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3월 15일로 5주년을 맞았다. 세계 경제 침체로 전반적인 교역량이 감소했지만 한미 간 교역은 오히려 증가세를 보였다.
발효 이후 세계 교역 부진, 유가 하락 등 어려운 대외여건 속에서도 한미 교역은 FTA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증가세를 기록하며 상호 호혜적 성과를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발효 후 양국 간 교역 증가에 힘입어 한미 모두 상대 수입시장에서 점유율이 큰 폭으로 상승하는 등 성과가 구체적인 수치로 나타났다.
5주년을 맞아 산업통상자원부와 무역협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발효 이후 5년간 세계 교역은 연평균 2.0% 감소했고, 한국의 대세계 교역은 3.5% 감소한 반면 대미 교역은 연평균 1.7%씩 증가했다. 이렇듯 한미 FTA는 지난 5년간 무역 측면에서 양국 모두에 적지 않은 성과를 가져다준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대미 수출입업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대체로 FTA가 수출 확대 및 비용 절감에 도움이 됐다고 답했다. 대미 수출입업체 487개사의 68.0%가 한미 FTA를 수출입에 활용하고 있었으며, 79.5%는 FTA가 기업경영에 도움이 됐다고 답했다.
수출 주력업체는 FTA가 도움이 된 이유로 미국 시장에서 우리 상품에 대한 인지도가 개선되는 간접효과가 발생해 신규 거래선을 발굴할 수 있었음을 들었다. 수입 주력업체 역시 FTA에 따른 관세인하로 자사의 비용 절감 효과가 나타나 시장가격이 낮아져서 마케팅에 도움이 됐다고 응답했다.
▶ 3월 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한미 FTA 발효 5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손뼉을 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김종훈 전 한미 FTA 한국측 수석대표, 웬디 커틀러 전 한미FTA 미국측 수석대표,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인호 한국무역협회 회장, 데이비드 럭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전 회장, 존 슐트 주한미국상공회의소 대표. ⓒ뉴시스
수출에 도움 된 한미 FTA
한국과 미국 간 상품무역의 관세 철폐 등에 관한 규정을 담은 한미 FTA는 2012년 3월 15일 0시 발효했다. 2006년 6월 처음 협상을 시작한 지 5년 9개월 만의 결과였다.
한미 FTA는 수출에 큰 도움이 됐다. 한미 FTA 발효 후 수출은 경기회복에 따른 미국의 수입수요 확대 등으로 4년 차까지 증가세를 지속했으나 5년 차인 2016년 전년 대비 2.6% 감소한 699억 3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비록 2016년 FTA 수혜품목 수출은 전년 대비 6.0% 감소했으나 비중이 높은 승용차가 2016년부터 수혜품목에 포함됨에 따라 총수출 내 비중이 54.6%로 증가했다.
발효 이후 5년간 한국의 대미 수출은 경쟁국에 비해 양호한 성과를 보였다. 발효 1~4년 차 동안 FTA 수혜품목의 대미 수출은 미국의 대세계 수입 증가율을 상회하며 경쟁국인 일본, 중국, 대만보다 안정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미 FTA의 성과는 수치로 드러난다. 한미 FTA 발효 이후 대미 수출은 5년간 연평균 3.4% 증가해 다른 주요 국가 수출에 비해 양호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지난 5년간 대미 수출 증가율은 선진 경제권인 EU, 일본, 중국, 아세안(ASEAN) 등 주요 신흥시장의 수출 증가율을 상회했다. 대미 수출이 감소세로 전환된 2015년 이후에도 세계 수출 감소율에 비해 낮은 감소폭을 보였다.
한미 FTA 발효 이후 한국의 대미 수입은 연평균 0.6% 소폭 감소해 한국의 세계 수입이 연평균 5.0% 감소한 데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감소율을 기록했다. 한국의 대미 수입은 발효 이후 2014년을 제외하고 모두 전년 대비 감소했으나 주요 수입 상대국인 아세안(-3.6%), 일본(-7.0%)의 수입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낮은 감소세를 나타냈다.
