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교통 확 뚫리자 도시재생에 성공

KTX 역세권 재개발은 도시 활성화 사업과 관계된 만큼 장기적인 안목을 바탕으로 한 도시계획이 필요하다. 많은 전문가가 “사업 시행 시 동시, 일괄 건설할 게 아니라 도시별로 수요대응형 단계별 개발 및 건설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역사 신축 후 관리에 있어서도 “소유 주체에 따른 배타적 관리 대신 협의를 통한 통합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해외 고속철도 역세권 발전 사업은 각 도시의 특성에 맞게 단계별로 이뤄져 왔다. 홍콩의 층콴오(Tseung Kwan O) 역은 국토 특성상 고밀복합 대중교통 중심으로 개발됐다. 홍콩지하철 공사인 MTRC가 계획에서부터 건설, 운영까지 도맡아 독립적으로 재원을
조달하는 방식으로 개발했다. 반면 일본 역세권 개발은 하나같이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진행됐다.
역세권 개발이 지역경제 활성화의 핵심 역할을 한다는 판단하에 일본의 지자체들은 평균 9백퍼센트대의 매우 높은 특별용적률을 적용해 줬다. 민간 사업자에 대해서는 각종 세금을 경감해 줬다. 금융 및 세제지원을 통해 우수한 민간사업자의 참여를 유도하는 한편 주민 편익을 위한 각종 기반시설이나 공동시설, 교통체계 정리 등의 개발비용도 지자체 도시계획 사업의 하나로 병행 개발했다.![]()
일본 역세권 개발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나고야다. 나고야는 1964년 신칸센 개통 이후 오히려 도쿄와 오사카에 도시 기능을 뺏겨 지역경제의 위기를 맞이하는 이른바 ‘빨대 효과’에 시달렸다. 서울과 부산 사이에서 정체를 겪어오다 2004년 KTX 개통으로
오히려 빨대 효과가 가속화된 대구와 비슷하다.
나고야는 역사 건립과 운영을 위한 종합적인 제도를 마련했다.
본격적인 사업에 앞서 1989년 ‘대도시 택지개발 및 철도정비의 일체적 추진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제정했다. 이것으로 역사 부지 확보, 철도건설과 도시개발의 일체적 추진이 가능해졌다. 이후 1990년부터 역세권 개발을 계획하며 ‘빨대 효과’에서 탈출했다. 1992년 7월 호텔과 백화점 운영을 위한 2개의 자회사를 설립하는 한편 중심상업·업무지구로 역사건물을 신축했다. 2002년에는 도심 재생을 위한 ‘도시재생특별조치법’을 제정했다. 이를 통해 2002년 역세권이 ‘도시재생 긴급 정비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주변으로까지 확대, 개발되고 있다. 현재 나고야역은 신칸센, 지하철, 임해 고속철도의 교차점 역할은 물론 JR 센트럴 타워즈는 나고야 지역의 대표적인 랜드마크로 자리 잡고 있다.
역사와 문화의 도시 교토는 도시 성격에 걸맞게 현대적 건축미를 접합한 역사를 선보이고 있다. 교토 역사에 한해 고도제한 완화 등 특례를 적용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영국 워털루 역처럼 교토 역사에선 문화 공연이 열린다. 지역활동 및 시민 생활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미술관 티켓 판매대가 설치돼 있는 우에노 역, 만남의 광장이 있는 나고야 역 대합실 등도 단순 역의 기능이 아닌 그 이상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노선 개통에 따른 역 리모델링으로 성공한 곳도 있다. 도쿄 아키하바라 역은 쓰쿠바 익스프레스 개통에 맞춰 터미널 기능을 강화하면서 주변 토지구획 정리사업을 벌였다. 이를 통해 지역 개발과 연계한 기반시설을 재정비했다.![]()
프랑스의 북동부에 있는 릴 시는 파리에서 2백50여 킬로미터 떨어져 있다. 릴은 고속철 개통 후 현재 수도권의 역할을 하고 있다. 공간적 제약을 고속철을 이용한 이동 시간 단축으로 극복한 것이다.
실제로 많은 파리 대학생이 물가가 높은 파리 대신 릴 역 주변에 모여 살고 있다.
릴은 고속철도를 통해 도시 재생에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1970년대 이후 릴은 석탄과 철강, 섬유산업이 사양길에 접어들면서 도시 전체가 침체의 늪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1993년 파리~릴 TGV 개통, 파리~런던 유로스타 개통을 이용, 유럽을 연결하는 ‘허브 도시’로 변화하자는 전략을 세운다. 릴은 유로스타 개통에 맞춰 1994년 민관 합자개발회사인 ‘사엠 외랄릴’(Saem Euralille, 이하 사엠)을 설립했다. 사엠이 개발 주체가 되고 자본금은 공공 및 민간 부문이 합작 투자했다. 역사는 복합공간으로 재탄생됐고, 역세권에는 호텔·쇼핑몰·국제박람회 전시장·콘서트홀 등이 들어섰다. 이를 통해 일자리 1만2천 개가 새로 창출되면서 실업률도 해소됐다.![]()
한국이 고속철도 역세권 개발에 성공한 해외 도시 사례에서 눈여겨 살펴보아야 할 점은 고속철 개통이 단순히 ‘교통연결’이 아닌 지자체의 장기적인 계획에 따라 지역 경제발전으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성공의 안정성을 보장한 도시계획은 민간투자자로 하여금 성공에 대한 확신을 주어 적극 투자를 이끌어내는 것으로 이어졌다. 도시개발 여건이나 역사 유형, 도시 수요를 고려한 신축, 증축, 리노베이션으로 다각화를 시도했다.
한국교통연구원 최진석 연구원은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의 재원 마련이 문제겠지만, 지방 정부가 역세권 개발이 지역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빨리 인식하고 도시계획을 명확히 세우면 민자사업 유치도 보다 수월하게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역세권 개발 시 도시계획 전체를 생각해 공원이나 도로 정비 등 공익적인 성격이 있는 것은 정부와 지자체가, 사업성이 있는 것은 민간사업자들이 나서면 된다”며 발전을 위한 역할 분담을 강조했다.
글ㆍ박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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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