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출범 20년을 맞는 2028년, 우리나라가 G20 정상회의를 개최한다. 이에 2028년 G20 정상회의에서는 한국이 의장국, 이재명 대통령이 의장 역할을 맡게 된다. 우리나라가 G20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건 2010년 이후 18년 만이다.
이 대통령은 11월 23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3세션에 참석해 이 같은 사실을 전하며 “대한민국은 위기의 순간마다 국제사회의 나침반이 돼준 G20을 함께 설계한 나라다. 막중한 책임감으로 G20이 국제경제협력을 위한 최상위 포럼으로 위상을 공고히 할 수 있도록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남아공 정상선언 채택 “다자주의 재확인”
한국의 2028년 G20 정상회의 의장국 수임은 올해 회의에 참석한 정상들이 11월 22일 채택한 ‘G20 남아공 정상선언’을 통해 공식화됐다. 선언문에는 ‘2026년 미국 의장국하에서 협력하고 2027년 영국, 2028년 대한민국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한다’는 문구가 포함됐다. 한국은 2010년 이후 18년 만인 2028년 G20 정상회의 의장국을 맡는다.
대통령실은 11월 23일 남아공 현지 프레스센터에서 G20 정상회의 관련 브리핑을 통해 “이번 의장직 수임은 국격을 제고한 것”이라며 “특히 2028년은 G20 출범 20주년이 되는 해인 만큼 복합적인 국제 현안에 대한 협력 강화를 도모하는 데 우리나라가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남아공 G20 정상회의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열린 첫 G20 정상회의로 연대·평등·지속가능성을 주제로 주요 국제경제 현안과 분야별 의제를 논의했다”며 “총 122개 조항으로 구성된 정상선언문이 채택됐다”고 밝혔다.
정상선언문은 통상 둘째 날 폐막 직전 채택하는 것이 관례였으나 이번엔 이례적으로 회의 첫날 전격적으로 채택됐다.
이번 G20 남아공 정상선언에는 지정학·지경학적 경쟁 심화에 맞서 다자협력을 통한 공동 대응 필요성 및 재난대응 강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우선 ‘G20이 다자주의 정신에 기반해 합의에 따라 운영되며 모든 회원국이 국제적 의무에 따라 정상회의를 포함한 모든 행사에 동등한 입장에서 참여한다는 우리의 약속을 재확인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어 ‘유엔 헌장의 목적과 원칙에 따라 수단과 콩고민주공화국, 점령된 팔레스타인 영토(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 우크라이나에서 정당하고 포괄적이며 영구적인 평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상들은 기후변화의 심각성과 이에 대한 적응 필요성, 재생에너지 확대, 개발도상국 부채 구조 개선 등을 위해서도 협력하기로 했다. 아울러 세계무역기구(WTO) 규범에 모순되는 일방적인 무역 관행에도 대응하겠다고 천명했다.

“WTO 다자무역 기능 회복해야”
이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WTO 개혁을 통한 다자무역체제 복원과 함께 글로벌 인공지능(AI) 기본사회 구축, 기후위기 공동 대응을 역설하며 “책임감 있는 연대”를 강조했다. 이를 통해 국익중심 실용외교의 지평을 아프리카 등 ‘글로벌사우스(Global South)’로 확대했다는 평가다.
이 대통령은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포용적·지속가능한 성장’을 주제로 한 정상회의 1세션 연설에서 “격차와 불평등을 완화하고 기회의 문을 열어서 함께 잘사는 길로 가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제적 포용 성장을 위한 세 가지 해법을 제시했다. 개발도상국의 부채 취약성을 완화하고 다자무역체제 기능을 회복하며 개발 협력의 효과를 높여야 한다는 제안이었다.
이 대통령은 “개발도상국의 경우 과도한 부채 부담으로 성장을 위한 투자 여력이 제한돼 지속가능 성장의 동력이 약해지고 있다”며 “성장 잠재력이 큰 분야에 자원을 집중해 부를 창출하고 부채 비율을 줄이는 선순환 구조로 경제 체질을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개도국의 ‘부채의 지속가능성’을 완화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며 “대한민국은 AI 등 미래 성장분야에 투자해 총생산을 늘리고 장기적으로 부채비율 감소를 도모하는 ‘성과중심의 재정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예측 가능한 무역 투자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WTO 기능 회복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WTO의 기능 회복은 우리 모두의 이익에 부합한다”며 “대한민국은 내년 아프리카에서 개최되는 WTO 각료회의의 성공을 위해 적극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이 선도해온 ‘투자원활화 협정’이 내년 WTO 각료회의에서 공식 협정으로 채택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개도국 개발 효과 극대화를 위한 국제협력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다수 국가가 참여해 지역 개도국들의 개발을 지원하는 다자개발은행을 거론하며 “대한민국은 ‘다자개발은행 개혁 로드맵 평가·보고체계’ 채택을 주도한 바 있다”며 “앞으로도 이런 개혁 노력에 동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AI 혜택 공유·핵심광물 협력 확대”
‘회복력 있는 세계’를 주제로 재난위험 경감, 기후변화 대응, 공정한 에너지 전환, 식량체계 등을 다룬 2세션에서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의 노력에 동참하기 위해 2035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중장기 기후탄력적 발전경로를 확정했다”며 “우리 정부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사회의 여정에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함께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복원력이 높은 인프라 시스템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며 “대한민국은 기후위기 대응과 녹색산업 성장을 위해서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에너지고속도로’를 추진 중”이라고 소개했다.
아울러 “해상풍력 클러스터와 분산형 전력망 구축을 확대하고 국민 모두에게 혜택을 주는 ‘햇빛소득·바람소득’ 공유모델도 확산시켜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햇빛소득·바람소득은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마을 공유지에 태양광·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 시설을 설치하고 여기서 나온 에너지 수익 중 일부를 주민들에게 환원하는 개념이다.
재난 대응에서도 “예방 중심·복원력 중심으로 시스템을 재편해야 한다”며 “올해 G20 재난위험경감 각료회의가 ‘다중재난 조기경보체계’를 도입한 것은 매우 적절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글로벌 식량 체제 복원력 강화를 위해 국제사회가 연대와 협력을 지속해야 한다”며 “한국은 유엔세계식량계획과 식량원조사업을 17개국으로 확대하고, 아프리카 14개국에 ‘K-라이스벨트’ 사업을 추진해왔다”고 덧붙였다.
‘모두를 위한 공정한 미래’를 다룬 3세션에서는 핵심 광물과 AI 분야에서의 국제협력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핵심 광물 보유국과 수요국이 혜택을 공유하는 안정적이고 호혜적인 공급망 구축이 필요하다”며 “한국은 ‘핵심 광물 안보 파트너십’ 의장국으로서 광물 공급국과 수요국의 필요에 맞는 호혜적인 광물 협력사업을 적극 확대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AI와 관련해서도 “AI 기술 발전은 모든 국가와 인류에게 고른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며 “G20이 ‘AI 포 아프리카(AI for Africa)’ 이니셔티브를 발표한 것을 환영한다. 한국도 모든 인류가 AI의 혜택을 고루 향유하는 ‘글로벌 AI 기본사회’ 실현을 위해 국제사회와 적극 협력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발표된 ‘APEC AI 이니셔티브’를 언급하면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넘어 전 세계로 확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강정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