승용차, 자동차 부품, 무선전화기 수출 비중이 높은 가운데 발효 이후 항공기 부품, 승용차, 의약품 수입이 증가세를 보였다. 발효 이후 5년간 승용차(12.4%), 자동차 부품(6.1%), 제트유 및 등유(3.4%) 등이 수출을 주도했다. 수입의 경우 항공기 부품(12.4%), 승용차(37.1%), 의약품(12.9%) 수입이 증가한 반면 비중이 높은 사료 수입은 큰 폭으로 감소(-10.6%)했다.
▶ 양국 간 교역 증가에 힘입어 한미 모두 상대국 수입시장에서 점유율이 크게 상승했다. 부산 감만부두의 모습. ⓒ뉴시스
한국·미국 모두 점유율 상승, 상호 이득
양국 간 교역 증가에 힘입어 한미 모두 상대국 수입시장에서 점유율이 크게 상승했다. 한국은 미국 수입시장 점유율이 2.6%에서 3.2%로, 미국은 한국 수입시장 점유율이 8.5%에서 10.6%로 올랐다. 미국의 점유율은 2007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해 미국의 입장에서도 한미 FTA는 큰 이득이 되었다.
한국은 상품무역, 미국은 서비스무역에서 강한 모습을 보였다. 한국의 상품수지 흑자는 2011년 116억 달러에서 2016년 233억 달러로 확대됐다. 미국은 서비스수지 흑자가 2011년 109억 달러에서 2015년 141억 달러로 늘었다. FTA 특혜관세 혜택품목은 2012년 3521개에서 2016년 4111개로 증가했다.
한미 FTA 체결 당시 가장 우려했던 미국산 농축수산물 수입은 지난 5년간 오히려 감소했다.미국산 농축수산물 수입액은 FTA 발효 전인 2011년 73억 3000만 달러에서 2016년 67억 2000만 달러로 1.7% 줄었다. 곡류(밀·옥수수·대두)는 12.6% 감소했다. 가장 활발한 교역을 보인 품목은 자동차로, 수출과 수입이 연평균 각각 12.4%, 37.1% 늘었다.
한미 FTA 활용팁 10
한미 FTA 5주년을 맞아 한국무역협회 FTA 종합지원센터가 ‘우리 기업들이 알아야 할 한미 FTA 활용 멘터링 10선’을 공개했다. 활용 팁은 우리 기업이 주로 문의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정리했다.
1 원산지 증명을 통해 미국의 기본관세뿐 아니라 행정수수료도 절감할 수 있다.
2 원산지 증명서 서식은 필수 기재사항만 작성한다면 어떤 서식을 사용해도 무방하다.
3 수입자가 원산지 증명서를 작성하는 일은 가급적 지양하자.
4 원산지 증명서상 ‘원산지 결정기준 표기’는 W/O(완전 생산기준), PSR(품목별 원산지 결정기준), PE(양 당사국 재료생산기준) 중 하나를 표시해야 한다.
5 원산지 포괄 증명서 활용 시 ‘포괄 증명기간 내에 선적되었는지 여부’가 중요하며 소급발급, 선발급 모두 가능하다.
6 수리·개조의 목적으로 한국-미국 간 물품이 동시 한미 FTA를 활용하면 물품을 포함한 수리·개조 비용, 왕복운임 및 보험료 등의 비용에 대해서도 면세가 가능하다.
7 수출국과 수입국 간 HS 코드가 상이한 경우 최대한 ‘수입국의 HS 코드’로 품목을 분류하는 것이 추후 원산지 사후검증 시 문제 발생의 소지를 줄일 수 있다.
8 섬유 관련 물품은 원산지 결정기준이 엄격하므로 특별히 전략적으로 관리하자.
9 미국 세관으로부터 사후검증과 관련해 불필요한 자료 제출을 요청받은 경우 수입자를 경유하지 말고 직접 대응하는 것이 좋다.
10 동일한 수출물품에 대해 미국 세관 두 곳에서 동시 사후검증 요청을 받은 경우 한 곳으로 정리해 검증에 대응하자.
이정현 | 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