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창의성 축제 칸 라이언즈 현장 중계

2018.07.01 최신호 보기

프랑스 칸 현지 시간으로 6월 18일부터 22일까지 닷새 동안 2018 칸 라이언즈(Cannes Lions) 국제 창의성 축제(International Creativity Festival)가 열렸다. 예전의 칸 국제광고제가 축제 성격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팔레 데 페스티발 일원에서 개최된 2018 칸 라이언즈에는 90개국에서 출품된 3만 2372점의 작품이 26개 부문에서 경쟁했다. 한국은 291점의 작품을 출품했으며 네 명이 심사위원으로 위촉받아 수상작 선정에도 참여했다. 2017년에 비해 브랜드 수는 84% 늘었고, 미디어 기업 사주의 참관율은 59% 증가했다. 기존의 8일 일정을 5일로 줄이고 마케터와 브랜드 관련 세미나를 대폭 늘린 것이 이번 칸 라이언즈의 형식적인 특징이다.

2017년 세인트마크상 수상자 데이비드 드로가 회장이 키노트 연설을 하고 있다.

2017년 세인트마크상(칸 라이언즈 공로상 ) 수상자 데이비드 드로가(David Droga) 회장이 키노트 연설을 하고 있다.

6월 18일, 2017년 세인트마크상(칸 라이언즈 공로상) 수상자 데이비드 드로가(David Droga) 회장의 키노트 연설을 필두로 칸 라이언즈 축제의 막이 열렸다. 2006년 창업한 이래 세계에서 가장 창의적인 회사로 평가받는 ‘드로가5’의 창업자이자 CEO인 그는 우편물을 분류하는 일을 하며 소년기를 보냈다. “내가 아닌 누군가가 되려고 노력하는 것은 효과가 없다.” 역대 칸 라이언즈에서 가장 많은 상을 받았던 그는 이렇게 말하며 모든 크리에이터가 자기만의 색깔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2018 칸 라이언즈 행사장 전경

2018 칸 라이언즈 행사장 전경 ⓒ김병희

2018 칸 라이언즈의 내용적 특징은 아침부터 온종일 진행된 세미나와 저녁마다 6~7시부터 진행된 각 부문별 수상작 발표로 요약할 수 있다. 먼저 부문별 그랑프리를 수상한 대표적인 사례 몇 가지를 살펴보자. 

국제 창의성 축제 칸 라이언즈 현장 사진

1 제일기획에서 제작한 서울시의 ‘피카부(Peek-A-Boo, 까꿍) 마스크’
2 이노션이 제작한 현대자동차의 ‘재잘재잘 스쿨버스(Chatty School Bus)’
3 미국 하버픽처가 제작한 미국의 장기기증 캠페인 ‘코라존 : 당신의 마음
을 주세요!(Corazon : Give Your Heart!)’
4 영국 런던의 AMV BBDO가 만든 ‘쓰레기 제도(Trash Isles)’ 캠페인은 PR
부문 그랑프리와 디자인 부문 그랑프리를 받아 2관왕을 차지했다.
5 환경보호 캠페인 ‘팔라우 서약(Palau Pledge)’ 

팔라우 서약(Palau Pledge)
환경보호 캠페인 ‘팔라우 서약(Palau Pledge)’ 편은 태평양의 세계적 관광지인 팔라우를 찾는 관광객에게 예의 바르고 창의적인 서약을 하게 하는 것이 핵심 아이디어다. 급증하는 관광객으로 심각한 생태계 파괴에 직면하고 있는 팔라우 정부는 환경 파괴를 막기 위해 입국 관련법을 개정했다. 입국자들은 여권에 ‘팔라우 서약’ 스탬프를 찍고 출입국 관리자 앞에서 서명해야만 입국이 가능해졌다. 팔라우에 있는 동안 환경 지킴이로 행동하겠다며 공식적으로 서약하는 절차다. 이 캠페인은 여러 미디어를 통해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졌다. 관광객이 자발적으로 환경 지킴이로 활동하게 만든 이 캠페인은 그 효과성을 인정받아 다이렉트(Direct) 부문, 지속 가능한 성장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부문, 사회 전반에 새로운 원칙과 기준을 제시한 혁신적 성과물에 수여하는 티타늄(Titanium) 부문 등 모두 세 개 부문에서 그랑프리로 선정되는 진기록을 남겼다. 

