하는 남편이 되겠습니다.” 영상에 달린 댓글의 온도는 하나같이 이렇게 따뜻하다.
파파제스에는 한 남자와 여자가 사랑을 하고,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고, 그 아이를 함께 키우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아내 곁에서 출산 준비부터 육아, 가사 노동 등을 꼼꼼하게 살피는 남편의 모습에 감동해 ‘좋아요’를 누르는 이들이 많다.
이 채널은 회사원 오상욱 씨와 그의 아내 한여울 씨 그리고 두 사람의 소중한 딸 로라가 함께 만들고 있다. 구독자 수만 1만 8904명(9월 11일 기준). 1월 2일부터 남성 육아휴직을 시작한 오 씨와 아내가 공동육아 하는 내용이 주요 콘텐츠다. 2018년 12월 18일 태어난 로라가 무럭무럭 자라는 모습과 부부가 아이를 키우는 일상 그리고 ‘모유 수유에 대한 모든 것’ ‘가족끼리 아이들 데리고 가볼 만한 곳’ 등 각종 육아 정보, 연애·결혼·사랑과 관련한 사연을 제보받아 답해주는 ‘연·결·사’ 등 정보도 알차게 담았다.
육아휴직 하며 완전히 새로운 경험
아내 한 씨가 출산하는 과정을 영상으로 올린 게 시작이었다. 생각보다 댓글 반응이 뜨거웠고, 이후 유튜브에 꾸준히 일상 영상을 올렸다. 오 씨는 “유튜브는 오락용으로 많이 보는데 출산 과정을 통해 새 생명이 태어나는 걸 보고 사람들 마음에 감동이 밀려왔던 것 같아요. 댓글을 보면 ‘내 아이 태어날 때가 생각난다’ ‘아직 출산을 안 해봤지만 나도 저렇게 태어났을 텐데 부모님께 감사드린다’ 등 따뜻한 반응들이 있어 저도 놀랐습니다”라고 말했다. 파파제스에서 조회 수가 가장 높은 이 영상에는 외국 사람들의 댓글도 많이 달리는 중이다.
사람들이 파파제스에 올라오는 영상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따뜻한 가정, 살가운 남편이자 아빠의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전 비혼주의자였는데 결혼하고 싶어요.” “와! 이런 남자가 실존하다니. 최고의 남자!” 이런 댓글도 보인다.
오 씨가 애초에 육아휴직을 하게 된 데는 계기가 있었다. 오 씨는 “예전부터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면 사랑하는 이와 함께 아이를 돌보고, 집안일을 하는 게 꿈이었어요. 실제로 아내가 임신한 상태에서 움직이는 게 어려워지면서부터 하루 종일 혼자 있다가 퇴근하는 저만 기다리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안 좋더라고요. 마침 제가 다니는 회사에 남성 육아휴직 제도가 있어서 신청하게 됐죠”라고 말했다.
아내와 공동육아를 통해 오 씨는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하는 중이다. 그 경험이 뭔지 묻자 오 씨는 “육아가 이렇게 힘든 건지 몰랐어요”라는 말부터 꺼냈다. “아기를 돌본다는 게 그냥 눈으로 살펴보는 게 아니라 아기가 깨어 있는 모든 순간을 곁에서 지켜보며 감정을 나누는 거잖아요. 육체노동이면서 정신노동이죠. 물론 이 노동은 잘 때도 계속돼요. 아기들이 새벽에 깨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재우는 것도 정말 힘들더라고요. 예를 들어 아기가 막 울 때는 안고 달래야 하잖아요. 저는 그걸 ‘재난경보문자’라고 표현해요.(웃음) 실제 재난경보문자라면 휴대폰을 끄면 되지만 아이 울음소리는 그렇게 할 수 없죠. 온갖 방법을 다 써서 아이를 달래야 하는데 정말 쉽지 않더라고요.”
육아와 가사 등이 힘들긴 하지만 오 씨는 육아휴직을 쓴 데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 오 씨는 “출산은 어쩔 수 없이 아내가 전적으로 할 수밖에 없더라도 가사와 육아는 남자도 충분히 할 수 있는데 많은 이들이 이를 간과하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파파제스’의 주인공인 오상욱씨 가족. 오상욱 씨와 그의 딸 오로라 양, 아내 한여울 씨(맨 왼쪽부터) | 오상욱 씨
“남편·아빠 역할에는 은퇴 없다”
유튜브 채널을 시작하면서 일상에서 이들을 알아보는 사람들도 하나둘씩 생기고 있다. 오 씨는 “부모님께 아이 맡겨놓고 집 앞 워터파크에서 아내와 둘이 개구쟁이처럼 논 적이 있는데 미끄럼틀 안전요원께서 저희를 알아보고는 ‘파파제스’ 아니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수영복에 수영모를 썼는데도 알아봐주시니 좋으면서도 민망했던 순간이었어요”라며 웃었다.
오 씨 부부 역시 유튜브 채널을 통해 좋은 정보를 많이 얻는 중이다. 오 씨는 “집에서 육아를 하다 보면 밖에 나가는 게 쉽지 않으니까 정보의 한계가 있는데 저희 부부 역시 유튜브 채널을 통해 육아 선배들이 올리는 정보를 참고하며 소통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아빠들의 육아 멘토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오 씨는 육아휴직 앞에서 고민하는 아빠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많은 아빠들이 육아휴직을 쓸까 고민할 때 회사에서 인사고과, 진급 등의 문제로 불이익을 받을까 봐 걱정할 텐데요. 그런 것도 중요하지만 아빠로서, 좋은 남편으로서 진급하는 것도 정말 중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회사는 은퇴가 있지만 가정 내 남편, 아빠 역할은 은퇴가 없잖아요.(웃음)”
한편 오 씨는 아이를 기르는 한 부모로서 우리 사회에 하고 싶은 이야기도 덧붙였다. “우리 사회에 아이에 대한 배려가 너무 없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있어요. 예를 들어 저희가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있거나 아기 띠를 하고 횡단보도 앞에 서 있는데 차들이 진짜 무서운 속도로 휙 지나갈 때가 있어요. 아기를 안전한 환경에서 키울 수 있는 사회적 환경, 어른들의 준비와 배려 등이 부족하다 생각될 때가 많죠. 사회적으로 아이들을 배려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으면 좋겠습니다.”
김청연 기자
추천 유튜브 ‘식츙이’
육아 유튜브를 하다 보니 저처럼 육아하는 분들 유튜브를 많이 보게 돼요. 자주 보는 채널은 ‘식츙이’라는 육아 채널이에요. 구독자도 10만 정도 되는 인기 채널로 아들 둘 키우는 주부의 일상을 담고 있습니다. 개그맨보다 더 재미있는 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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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