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단절 병영문화 ‘사회와 대화’로 열려

2019.06.10 최신호 보기


l▶경기도 가평군 소재 한 군부대생활관에서 오후 일과를 마친 병사들이 통화와 문자메시지 전송, 인터넷 강의 시청 등을 위해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다.│한겨레

병사 일과 후 휴대전화·외출 허용
병영생활이 확 달라졌다. 평일에 일과가 끝나면 외출을 나가 친구를 만나거나 전우들과 부대 인근 맛집을 탐방하고 영화를 보기도 한다. 일과 후에는 휴대전화도 사용할 수 있어 가족과 메시지를 주고받거나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전역 이후의 삶을 준비한다.
우리 군이 일과 이후 휴대전화 사용과 평일 외출을 통해 사회와의 장벽을 차츰 낮추고 있다. 사회와의 단절이 군기로 여겨졌던 것에서 벗어나 병사들의 사회 단절감을 줄이기 위해서다. 2월부터 휴대전화의 경우 평일에는 오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사용 가능하고, 휴일엔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부대 내 보안 취약 구역을 제외한 모든 구역에서 사용할 수 있다.

이렇게 일정 시간 휴대전화를 쓸 수 있게 되면서 어떤 점이 좋아졌을까. 경기도 가평군 소재 한 군부대에서 복무하는 김 모 병사는 “겨울철 추위 속에서 생활관 밖 공중전화로 통화하는 게 힘들었는데 그 점이 편해져서 좋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금융거래와 물건 구입이 편리해졌다” 반가워했다. 최근 군 장병을 위한 금융상품이 쏟아지고 있지만 휴대전화를 쓸 수 없었을 때는 금융상품 가입에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손 쉽게 금융거래가 가능하고 모바일을 통해 더 편리하고 저렴하게 물건을 살 수 있다는 점도 매력으로 꼽았다.

블루투스와 와이파이는 설치 안해
이뿐 아니다. 요즘 20대의 가장 큰 고민인 ‘취업’과 ‘자기 계발’ 영역에서도 휴대전화를 이용해 좀 더 짜임새 있게 준비할 수 있다. 제대 후 구직 활동과 준비 등에도 휴대전화는 군대 밖 세계를 연결해주는 유용한 도구다. 김 모 병사는 “일과 후 휴대전화로 동영상 강의를 들으며 제대 이후를 준비하는 동료도 많다”면서 “군대는 더 이상 사회와 단절된 곳이 아닌, 전역 후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공간이 됐다”고 말했다.
4월부터는 최전방 일반전초(GOP)에 근무하는 병사들도 일과 후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다. GOP에도 휴대전화 사용이 가능해지면서 외부에 전화를 할 때 공중전화기 앞에서 줄을 서던 모습은 사라지게 됐다.

GOP 근무 병사들은 오후 5시 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휴대전화를 쓸 수 있다. 일반 부대 병사들은 오후 6시부터 사용하지만, GOP 부대는 교대근무 시간 등을 고려해 30분 일찍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휴일에는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허용된다. GOP에서는 보안 구역을 제외하곤 모든 곳에서 자유롭게 통화할 수 있다. 휴대전화는 GOP 부대 여건을 고려해 생활관에 통합 보관하고 있다.
다만 최전방에 있는 부대 위치와 여건을 고려해 철저한 보안 대책도 마련했다. 휴대전화 ‘관리대장’을 따로 만들었다. 부대에 등록이 된 휴대전화만 사용할 수 있다. 또한 부대 반입신청서와 보안서약서를 작성하고, 부대가 부여하는 등록번호를 전화기에 부착하도록 했다.
휴대전화의 인공위성 위치정보(GPS) 기능은 사용할 수 없다. 부대 내 블루투스와 와이파이도 설치하지 않았다. 훈련 장면 등 보안에 저촉되는 모습이나 내용은 휴대전화에 저장하면 안 된다. 보안업무 담당관이 보안사고 예방을 위해 병사 동의하에 휴대전화를 점검할 수 있도록 하는 지침도 마련했다.

단결활동 외 개인 용무 외출은 월 2번
또한 국방부는 2월 1일부터 병사들이 평일에 일과 이후 부대 밖으로 외출하는 것을 허용했다. 외출 나온 병사들은 군사대비태세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단결 활동이나 가족·친구 면회, 자기 계발과 개인 용무 등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매번 외출을 나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국방부는 “포상 개념의 분·소대 단위 단결 활동을 제외한 개인 용무를 위한 외출은 월 두 번 이내로 실시한다”고 밝혔다. 외출 인원의 허용 범위도 휴가자를 포함한 부대 병력의 35% 이내로 정했다.
평일 외출을 통해 무엇보다 군 입대로 인한 ‘사회와 단절감’을 줄일 수 있는 효과가 크다. 2018년 4월 경기도 철원의 한 부대로 입대한 박 모 병사는 “평일 외출이 시작되면서 사회와 단절감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휴가나 외박·외출이 아니더라도 한 달에 두 번씩 허용되는 평일 외출을 할 수 있게 되면서다. 그는 “외출을 하면 분대원들과 미리 휴대전화로 검색한 인근 맛집을 찾아갈 수도 있고, PC방에 가서 함께 온라인 게임도 할 수 있다”며 “작은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거나 서적·물품 구입, 병원 진료도 가능하고, 친구가 찾아오면 만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평일 외출로 동료들과 유대감도 더 돈독해지고 있다. 박 모 병사는 “제도가 시행된 뒤 (일과 후) 서점에 가서 읽고 싶었던 책도 읽고 동료들과 밖에서 식사도 한다”며 “매일 보는 동료지만 밖에 나가 친목을 다지니 군 생활의 고립감도 해소되고 동료들과 더 친해지는 것 같아 좋다”고 전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군복 입은 민주 시민인 장병들의 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함으로써 기강이 유지되는 가운데 자율과 창의가 충만한 병영 문화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나가겠다”며 병영 문화 혁신의지를 밝혔다.

심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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