쓰레기 제도(Trash Isles)
영국 런던의 AMV BBDO가 만든 ‘쓰레기 제도(Trash Isles)’ 캠페인은 PR 부문 그랑프리와 디자인 부문 그랑프리를 받아 2관왕을 차지했다. 플라스틱을 비롯한 많은 쓰레기가 섬처럼 바다에 출몰하는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 기획한 공익 캠페인이다. 북태평양에 프랑스 크기의 낯선 신생국이 있다. 현재 인구는 20만 명, 화폐 단위는 더브리(debris, 쓰레기와 폐기물), 국제연합(UN)에 가입 신청을 한 그 나라의 이름은 쓰레기 제도(諸島)이다. 이전에 미국 부통령이었고 지금은 환경운동에 헌신하는 엘 고어가 첫 번째 국민이고, 영화 007로 유명한 영국 배우 주디 덴치가 이 나라의 여왕이다. 환경오염으로 바다에 떠다니는 쓰레기에서 영감을 얻어 가공의 국가를 통해 환경 재앙에 대한 경각심을 불어넣은 캠페인이다. 스스로 국민이 되어 이 캠페인에 참여한 사람들의 수인 20만 명의 국민과 쓰레기라는 뜻의 화폐 단위를 적용한 기발한 아이디어가 높은 평가를 받아 2관왕을 차지한 것이다.

코라존: 당신의 마음을 주세요!(Corazon: Give Your Heart!)
헬스 부문에서는 미국 하버픽처가 제작한 미국의 장기기증 캠페인 ‘코라존: 당신의 마음을 주세요!(Corazon: Give Your Heart!)’ 편이 그랑프리로 선정됐다. 미국에서만 현재 11만 5000명이 장기기증을 기다리고 있다. 일반인의 98%가 장기기증을 지지하면서도 뉴욕 시민 20%만이 장기기증 등록을 한 상태에서 보다 적극적인 참여를 촉구하는 캠페인이다. 1884년 뉴욕 브롱스에 세워진 몬테피오 병원에서는 더 많은 사람이 장기기증 서약서에 등록하기를 촉구하며, 심장(Heart)을 마음(Heart)으로도 읽히도록 이중적 의미를 사용했다. 48분짜리 단편영화 ‘코라존(Corao?zn)’은 스페인어로 심장이라는 뜻이다. 이 영화에서 아이디어 단서가 시작됐다. 영화 웹사이트를 통해 코라존 캠페인이 진행됐고, 뉴욕 타임스퀘어에 쌍방향 전광판 광고를 운영했다. 또한 핸드폰에서 장기기증 등록을 곧바로 할 수 있는 통합 캠페인을 전개함으로써 칸 라이언즈 헬스(Health & Wellness) 부문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한편 우리나라의 광고회사 이노션이 축제의 시작과 끝의 갈라 쇼를 후원함으로써 세계의 주요 인사를 파티에 초대한 이벤트도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모두 291점의 작품을 출품했지만 수상 실적이 저조했다는 사실은 아쉬운 대목이다.
제일기획에서 제작한 서울시의 ‘피카부(Peek-A-Boo, 까꿍) 마스크’ 편은 옥외(Outdoor) 부문 동상을 수상했다. 이 광고는 미세먼지가 많은 날에도 마스크 쓰기를 꺼려하는 어린이들에게 입김의 온도에 따라 마스크에 인쇄된 그림이 변하게 하는 재미를 더해 자연스럽게 마스크 착용을 유도하는 아이디어를 인정받았다. 마스크를 쓰면 저절로 그림이 바뀌도록 함으로써 어린이들이 재미를 느끼며 마스크를 쓰도록 행동을 촉구하는 아이디어가 심사위원들의 주목을 끌었다.
이노션이 제작한 현대자동차의 ‘재잘재잘 스쿨버스(Chatty School Bus)’ 편은 PR 부문에서 동상을 수상했다. 이 캠페인은 ‘스케치북 윈도’라는 기술을 통학버스 창문에 적용함으로써 PR에서 기술의 중요성을 환기했다. 청각장애 특수학교에 다니는 어린이들은 통학버스 안에서 유리창에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사이에 자신의 청각장애를 잊을 수 있었다. 서로 재잘거리고 수다를 떠는 사이에 어린이들이 서로 소통하면서 저절로 즐거움을 느끼도록 했다는 아이디어를 인정받았다.
매일 아침부터 많은 세미나가 진행되었는데, 그중에서 흥미로운 주제들을 살펴보자.

