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동할매국수 주징청 대표의 나눔의 삶
이른 점심시간임에도 대동할매국수 가게 안은 이미 만석이었다. 메뉴는 ‘물국수’와 ‘비빔국수’, ‘유부초밥’ 단 세 가지뿐이다. 음식점이라면 으레 있을 법한 음료나 주류도 없다. 대신 손님들은 “이곳에 오면 진한 멸치 곰국부터 먼저 한 잔 하는 게 예의”라며 국수가 나오기 전 각자의 취향에 따라 다데기(다진양념)를 풀어 국물을 홀짝였다.
대동할매국수는 1959년 경남 김해시 대동면 허허벌판에서 문을 연 이후 65년 넘게 그 지역을 지키고 있다. 대동할매국수 덕분에 국수거리가 생기고 상권이 만들어졌다. 고모가 하던 국숫집을 이어받은 2대 대표 주징청 씨는 직접 테이블을 돌며 국수를 낸다. 그는 “육수를 너무 많이 붓지 않아야 진한 멸치 곰국, 고명의 담백함, 청양고추의 얼큰한 맛이 어우러진다”며 처음 온 손님들에게 국물을 직접 부어주기도 하고 단골손님들과는 소소한 안부를 주고받는다.
대동할매국수는 2019년 9월 ‘백년가게(30년 이상 명맥을 지킨 가운데 중소벤처기업부가 우수성과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해 공식 인증한 점포)’에 선정됐다. 김해시 음식점으로는 유일하다. 하지만 대동할매국수가 백년가게라서 인기가 있는 것은 아니다. 16년째 단골이라는 한 손님은 “깊은 국수 맛만큼이나 주인장의 지역사회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며 “지역에 어려운 일이 생기면 늘 먼저 손을 내밀고 힘을 보태는 모습 덕분에 오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얘기를 듣고 보니 가게 곳곳에 걸린 감사장과 기부증서가 눈에 들어왔다.
주 대표는 2024년 2월 26일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고액기부자 모임인 ‘그린노블클럽’에 가입했다. 그린노블클럽은 1억 원 이상을 일시 또는 누적 기부하거나 5년 내 1억 원 기부를 약정한 후원자를 대상으로 하는 모임이다. 주 대표는 전국 451호, 경남 25호 후원자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경상남도 집중호우 피해지역 아동 지원을 위한 후원금(500만 원)을 내고 김해시미래인재장학재단에 장학금 1000만 원을 기부하는 등 지역사회와 미래세대를 위한 지원에도 힘을 보탰다. 최근에도 독거노인에게 영양식과 의약품 등을 전달하는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그는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국수 맛만큼이나 지역상생을 강조하는 그에게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들었다.

가게 앞에 놓인 기부증서가 눈에 띈다.
처음부터 기부를 많이 한 건 아니었다. 코로나19 당시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고 싶어 틈틈이 시작하게 됐다. 처음에는 기부증서를 가게 앞에 두는 것도 자랑처럼 보일까 망설였는데 단골손님들이 가게 앞에 두라고 하도 권해서 놓게 됐다.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가게 분위기도 살아나고 고모가 추구했던 국수라는 음식 속 메시지도 더 잘 느껴지는 것 같았다. 시대가 많이 변했지만 국수의 본질은 여전히 서민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음식 아닌가. 고모가 가게를 운영하던 시절에는 어려운 이웃에게 국수를 무료로 나눠주는 일이 많았다. 그렇게 나눈 국수가 새로운 손님을 불러왔다. 그때는 국수를 나눴지만 지금은 기부라는 형식으로 그 모습이 바뀌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지역상생을 향한 의지가 크다.
대동할매국수가 한자리를 오랜 세월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지역주민들의 사랑 덕분이다. 평소 받은 만큼 베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또 가게 간판에 ‘대동(大東)’이라는 지역명도 써 있지 않나. 방문하는 손님들도 자연스레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점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내가 평생 살아온 지역인 만큼 대동면이 국수로 더 널리 알려졌으면 하는 욕심도 크다.
국수가게를 이어받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고모인 주동금 대표는 27세부터 90세까지 한평생을 국수에 바쳤다. 나도 그런 고모를 보고 자라면서 국수에 대한 매력을 느꼈다. 개인적으로 국수는 가장 정직한 요리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육수와 면, 고명까지 그 무엇 하나 조화로운 정성이 들어가지 않으면 맛을 내기 어려운 요리기 때문이다. 고모가 지켜온 국수 한 그릇 속에 담긴 자부심과 정성을 잇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그래서 원래 하던 가게도 과감히 포기하고 고모의 뒤를 따르게 됐다.
