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연어 양식 성공한 김상욱 월야수산 대표
“이제 우리 식탁에는 외국산 연어가 아닌 K-왕연어가 당연해질 겁니다.”
지난 연말에 만난 김상욱 월야수산 대표는 이른 아침부터 왕연어(King salmon) 상태를 확인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마침 그날은 왕연어 알이 세관을 거쳐 우리나라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김 대표는 “건강한 알을 받아야 최상품의 왕연어가 우리 국민 식탁에 올라간다”며 “품질이 안 좋으면 현지 업체에 재배송을 요청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국내 연어 소비량은 꾸준히 늘고 있다. 해양수산부 수산정보포털에 따르면 국내 연어 수입은 2014년 2만 5000톤에서 2024년 4만 6000톤으로 늘었다. ‘국민 생선’이라고 불릴 만큼 우리 식탁 단골 메뉴지만 국내 소비자에게 연어는 수입산이 당연한 생선이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연어 수입액은 2023년 5억 500만 달러, 2024년 5억 630만 달러에 달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민·관이 앞다퉈 연어 양식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2027년까지 연어 수입량을 전량 국내 생산으로 대체하고 국내 연어 양식 시장을 약 4200억 원 규모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힌 상태다. 강원도 고성군과 양양군이 연어 양식단지 조성에 나섰고 강릉시는 ‘한국형 연어 스마트 양식 시험·연구시설’을 구축했다. 부산광역시와 경상북도도 연어 양식단지 준공을 추진하고 있다.
월야수산은 일찍부터 연어 양식에 뛰어들어 왕연어 양식에 성공했다. 연어는 크게 대서양 연어(Atlantic salmon·7종)와 태평양 연어(Pacific salmon·2종)로 구분된다. 그중 왕연어는 최대 몸길이 150㎝, 약 60㎏까지 성장한다. ‘왕(王)’이라는 호칭이 붙을 만큼 연어 종 가운데 가장 크고 맛과 품질 모두 뛰어나지만 북태평양, 오호츠크해, 알래스카 등 일부 지역에서만 서식해 그동안 전량 수입에 의존해 왔다. 김 대표는 2025년, 국내서 양식한 왕연어 5톤을 국내에서 처음 판매하며 K-왕연어의 시작을 알렸다.
거대한 수조 안 성어가 된 왕연어들의 움직임이 힘찼다. 이제 연어의 여정이 항공·해상 운송을 거쳐야 하는 먼 나라에서 우리나라 수조로 옮겨오고 있다. 연어의 여정을 바꾸고 있는 김 대표의 여정은 어땠을까.


민간 유일의 왕연어 양식장이다. 어떻게 연어 양식을 시작했나.
양식업 자체는 2002년부터 시작했다. 처음에는 메기, 송어, 은어 등 민물고기를 중심으로 양식했는데 민물고기 소비가 점차 줄어 2014년부터는 연어 양식에 도전하게 됐다. 당시 우리나라는 연어 수요의 98%(약 2만 3000톤)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국산화가 반드시 필요한 어종이라고 생각했다.
수많은 종 가운데 왜 왕연어였나.
왕연어를 키우기 전에 ‘은연어(silver salmon)’를 잠시 키운 적도 있는데 다른 연어 종에 비해 소형이다 보니 맛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 ‘대서양 연어’도 마찬가지였다. 우리 국민에게 ‘생연어’로 소개된 종인데 소비자 입장에서는 살이 무르고 기름기가 많은 편이라 다소 느끼하게 느낄 수 있다. 이에 비해 왕연어는 육질이 단단하면서도 적당한 지방감을 갖춰 회와 구이 등 다양한 조리 방식에 적합하고 맛의 균형이 뛰어난 편이다. 크기도 연어 중 가장 크다 보니 오메가3 함유량도 상대적으로 높다. 또 왕연어는 야생성이 커 한국을 제외하고는 캐나다, 뉴질랜드, 칠레 등 일부 국가에서만 양식화에 성공해 양식 연어 종 중 가장 경쟁력이 있다.
양식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을 꼽으라면?