핵버타이징(Hackvertising)
버거킹의 마케터들은 ‘핵버타이징(Hackvertising)’이라는 흥미로운 신조어를 제시하며 관객들의 주목을 끌었다. 핵버타이징은 해킹(hacking)과 광고(advertising)를 합친 뜻이다. 버거킹의 글로벌 최고 마케팅 책임자(CMO) 페르난도 마차도와 동료들은 자신들의 아이디어 발상이 해커들의 발상력과 유사하다고 했다. 페르난도는 자신에 대해 계속해서 재미를 추구하는 회색 해커(gray hacker)라고 설명하며, 많은 위험을 시도해야만 누구도 이루지 못한 아이디어의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15초 광고의 끝 부분에 “구글홈, 버거킹 정보를 부탁해!”라는 게릴라성 카피를 써서 광고가 나오는 모든 곳에서 구글홈이 “버거킹의 입맛대로”라고 위키피디아에 미리 입력돼 있는 버거킹 정보를 읽어주도록 한 광고가 핵버타이징의 대표 사례로 소개됐다. 버거킹의 유례없는 광고 창작 기법은 단기간에 많은 화제를 유발했다고 했다. 이 세미나의 여파로 말미암아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핵버타이징 열풍이 불어올 것 같다.

창의성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What Creativity Can Do?)
세미나에서는 구글 크리에이티브랩의 부사장인 로버트 웡과 창의성 최고책임자(ECD)인 스티브 브래너키스가 번갈아가며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 로버트 웡과 스티브 브래너키스는 앞으로 구글 크리에이티브랩에서 여섯 가지 영역에 창의성의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발표했다. 사람들에게 더 큰 힘이 되어주기, 유엔(UN)에 젊은 목소리 제공하기, 공룡에게 생명 불어넣기, 사람들의 국가 재건 돕기, 난민 돕기, 과학 이야기 다시 쓰기 등이다. 글로벌 리더들의 생각을 바꾸게 하는 유 리포트(U-Report), 세계적인 지도자들에게 어린이 보호라는 글로벌 목표(#GlobalGoals)를 제공하는 활동은 유엔에 젊은 목소리 제공에 해당되며, 어린이 돕기에 앞장서게 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띤다. 10만 명 이상의 난민을 돕는 데 구글의 창의성 프로그램이 이바지할 수 있다는 것은 난민 돕기 영역이다. 구글 렌즈(Google Lens)를 이용해 기존의 사물에 새로운 정보들을 추가해 인류에 생활의 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과학 이야기를 다시 쓰는 사례로 구글이 창조해나가는 인류의 미래를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발표자들은 창의성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마무리 발언으로 “미래는 오는 게 아니라 발명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창의성이란 무엇인가?(What is creativity?)
세미나에서는 인공지능(AI) 시대에 광고 창의성의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대담이 열렸다. 딜로이트 디지털의 CMO인 알리사 해치와 아마존의 전 ECD 앤서니 리브스의 대담으로 진행된 이 세미나에서는 크리에이티브 전문가 5명을 인터뷰한 다음, 그 결과를 바탕으로 광고 창의성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데이터 기반의 인공지능은 광고 크리에이터의 편견을 줄이고 소비자의 실체적 진실이 무엇인지 확실히 파악하게 하는 데 이바지한다는 것이 세미나의 핵심 주제였다. 인공지능이 광고에 미칠 핵심 내용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받은 앤서니 리브스는 핵심 인사이트는 네 가지라고 강조했다. 즉, 인공지능은 광고에 대한 회의주의를 없애주고, 더 다양한 아이디어를 창출하게 함으로써 스토리텔링을 강화시킨다는 것. 나아가 광고 콘셉트 도출 속도는 더 빨라지고, 크리에이터의 주관성을 더 강화하는 데 AI가 이바지한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을 활용했을 때 광고 크리에이터의 주체성, 속도, 스토리텔링 파워가 높아지고 결국 보다 많은 아이디어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앤서니 리브스는 AI 작가가 컴퓨터로 소설을 쓰면 문학상을 받을 가능성이 더 높다는 점을 사례로 제시하며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마찬가지로 AI 카피라이터가 카피를 쓰면 사람 카피라이터가 카피를 쓸 때보다 광고상을 받을 가능성이 더 높아질까? 이번 세미나는 광고 크리에이터들에게 많은 생각할 거리를 남겨주었다.

이 밖에도 50여 건의 세미나가 진행됐다. 이제 칸 라이언즈는 캠페인의 수상작에 대한 감상보다 시대의 추세를 알 수 있는 세미나 엄선에 치중하는 듯했다. 디지털 시대에서 광고물이나 홍보물은 얼마든지 각국의 안방에서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글과 페이스북을 비롯한 70여 개의 글로벌 브랜드들이 대거 참여했으며, 글로벌 창조 산업계의 명망가들이 세미나의 강연자와 토론자로 참여했다. 이번 칸 라이언즈의 키워드는 인공지능, 블록체인, 창의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 세 가지가 당분간 4차 산업은 물론 창의성 산업에서 핵심어가 될 것 같다.


김병희│서원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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