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실적 따라 최대 500만 원 소액 대출,
코드K 정기예금 이자 5000만 원까지 연 2.0%
지점 없는 인터넷 은행 시대가 열렸다. 국내 최초 인터넷 전문은행 ‘케이뱅크(K-Bank)’가 지난 1년 반 동안의 준비 과정을 거쳐 4월 3일 대국민 서비스에 들어갔다. 새로운 은행의 등장은 1992년 평화은행 이후 처음이다.
케이뱅크는 기존 은행과 달리 자사 지점이 없고 업무 대부분을 모바일 앱이나 인터넷 누리집(kbanknow.com)에서 처리한다. 고정비용이 줄어든 만큼 고객에게 금리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 케이뱅크는 KT를 비롯해 우리은행, NH투자증권, 한국관광공사 등 총 20개 회사가 주주다. 서울 광화문 인근에 본사를 둔 이 회사의 전체 임직원은 200여 명이다.
▶ 케이뱅크의 가입자 수가 출범 이틀 만에 4만 명에 육박했다. 4월 4일 서울 종로구 한 편의점 현금인출기에서 한 시민이 현금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케이뱅크는 계좌 개설부터 대출 신청 등 모든 은행 서비스를 모바일로 처리할 수 있다. ⓒ뉴시스
IT에 기반한 새로운 금융의 집약체
케이뱅크 출범은 소상공인과 서민층 등 금융 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은행 문턱을 낮췄다는 데 의미가 있다. ‘24시간 365일 당신과 가장 가까운 제1금융권 은행’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것도 이 때문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4월 3일 오전 서울 광화문 KT 스퀘어에서 열린 케이뱅크 출범식에서 ‘제4차 산업혁명’을 우리 금융산업의 화두로 언급하며 “케이뱅크는 IT에 기반한 새로운 금융의 집약체”라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인터넷 전문은행의 출범만으로도 시중은행들이 앞다퉈 모바일 플랫폼을 내놓고 서비스를 확대하는 등 금융시장에 새로운 경쟁이 시작됐다”며 “케이뱅크가 시장에 뛰어들면서 경쟁과 혁신의 혜택을 온전히 국민이 누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확 줄인 점포 유지 비용, 기존 IT 플랫폼과의 융합 금융 서비스 등을 통해 수수료는 낮아지고 예금금리가 높아지며 금융이 편리해질 것”이라며 “정교한 신용평가를 토대로 은행 대출에 어려움을 겪는 사회초년생 청년, 소상공인, 서민계층 등을 새롭게 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 전문은행의 등장은 IT·핀테크 분야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 효과도 있다. 실제로 케이뱅크는 금융 및 IT 인력 200여 명을 신규 채용했고 앞으로 더 충원할 계획이다. 정부는 향후 하드웨어, 연구개발 분야 등에 장기적으로 총 2000억 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며, IT·벤처 부문에서 2400명 정도의 고용 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케이뱅크는 ‘새로운 상식을 여는 은행’을 강조하며 ‘혁신적 금융 서비스’를 내세우고 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기존 은행과 어떻게 다를까?
먼저 편리함이다. 스마트폰을 통해 전용 앱(케이뱅크)을 내려받아 설치하면 바로 이용할 수 있다. 물론 누리집(kbanknow.com)에서도 가능하다. 처음 이용하는 고객은 계좌를 만들어야 하는데 모바일(또는 인터넷) 화면에 나타나는 진행 절차를 따르면 된다. 계좌 개설에는 대략 5~10분이 소요된다. 계좌 개설이 끝나면 예금, 송금은 물론 대출도 가능하다. 인증 과정에는 ‘스마트폰 OTP’와 ‘지문’이 사용된다. 기존 은행의 보안카드와 OTP 토큰은 필요 없다.
▶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4월 3일 서울 종로구 KT 스퀘어에서 열린 국내 첫 인터넷 전문은행 케이뱅크 개소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12만 명 대상 5000억 원 규모의 중금리 대출 실시
소액 신용대출을 받고자 하는 고객은 지문 인증과 몇 번의 터치로 300만 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거래 실적에 따라 최대 500만 원까지 가능하다. 대출금리는 일괄적으로 연 5.5%. 예금금리 또한 시중 은행보다 상대적으로 높다. 케이뱅크의 대표 상품인 ‘코드K 정기예금’의 경우 최대 5000만 원까지 연 2.0%(시중 평균 금리 1.44%)의 금리가 적용된다. 이 밖에 자유입출식 예금(금리 연 0.2%)과 정기예금(연 1.2%)을 결합한 ‘듀얼K 입출금 통장’도 있다.