맛의 비결을 ‘사람’이라고 꼽았다.
고모는 가게를 물려주며 “딱 국수 한 가지만 하라”고 여러 번 강조했다. 처음에는 그 말이 단순한 조언처럼 들리기보다 ‘국수 맛을 지키는 일이 그만큼 어렵다’는 뜻으로 느껴져 부담이 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결국 맛을 만드는 것은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평소 손님에게만큼 직원들에게도 많은 신경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 가게의 자부심 중 하나는 모든 직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근로시간과 연차 사용을 준수한다는 점이다. 현재 9명의 직원 중 8명은 8년 이상 근무한 장기근속자이고 고모 시절부터 함께해온 직원도 있다. 직원들 모두 60세가 넘었다. 단순한 직원이 아니라 내게는 가족 같은 존재다. 가게의 맛과 명성을 지키는 일도 결국 이 가족들과 함께할 때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시대가 흐르며 자연스레 달라진 점도 있지 않나?
메뉴 구성에 변화가 있었다. 과거에는 물국수 단일 메뉴로 운영됐지만 현재는 비빔국수와 유부초밥이 추가됐다. 코로나19로 가게 문을 잠시 닫으며 메뉴 개발에 몰두했고 여러 번의 시도 끝에 비빔국수를 선보이게 됐다. 비빔국수 자체는 익숙한 메뉴지만 대표를 맡은 이후 처음으로 직접 개발한 메뉴라는 점에서 각별한 애착이 담겨 있다. 유부초밥 역시 고민 끝에 더해진 메뉴다. 국숫집에서 유부초밥을 판다는 점이 다소 낯설 수 있지만 국수 한 그릇조차 부담스러운 이들이나 면보다 밥을 선호하는 아이들을 떠올리며 준비했다. 또 국수를 먹고도 밥을 먹어야 비로소 포만감을 느끼는 손님들도 있어 사이드 메뉴로 자리 잡았다. 가격도 국수류보다 더 저렴하다.
건강한 국수를 만들겠다는 욕심이 크다고.
식사 후 속이 편해야 좋은 음식이라 생각한다. 건강한 국수의 출발은 좋은 재료를 정성껏 준비하는 데서 시작되고 그 완성은 손님들이 그 재료들의 맛을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돕는 데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가게에서 물국수를 먹을 때 육수 양을 다소 자작하게 조절하길 권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육수가 지나치게 많으면 면 위주의 식사가 되기 쉽다. 적당한 육수에 면과 고명을 함께 즐길 수 있어야 비로소 국수 한 그릇의 균형 잡힌 맛이 완성된다.
프랜차이즈화 제안도 꽤 있었을 것 같다.
제안은 종종 있었지만 대동할매국수는 이 지역에 있어야 그 특별함이 산다고 생각해 거절했다. 우리 가게에는 지역 단골손님들도 있지만 외지에서 국수를 먹기 위해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도 꽤 있다. 만약 가게가 프랜차이즈화된다면 수익은 다소 늘겠지만 지역 상권에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미 우리 가게를 중심으로 인근이 국수거리로 불리고 있다. 국수거리를 방문하는 손님들은 대부분 국수를 먹고 자연스레 동네를 돌아보거나 주변 카페로 가 시간을 보내다 간다. 우리 가게에 커피자판기를 들여놓지 않는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다. 우리 가게에서 국수를 드셨다면 옆 가게로 가 커피도 한 잔 함께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가게를 방문하는 외국인이 많다고 들었다.
한국 국수의 가장 큰 매력은 면과 함께 음미할 때 느껴지는 국물의 깊고 시원한 맛에 있다. 특히 멸치를 우려낸 육수로 만든 국수는 감칠맛이 진하면서도 자극적이지 않아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고명으로 올라가는 재료들도 소화가 잘되는 채소 중심으로 구성돼 자연 그대로의 맛을 담은 웰빙음식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외국인들이 좋아할 만한 한국의 로컬푸드는 전국 곳곳에 넘친다. 향후 지역 내 선정된 백년가게를 외국인 관광객 유치와 연계해 활용한다면 지역 상권 활성화에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백년가게를 지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뭐라고 생각하나?
대동할매국수가 지켜온 가치를 변함없이 이어가는 것이 목표다. 지금까지 쌓아온 손님과의 신뢰, 직원과의 신의, 그리고 맛에 대한 확신이 다음 세대에도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더욱 탄탄한 기틀을 마련해 나가고자 한다. 지난 65년 이상 동안 받아온 손님들의 사랑을 사회 곳곳에 나누는 데에도 더욱 힘쓸 계획이다. 또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점으로서 김해를 지나거나 찾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꼭 들르고 싶은 곳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백재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