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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인터넷에는 국가 간 경계가 없다. 아직 한국에 출시되지 않은 신제품도 인터넷을 통해 구매할 수 있다. 국제 항공 배송을 선택하면 3일 만에 손에 넣을 수 있다. 인터넷 경제가 일반화하면서 전세계가 시장이 되고 지구인 전체가 고객인 시대가 되었다.

국가 간 경계뿐 아니라 현실과 가상의 경계도 무너지고 있다. 페이스북은 내부 결제용으로 자체 화폐인 페이스북 크레딧을 사용하고 있는데 다양한 국가에서 계좌이체, 신용카드 결제, 모바일 결제 등을 통해 현실의 돈이 사이버상으로 넘어오고 있다. 이런 결제 방법을 제공하지 않는 국가에서도 선불카드를 구입하면 사이버 화폐로의 전이가 가능하다.




회원 수 8억명을 넘기고 있는 페이스북은 그 자체로 거대한 단일통화 경제 시스템으로 돌아가고 있다. 페이스북은 외부 사이트에서 자사 크레딧 결제를 지원함으로써 사이버 화폐로서의 영역을 전 인터넷으로 넓히고 있다.

페이스북 크레딧과 다른 통화와의 환율이 고시될 날도 멀지 않았다. 어쩌면 가장 많은 사용자를 확보한 가상 화폐가 국제 기준 통화가 될지도 모른다.

우리나라는 초고속인터넷 덕분에 일찍부터 전자상거래가 발전했다. 2011년 전자상거래 규모는 1천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이 금액은 국내총생산의 8퍼센트 정도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비중이 계속 확대될 것으로 보여 인터넷 경제는 성장 여력이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인터넷 경제의 성장이 곧바로 국내총생산의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인터넷 거래 방법이 편리해서 새로운 구매를 발생시킬 경우도 있겠지만 인터넷 경제 성장의 대부분은 기존 오프라인 거래가 온라인으로 바뀌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터넷 경제 규모 자체를 키우기 위해서는 국경 없는 사이버 세계로의 진출이 우선이다. 하지만 한국은 이 부분에서 중대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

인터넷 경제 확대의 걸림돌 중에서 가장 심각한 점은 한국의 보안 방식에 있다. 한국에서 전자상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가 설치된 PC가 필요하다. 보안 접속을 위해서는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사용해야 하며 액티브엑스라는 특별한 방식을 통해 해킹 방지 툴을 다운로드 받아야 한다.

국제 표준 보안 방식은 인터넷 서버와 웹브라우저, 그리고 제3의 인증기관이 안전 접속을 보증한다. 하지만 한국의 보안 방식은 안전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내용을 확인할 수 없는 프로그램을 먼저 다운 받아야 한다. 외국 사용자들이 위험 요소가 존재하는 한국의 보안 방식을 따르면서까지 상품 구매에 나설지 의문이다.

한류 콘텐츠에 대한 욕구가 큰 외국인이 이 모든 과정을 참고 따랐다고 해도 마지막 결정적인 난관이 남아 있다. 구매 확인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공인인증서를 사용해 정당한 사용자임을 스스로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감을 온라인화시킨 공인인증서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는 별도로 하더라도 소위 윈도우–익스플로러–액티브엑스–전용 보안 프로그램–공인인증서의 다섯 단계를 거쳐야 제품 구매가 가능한 현실이 국제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또 있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2천만명을 넘어선 상태라 더 이상 PC에서만 가능한 결제 방식을 고집할 수가 없게 되었다.

보안 업체들은 애플과 리눅스 등 일부 데스크톱 운영체제를 지원해 오고 있지만 날마다 새로 만들어지고 있는 수많은 IT 기기를 제대로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보안 방식을 제대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스마트폰 등 새로운 IT 기기가 나올 때마다 전용 결제앱을 제작해야 한다. 스마트폰 운영체제 버전이 올라갈 때마다 새롭게 업그레이드도 필요하다. 결국 이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업체들만 전자상거래 앱을 제공할 수 있고 인기 있는 기기에서만 거래가 가능해진다. 때문에 인기 없는 스마트폰에서는 전자상거래가 제한되고 자금력이 부족한 업체의 앱도 찾아볼 수 없다.

하루빨리 모든 IT 기기에서 사용 가능한 보안 방식을 만들어야 한다. 국제 표준 방식을 채택하는 것도 그 한 방법이다. 표준 방식은 다양한 PC 운영체제뿐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기기에서 사용 가능하다. 스마트폰의 웹브라우저에는 이미 표준 보안 기능이 내장되어 있으므로 즉시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

표준 방식 보안을 사용하면 단 한 번의 개발로 현존하는 모든 PC와 스마트폰, 태블릿 등을 지원할 수 있다. 운영체제가 업그레이드되더라도 고칠 필요가 없다. 미래에 어떤 기기가 나오더라도 수정없이 대응이 가능하다. 표준 방식은 추가 개발비가 들지 않으므로 자금력이 부족한 기업들에도 좋은 방식이다.


지구 전체의 경제활동이 점차 인터넷 경제화하면서 오프라인의 대기업과 맞먹는 거대 인터넷 기업의 출현을 예고하고 있다. 가장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는 업체, 가장 규모가 큰 전자상거래 시장을 장악하는 업체, 그리하여 전세계에서 통하는 단일통화 시스템을 만들어 내는 업체가 사이버 세계를 넘어 현실 세계를 지배할 거대 경제주체가 될 것이다.

한국은 국경 없는 사이버 시장 공략을 통해 바로 이런 기업을 탄생시킬 수 있는 인터넷 강국 중의 하나다. 특히 발달된 한국의 인터넷 쇼핑몰 문화가 외국의 사용자를 만난다면 엄청난 성장기회를 얻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경쟁력 있는 제품 개발뿐 아니라 전세계 소비자를 고객으로 만들 수 있는 환경 구축이 절실하다. 포스트 PC 시대에 더 이상 PC에 종속적인 보안 방식을 고집하지 말고 사이버 경제를 주도할 수 있는 정책적인 변화가 시급하다. 전세계에 통용될 안전하고 편리한 보안 방식 없이는 인터넷 경제 확대는 불가능한 일임을 정책 입안 당국과 보안 업체, 그리고 전자상거래 당사자들은 하루빨리 깨달아야 할 것이다.

글·김인성 (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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