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체 분석가 금창원 대표│곽윤섭 기자
현재까지 전 세계에 알려진 희귀질환은 7000여 개. 희귀질환으로 진단받기까지는 평균 5년이 소요된다. 오진 가능성이 낮은 편도 아니다. 희귀질환 환자들은 질환의 원인을 찾아내고자 엄청난 비용과 시간을 들이다 치료 적기를 놓치곤 한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유전체 분석’이 있다. 혈액이나 침 등에서 유전자(DNA)를 추출·분석해 유전자 변이를 해석하고 희귀질환의 원인을 찾아내는 것이다.
2009년 음식물을 먹을 때마다 내장에 구멍이 생기는 질병에 걸린 미국의 두 살짜리 꼬마 니콜라스 볼커 이야기는 유전체 분석으로 희귀질환의 원인을 밝혀낸 사례다. 100번이 넘는 수술을 받았지만 병명조차 모르던 때, 유전체 분석 과학자들은 2000개 이상 유전자 중 ‘XIAP’라는 유전자의 변이를 원인으로 밝혀냈고, 결국 니콜라스는 완치할 수 있었다.
유전체 의학의 불씨를 당긴 책 <니콜라스 볼커 이야기>의 번역가이기도 한 쓰리빌리언(3billion) 금창원(37) 대표는 ‘유전체 분석가’다. 그가 운영하는 쓰리빌리언은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해 희귀질환 유전자 진단 서비스를 제공하는 바이오 스타트업. 생명공학기업 ‘마크로젠’에서 근무하던 금 대표가 지난 2016년 11월 마크로젠에서 스핀오프(회사분할)해 설립했다. 지난 3월 5일 서울 성동구 헤이그라운드에서 금 대표를 만나봤다.
한 번에 7000개 질병 검사 가능
유전체 분석가는 인간·동식물 등의 유전체 빅데이터를 분석해 질병 예방, 맞춤형 의약품 및 의료서비스를 개발하는 전문가다. 유전체 분석이라고 하면 많은 이들이 ‘소비자 직접 의뢰 유전자 검사’(DTC, direct-to-customer·이하 유전자 검사)를 먼저 떠올린다. 사업 초기, 금 대표도 유전자 검사 상품 개발을 목표로 했지만, 현재는 ‘유전자 진단’ 쪽에 집중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유전자 검사보다 유전자 진단에 더 관심을 둔다고 판단했기 때문.
금 대표는 “건강한 일반인들은 20~30년 후 자신이 어떤 질병에 걸리게 될지엔 큰 관심이 없다”며 “그래서 ‘진단’ 쪽으로 주력 사업 방향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정확히 어떤 질환을 앓고 있는지 진단을 받아야 치료할 수 있기 때문에 희귀질환자들은 질환의 원인을 알고 싶어 한다. 그런 점에서 관련 제품의 시장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희귀질환 유전자 진단은 환자의 유전자를 채취해 유전 정보(게놈)를 해독한 후, 유전자들 중 문제를 일으킨 변이를 해석, 진단하는 식으로 진행한다. 초기 투자자인 마크로젠 쪽에서 게놈 해독 등 실험을 통해 데이터를 생성하면 쓰리빌리언이 ‘변이 해석’을 하고 있다.
유전자 진단은 일반적인 엑스레이나 자기공명영상(MRI)처럼 의사의 권유와 환자의 요구가 결합됐을 때 제공할 수 있다. 금 대표는 “희귀질환자들이 어떤 질병인지를 알고자 할 때 의사가 유전체 분석 등을 권유하고, 환자가 응할 경우 제품을 이용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쓰리빌리언은 질병이 의심되는 환자가 있을 때 한 번에 7000개 질병에 대한 검사를 할 수 있다.
유전체 분석가는 유전체 분석 및 진단 과정에서 엄청나게 많은 데이터를 분석한다. 이 분야에서 일하기 위해 생물학, 의학뿐 아니라 통계학과 컴퓨터공학 관련 지식이 필요한 이유다. 금 대표는 “그런 점에서 유전체 분석은 여러 학문이 융합된 융합 학문”이라고 소개했다.
빅데이터 등을 다루는 탓에 IT 위주로만 공부하면 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금 대표는 “본질적으로 생물학 관련 문제들을 풀어낼 수 있어야 의미가 있는 일”이라며 “따라서 생물학적 지식에 기반해서 문제 인식을 하는 생물정보학자가 유전체 분석의 본질을 더욱 잘 이해하고, 롱런하는 것 같다”고 했다. “IT 분야에서 온 분들이 생물학 공부를 등한시하면 알고리즘 최적화 문제에만 집착할 수 있어요. IT에서는 당면한 문제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풀어내는지가 중요하죠. 바이오 관련 문제에 접근할 때는 효율이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효율성에서 큰 차이가 나면 문제겠지만 무엇보다 정확한 진단을 하는 게 가장 중요하죠.”
생물정보학 분야는 앞으로 전망이 밝다. 미국에선 일반적으로 생물정보학자가 생물학자보다 연봉이 50%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 대표는 “생물정보학은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데이터 분석 능력’, 프로그래밍과 웹, 클라우드를 컨트롤하는 등의 ‘IT 이해력’ 그리고 유전체와 의학에 대한 지식 등을 갖춘 사람을 길러내는 학문”이라며 “해외에서 21세기 가장 섹시한 직업으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손꼽혔던데 바이오 분야도 그럴 것”이라고 했다.
▶쓰리빌리언 누리집
저렴한 치료제 개발 목표
현재까지 쓰리빌리언에서 진단을 받은 희귀환자는 약 1200명. 최근 진단받은 환자 한 명은 의사가 판단했던 것과 다른 진단 결과를 받았다. 금 대표는 “유전체 분석을 통해 진단해보니 기존 병원에서 하던 것과 반대로 식이조절을 했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의료진이 모든 질병에 대한 전문성이 있는 게 아니다 보니 의사 입장에서 자신이 잘 아는 질병 몇 가지에 대해서만 집중할 수밖에 없죠. 그 과정에서 환자는 이 병원, 저 병원 ‘진단 방랑’을 하며 시간을 허비할 수 있어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희귀질환 가진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일이죠.”
희귀질환으로 힘들어하는 이들의 수는 전 세계 4억 명 정도로 추산된다. 금 대표의 목표는 뚜렷하다. 이런 희귀질환자들이 빠르게 진단받을 수 있도록 진단 기술을 보유하고, 데이터 기반의 저렴한 치료제 개발 등을 하는 회사로 성장하는 것.
“의사 한 명이 평생 돌볼 수 있는 환자의 수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죠. 의료 인공지능 분야에서 일하면 전 세계 수억 명의 목숨을 살릴 수도 있어요. 충분히 도전해볼 만한,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청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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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