케이뱅크의 또 다른 차별성은 ‘상대적 약자’인 고객에게 유리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기존 제1금융권의 서비스를 받기 어려운 청년, 소상공인, 서민계층 등이 중금리 대출 서비스를 신청하면 특화된 금리(최소 4.2%~)를 적용받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케이뱅크는 앞으로 3년간 12만 명을 대상으로 총 5000억 원까지 ‘중금리 대출’을 제공할 계획이다.
케이뱅크는 수시 입출금 통장의 편리성과 정기예금 수준의 금리가 공존하는 ‘요구불 계좌’ 상품도 내놓았다. 이 계좌는 한 계좌 내에서 사용하지 않을 금액을 미리 설정하면 한 달 뒤에 해당 금액 부문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지급한다.
제휴사와의 협업을 통해 디지털 음원 서비스도 제공한다. 이른바 ‘듣는 이자’다. 예를 들어 300만 원을 정기예금한 고객은 30일 음원 이용권이나 현금 이자(1.68%) 중에서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케이뱅크는 다양한 빅데이터 기반의 신용평가, 인공지능(AI) 자산관리, 음성인식 뱅킹 등 혁신적인 서비스를 주도적으로 선보일 방침이다. 예를 들어 가입자 수 4900만 명인 KT, 350만 개의 BC 가맹점, 60억 건에 달하는 전자통합결제 회사의 데이터베이스 등 주주 회사의 다양한 빅데이터를 활용해 고객을 보다 입체적으로 평가하고 맞춤형 서비스를 개발해 제공할 수있다. 또 위치 기반 기술을 활용해 고객이 있는 장소에 걸맞은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다. 생활자금 관리, 알고리즘 자산운용 등이 결합된 인공지능 기반의 자산관리 프로그램도 활용할 수 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출범 초기에는 개인 고객을 타깃으로 핵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추후에는 모기지론, 간편 결제, 외환 업무, 펀드 판매 등으로 업무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인터넷 전문은행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혁신적 IT 기업이 인터넷 전문은행 경영을 주도할 수 있도록 국회와 협의해 관련 법을 제·개정하는 데 적극 노력할 예정이다.
저소득 청년·대학생 최대 2000만 원 임차보증금 지원
정부는 3월 31일 서울 금융위원회 중회의실에서 제1차 서민금융협의회를 개최하고 ‘서민·취약계층 지원 확대 방안’에 대한 세부안을 논의·확정했다. 이날 회의를 주재한 정은보 금융위 부위원장은 “경기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어려움을 겪는 분들은 바로 서민·취약계층”이라며 “서민 금융정책이 고통받는 서민의 생활 구석구석까지 전달되도록 꼼꼼히 살피겠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서민 금융정책 핵심 방향은 ▲서민 상품 지원 기준 완화 ▲청년·대학생에 대한 금융 지원 대폭 강화 ▲취약계층에 대한 맞춤형 금융 지원 확대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미소금융 지원 기준을 신용등급 ‘7등급 이하’에서 ‘6등급 이하’로, 햇살론·새희망홀씨·바꿔드림론 지원 기준도 ‘연소득 3000만 원 이하’에서 ‘연소득 3500만 원 이하’로 완화했다. 또 새희망홀씨 생계자금 지원 한도를 2500만 원에서 3000만 원으로, 미소금융 긴급생계자금을 500만 원에서 최대 1000만 원까지 확대했다. 청년·대학생의 햇살론 지원 한도를 최대 1200만 원으로 확대하고 상환(5년에서 7년으로) 및 거치기간(4년에서 6년으로)도 각각 2년씩 연장했다. 저소득 청년·대학생을 대상으로 최대 2000만 원 한도의 주거 임차보증금 대출도 신설했다. 그리고 저소득·저신용 취약계층(한부모가족, 조손가족, 다문화가족, 북한이탈주민)에게 최대 1200만 원 한도의 저리(연 3.0%) 생계자금도 지원해주기로 했다(표 참고).
백승구 | 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