왕연어 양식 초기에 시행착오가 많았다. 2022년 말 왕연어 알 5만 개를 들여온 이후 지난해 첫 출하를 하기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사육에 매달렸다. 남극해 크릴 분말을 활용한 고단백 사료를 별도로 배합·흡착해 공급하는 등 사료 관리에 특히 공을 들였다. ‘회유성 어종’이기 때문에 민물과 바닷물의 수질과 염분 균형을 유지하는 것도 힘들었다. 이 과정에서 송어 양식 경험이 큰 힘이 됐다. 송어와 연어는 생태적 특성이 유사해 기존의 사육 노하우를 왕연어 양식에 상당 부분 적용할 수 있었다.
소비자에겐 수입산 연어가 더 익숙하다.
많은 국민이 노르웨이산이나 뉴질랜드산 연어가 더 신선하고 맛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국내에서 양식한 연어는 생산 이후 유통까지의 시간이 짧아서 더 신선한 상태로 소비자에게 전달될 수 있다. 새벽에 연어를 잡으면 저녁에 소비자 식탁에 바로 오를 수 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는 수입산 중심의 인식이 강해 국내산 연어의 경쟁력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요즘 지자체도 뛰어들 만큼 연어 양식에 도전하는 사람이 많다고.
정말 긍정적인 신호다. 지자체 가운데서는 최초로 충남 당진시가 2024년 국내 연어 양식장을 조성하고 대서양 연어 양식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동원산업, GS건설 등 우리 기업들도 부산, 강원도 일대에서 양식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연어 양식에 도전하려는 민간 양식업자도 많다고 들었다. 다만 민간 차원의 연어 양식 분위기가 조성되고 꾸준히 유지되기 위해서는 연어 생산량이 한 어가(漁家)당 1000톤 이상 유지되면서 동시에 가공할 수 있는 시스템도 완성되어야 한다. 기업과 민간이 협력한다면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수입산 연어와 비교해 가격 경쟁력이 있나.
이번에 선보인 왕연어의 경우 수입산 연어와 비슷한 수준으로 책정됐고 준비된 물량도 모두 완판됐다. 현재로선 왕연어를 합리적인 가격에 안정적으로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아직 유통망과 판매 경로가 충분히 구축되지 않아 시장에서 존재감이 크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비싸면 시장에 자리 잡기 힘들다. K-왕연어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친숙한 어종으로 만들고 싶다.
자동화 시설이 눈에 띈다.
자동화는 2020년에 완료됐다. 2023년 주한 노르웨이대사관 관계자들이 우리 양식장을 견학한 적이 있는데 수온 조절, 수질 관리, 사료 공급 등 자동화 시설을 보고 가장 신기해했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인데 연어는 물의 온도 변화에 매우 예민한 어종이다. 계절에 상관없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연어 양식은 단순히 인력을 많이 투입한다고 해서 성과가 나는 산업이 아니다. 수온 조절과 수질 관리, 사료 공급 같은 핵심 요소는 사람의 감이 아니라 정확한 수치와 데이터로 분석·관리돼야 한다. 그래야 안정적인 연어 생육 환경을 유지할 수 있다. 자동화를 위한 초기 투자비용이 부담스러울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생산 효율을 높이는 길이다.
국내 양식 산업 발전을 위해 가장 필요한 건 뭐라고 생각하나?
양식업은 초기 투자비용이 크고 질병이나 환경 변화에 따라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고위험 산업이다. 한국 양식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산업 특성을 고려한 현실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단기간의 교육이나 이론 중심의 지원만으로는 실제 양식 현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변수에 대응하기 어렵다. 단순히 ‘어떤 지원을 할 것인가’를 논의하기보다 청년들이 실패의 위험을 최소화하면서도 충분한 실무 경험을 축적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장기 현장 실습, 선도 양식장과의 멘토링, 단계별 창업 지원 등 경험 중심의 지원 체계가 더욱 세부적으로 마련된다면 한국 양식업은 보다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K-왕연어 수출에도 도전하겠다고.
우리나라는 지리적 특성상 해외 판로를 개척하기에 매우 유리한 여건을 갖추고 있다. 특히 일본과 중국,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경우 왕연어가 고급 어종으로 인식돼 소비가 꾸준히 늘고 있어 수출 가능성이 충분하다. 국내 시장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는다면 이를 발판 삼아 K-왕연어의 해외 역수출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백재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