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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SET_IMAGE]1,original,right[/SET_IMAGE]지난 9월 6일 오후 서울 성북구 장위1동 성북여성교실. 추석을 1주일 여 앞두고 성북구 건강가정지원센터(이하 지원센터)에서 마련한 ‘가족과 함께 하는 송편만들기’ 행사가 한창이다. 조리 시설을 갖춘 4개의 길다란 싱크대 사이사이로 40여명의 참가자들이 옹기종기 모여 떡 반죽을 주무르고 있다. 이날 행사는 일반참가자 열 한 가족과 결혼이민자 여섯 가족이 참여했다. 지원센터의 한지수 사무국장은 “결혼이민자가정의 주부들이 한국인 주부들과 함께 송편을 만들다 보면 서로 친해지기도 하고, 또 외국 출신 주부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 같아 일부러 결혼이민자가정을 초청했다”고 밝혔다.

여섯 명의 외국 출신 주부 가운데는 1년 전 캄보디아에서 시집 온 소반타이다씨도 눈에 띈다. 새색시라는 말이 어울릴 만큼 앳된 외모는 같은 테이블에 있는 고등학생 참가자들과 동년배로 보일 정도. 새댁임을 짐작케 하는 왼손 약지의 결혼반지가 보일 듯 말 듯, 엷은 핑크색 매니큐어를 칠한 열 개의 작은 손가락을 놀려 반죽을 주무르고 빚고 쓰다듬기까지 정성이 대단하다.

아직까지 한국말은 서툴다. 이런저런 질문에 돌아오는 대답은 “처음 만들어 봐요”, “재미있어요” 그리고 “잘 몰라요” 뿐, 어려운 한국말은 못 알아듣는 듯했다. 지원센터의 한 자원봉사자는 “며느리와 행사장에 함께 온 시아버지는 ‘며느리가 한국의 명절 음식을 조금이라도 배웠으면 하는 바람에서 같이 왔다’는 말을 남기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갔다”고 전했다. 송편을 빚는 캄보디아 주부를 보는 한국인 주부들은 “새댁이 제법 손매가 맵다”는 등 칭찬을 늘어놓지만, 소반타이다씨는 그런 말을 알아듣는지 모르는지 한국의 명절문화 배우기에 열중이다.

카자흐스탄에서 시집 온 마하노 마아셀 씨는 이번 추석이 세 번째다. 송편 말고도 한국의 명절 음식 대부분을 직접 만들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명절은 강원도에 있는 큰댁에서 보내요. 남편 친형제가 아닌 사촌 형님이라 좀 어렵기도 한데, 시골에 가야만 명절 같아서요. 큰형님이 대부분 음식을 준비하지만, 저도 열심히 하려고 해요. 아직까지 (명절이) 힘들다고는 생각 안 해봤어요.” 마하노씨는 올해는 제대로 된 송편을 만들어보려고 8개월 된 젖먹이까지 데리고 나와 이 행사에 참여했단다.

중국 하얼빈 조선족 출신의 방동월 씨는 다섯살 난 딸 민지와 함께 송편 만들기에 참여했다. 민지는 보름달 처럼 예쁜 얼굴과는 반대로 찌부러진 송편만을 만들고 있지만, 엄마랑 함께 하는 시간이 마냥 즐거운 듯 활짝 웃고 있다. 한국 살림 7년째를 맞는 방씨는 음식도 하고 차례도 지내고 성묘도 하는 한국의 추석이 중국보다 훨씬 활기차고 즐겁단다.

방씨는 “남편 사업이 잘 안돼 요즘 형편이 좋지 않다”며 “1~2년에 한 번씩은 친정에 다녀왔었는데 올해는 못 갈 것 같다”고 잠시 쓸쓸한 표정을 지어 보이기도 했다.

일본에서 시집온 다카하시 사츠키 씨와 고야 데르미 씨는 이날 행사에 참여한 주부 중에서 가장 목소리가 큰 사람들이었다. 둘 다 한국에 시집온 지 십 년이 훌쩍 넘은 베테랑들이라 아이들과 함께 깔깔깔 웃고 떠들며 송편 만들기 행사를 즐기는 듯 하다. 12년차 주부 고야씨가 먼저 한국의 추석 경험을 회상했다.

[SET_IMAGE]2,original,left[/SET_IMAGE]“한국에 처음 와서 명절 지낼 때 정말 쓰러질 뻔했어요. 먹고 치우고, 또 먹고 치우고, 끝이 없는 거예요. 한번 하고 나니까 그 다음 명절이 무서워지더라고요. 지금은 연륜이 생겨서 좀 괜찮아요. 남편이 외아들이라 1년에 제사를 여섯 번 지내는데, 또 시누이만 다섯 명이에요. 결혼 전에는 세 명이라고 들었는데...”

일본인의 입장에서 한국의 ‘대가족 중심’ 명절과 차례 문화에 대해 성토하는 것처럼 들리지만, 그래도 ”명절이 다가오면 기분이 좋아 진다”며 환하게 웃는다. 고야씨는 올해도 여전히 아이들을 데리고 전북 남원 시댁으로 내려갈 예정이다. 고달프기는 하지만 한국의 명절에는 “정이 있어 좋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아이를 데리고 버스나 기차를 타면 사람들이 ‘애가 몇 살이냐’, ‘여기 앉아라’ 거의 매번 그렇게 해요. 처음에는 좀 부담되기도 했지만, 그런 게 한국이 좋은 점이라 생각돼요. 일본에는 그런 정이 없어요. 이제 일본에 가면 심심해요.”

아이들(3남1녀)을 모두 데리고 송편 만들기에 참여한 다카하시씨는 20여 가족 참가자 중 단연 최고령자였다.

“일본에서도 추석에 찹쌀떡 같은 오모찌를 해먹기도 하고 부모님 위패가 모신 사당을 찾기도 하지도 하지만, 한국처럼 가족이 한데 모여 차례를 차리고 음식을 엄청나게 해서 며칠 동안 같이 먹고 하지는 않아요. 결혼한 지 16년 됐는데, 일본과 한국의 음식 문화가 달라 아직까지도 좀 어려워요. 그 중에서 나물이 가장 어려워요. 일본에는 그런 음식이 없거든요.”

송편 만들기가 끝나고 시식 시간. 예정에 없는 ‘즉석 노래방’이 열렸다. 고야씨와 다카하시씨 듀엣이 부르는 ‘홀로 아리랑’,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에 박수갈채가 뒤따른다. 그러자 중국·카자흐스탄·한국인 주부들이 잇따라 싱크대 앞으로 나가 한 곡조씩 노래를 뽑았다. 송편을 만드는 동안 서로 대화가 부족한 듯 했지만, 노래가 곁들여지자 비로소 한데 어우러지는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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