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식집을 운영하는 꼬꼬 사장, 맥시멀리스트 돼지 부부, 독거노인 해달 할아버지가 좌충우돌하는 내용의 동화를 출간한 적이 있다. 어느 초등학교에서 이 책으로 강연 요청이 들어와 기쁜 마음으로 달려갔다. 책을 미리 읽은 아이들이 질문을 해왔다. “꼬꼬 사장 분식집에서 닭강정은 안 파나요?”라는 질문에는 동족상잔의 비극을 피하기 위해 팔지 않는다고 쉽게 답변할 수 있었다. 그러나 “돼지 부부는 왜 아기가 없어요?”, “해달 할아버지는 왜 아내가 없어요?”라는 질문에는 무어라 답변해야 할지 몰라 말을 더듬었다. “음… 그러니까…. 세상에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있답니다, 여러분?” 어리둥절한 아이들의 표정을 보고 있노라니 진땀이 났다.
만일, 시간을 되돌려 다시 답변할 수 있다면 ‘셸 실버스타인’의 그림책 ‘어디로 갔을까, 나의 한쪽은’의 내용을 들려주고 싶다. 이 책의 주인공인 ‘이가 빠진 동그라미’는 잃어버린 조각을 찾으러 길을 떠난다. 완전한 동그라미였다면 빠르게 굴러갈 수 있을 텐데 이가 빠진 탓에 영 속도가 나지 않는다. 그래도 장점은 있다. 천천히 굴러가며 벌레와 이야기도 나누고 꽃향기도 맡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는 우여곡절 끝에 자신과 꼭 맞는 조각을 만나게 되지만 행복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완전한 동그라미가 되자 정신없이 떼굴떼굴 굴러가는 바람에 여유 있는 삶을 즐기지 못하게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우리는 항상, 나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누군가를 갈망한다. 서로에게 맞는 사람을 만나 의지하며 살아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러한 삶에도 곡절이 있기 마련이다. 이 말인즉, 우리가 지향하는 완전함이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한 힌트는 이가 빠진 동그라미에게 어느 조각이 해주었던 대답에서 찾을 수 있다. “그대 몸에서 떨어진 조각이 나는 아니오. 그 누구의 조각도 나는 아니오. 나는 그저 하나의 조각일 뿐.” 가만, 그런데 아이들이 이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으려나. 아무래도 어렵게 느껴지겠지. 얘들아, 살다 보면 시나브로 알게 될 거야.
강연을 마무리하고 자리를 뜨려는데 한 아이가 나를 붙잡았다. “작가님 몇 살이에요? 마흔 살이 넘었다고요? 나이가 왜 이렇게 많아! 그럼 결혼도 했어요?” 악의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아이의 질문에 너털웃음이 터져나왔다. “아니, 결혼하자는 남자가 없어서 못 했어.” 농담 반 진담 반 섞인 나의 대답에 아이가 비법을 전수해줬다. “저 며칠 전에 괌에 갔다 왔는데요. 거기 가면 남자 엄청 많아요.” 오호라, 괌이란 말이지? 다가오는 겨울, 남자도 구경할 겸 몸도 지질 겸 괌에 가야겠다. 비키니를 입고 해변에 누워 일광욕하는 나에게 아무도 말을 걸어오지 않는대도 슬퍼하지는 않으련다. 나는 ‘하나의 조각’이니까 말이다.

새 책
탁! 깨달음의 대화
법륜(정토출판)
사람들의 다양한 고민에 짧고 명쾌한 답을 주는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이 또 한 번 책으로 나왔다. 복잡한 마음을 단번에 탁! 하고 멈추게 하는 단문 중심의 대화집으로 일상의 깨달음과 마음의 핵심을 찌르는 문장을 선별해 선문답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사춘기 자녀나 내 맘 같지 않은 배우자, 직장 상사나 부하 직원 때문에 괴로워하는 이들, 잇단 불행으로 슬픔에 빠진 사람들에게 법륜 스님은 생각지 못한 비유와 선문답으로 깨달음의 순간을 준다. 현대인을 위한 ‘마음 사용설명서’다.

논어란 무엇인가
김영민(사회평론)
우리 시대의 문장가라 불리는 김영민 서울대학교 교수가 세 번째 논어 연작 ‘논어란 무엇인가’를 내놨다. 논어의 시대, 언어, 정치, 인간, 사회의 조건을 총체적으로 해부하는 이 책은 기존의 주석 중심 해설서와 달리 하나의 텍스트가 어떻게 세계를 만들고 인간을 변화시키는가 라는 더 근원적인 탐구로 이어진다. 15개의 키워드로 목차를 구성해 논어의 세계를 다시 읽어내며 고전의 난해함을 걷어내고 오늘의 독자가 공자의 문제의식과 해법을 실제 삶에 연결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늙지 않는 뇌
데일 브레드슨(심심)
50여 년간 알츠하이머병과 신경퇴행질환을 연구해온 저자는 뇌의 노화는 충분히 제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알츠하이머병이 발병되기 전에 대비만 제대로 한다면 우리는 늙지 않는 뇌를 가질 수 있다. 이 책은 뇌 노화를 방지하거나 되돌리기 위해 당장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식습관부터 운동, 수면, 인지능력 자극, 독성물질 피하기, 미생물 관리 등 일상 전반에서 뇌를 보호하는 실천들이 어떻게 서로 맞물려 ‘평생 젊은 뇌’를 만들어내는지 설명한다.

나로 살 결심
문유석(문학동네)
‘개인주의자 선언’으로 주목받은 문유석 전 판사의 신작. 1997년부터 판사로 일해온 그는 2020년 23년간의 법관 생활을 마무리하고 드라마 작가로서 삶을 택했다. 하지만 사회적 존경을 받는 판사라는 직업, 특히나 안정된 직장을 떠나 프리랜서로 전업하기까지 고민의 두께는 만만치 않았다. 새로운 삶을 선택하기까지 저자의 고민과 전환, 그리고 두 번째 삶 앞에서 흔들리고 망설이는 이들에게 진솔한 성찰을 건네는 책이다. 강정미 기자
이주윤
여러 작가의 문장을 따라 쓰다 보니 글쓰기를 업으로 삼게 됐다. ‘더 좋은 문장을 쓰고 싶은 당신을 위한 필사책’,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맞춤법’,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문해력’ 등의 책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