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을 넘어 다시 평화로

2019.07.08 최신호 보기


l▶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월 30일 오후 판문점에서 두손을 맞잡고 대화하고 있다. 가운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연합

6월 30일 오후 3시 44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 문을 열고 군사분계선(MDL)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천천히 걸음을 내딛던 그의 앞에는 1분 뒤 3시 45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마주하고 서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향해 “제가 경계석을 넘어가길 바라십니까. 그렇다면 영광입니다”라고 물었고 김 위원장이 동의했다. 두 정상은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측으로 향했다. 이로써 트럼프 대통령은 ‘사상 처음으로 북한 땅을 밟은 미국 대통령’이 됐다.

j▶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6월 30일 오후 판문점 군사분계선 북측지역에서 인사한 뒤 남측으로 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념사진을 찍은 뒤 1분 만에 김 위원장과 함께 남측으로 넘어왔다. 두 정상이 5분가량 대화를 나눈 뒤 오후 3시 51분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합류했다. 남북미 정상 세 사람이 사상 첫 동시 만남을 갖는 역사적인 장면이 펼쳐졌다. 남북미 정상은 환한 미소로 악수를 주고받고, 둥그렇게 모여 대화를 나눴다.

l▶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트럼프 대통령이 6월 30일 경기 파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자유의 집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청와대사진기자단

오후 3시 59분부터 북미 두 정상은 단독 회담에 돌입했다. 회담 시간은 예상보다 길어져 53분 동안 이어졌다. 사실상 3차 북미정상회담이었다. 오후 4시 52분, 단독 회동을 마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별도 대기실에서 기다리던 문 대통령이 함께 자유의 집을 나섰다. 세 정상 모두 회동 결과가 만족스럽다는 듯이 밝고 환한 표정이었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분계선까지 함께 걸어가 김 위원장을 배웅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포옹을 나누기도 했다. 이후 한미 정상은 다시 자유의 집으로 돌아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만남에 대해 “상당히 좋은 회의를 했다. 오늘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역사적인 순간이자 역사적인 날”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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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적절한 시기에 미국으로 오시라고 초청했다”고 밝히며 “김 위원장이 ‘언제든 원할 때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l▶문재인 대통령이 6월 29일 오후 청와대에서 G20 정상회의를 마치고 방한한 트럼프 대통령과 만찬 전 트럼프 대통령 딸 이방카 부부, 박세리 여자골프 국가대표팀 감독 등과 함께 상춘재앞에서 환담을 하고있다.

실무진을 꾸려 비핵화 협상과 3차 북미정상회담 개최에 관한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사실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주도로 2~3주 내 실무팀을 구성해 실무협상을 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우리는 각각 대표를 지정해 포괄적인 협상과 합의를 하겠다는 점에 합의했다”며 “복잡한 많은 일이 남았지만 우리는 이제 실무진의 논의를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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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경제제재와 관련한 언급도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언젠가는 해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협상을 진행하다 보면 해제도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향후 실무협상에 대해 “서두르지 않겠다”고도 밝혔다. 문 대통령은 남북미 정상의 판문점 만남에 대해 “적대 관계 종식과 새로운 평화 시대의 시작을 선언한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7월 2일 국무회의에서 “남북에 이어 북미 간에도 문서상의 성명은 아니지만 사실상의 행동으로 적대관계의 종식과 새로운 평화시대의 본격적인 시작을 선언했다고 말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사상 첫 남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을 통해, 한반도가 과거 전쟁과 같은 적대적 상태로 되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고 못을 박은 셈이다. 문 대통령은 “앞으로 이어질 북미 대화에 있어서 늘 그런 사실을 상기하고 그 의미를 되새기면서 대화의 토대로 삼아 나간다면 반드시 훌륭한 결실이 맺어질 것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l▶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6월 30일 오후 경기 파주 캠프 보니파스 북쪽의 최북단 ‘오울렛초소’를 찾아 북한 쪽을 살펴보고 있다.│청와대사진기자단

l▶트럼프 대통령이 6월 30일 오후 판문점을 방문해 자유의 집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대화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한겨레

또 이번 만남이 과거와 다른 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정전협정 66년 만에 사상 최초로 당사국인 북한과 미국의 정상이 군사분계선에서 두 손을 마주 잡았고, 미국의 정상이 특별한 경호 조처 없이 북한 정상의 아내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 땅을 밟았다”며 “특히 양국 대통령이 군복이나 방탄복이 아닌 양복과 넥타이 차림으로 최전방GP(경계초소)를 방문한 것도 사상 최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 모든 일은 정상들 간 신뢰뿐 아니라 판문점 일대 공동경비구역이 비무장화되는 등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크게 완화돼서 가능한 일이었다”며 “제가 평소에 늘 강조해 온 것처럼 남북관계 개선과 북미대화 진전이 선순환 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다시 강조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l▶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회동을 마친뒤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소감을 말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청와대사진기자단

l▶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6월 30일 오후 청와대에서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청와대사진기자단

이날 문 대통령은 3차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해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프로세스에 있어 큰 고개를 넘었다고 생각한다”며 “전 세계와 남북 8000만 겨레에게 큰 희망을 줬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른 시일 안에 (북미가) 실무협상에 돌입하기로 한 것만으로도 좋은 결과가 성큼 눈앞에 다가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원래는 오울렛 지피(GP)만 방문할 예정이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의 대담한 제안에 따라 역사적인 만남이 이뤄졌다”며 “과감하고 독창적인 접근 방식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을 향해 “북미 간 대화를 할 것이며, 물론 그 자리에는 문 대통령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청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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