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화, 번영, 문화 세 가지 영역에 걸친 샤인(SHINE) 이니셔티브를 토대로 중동과 한반도가 상생하는 미래를 함께 열어가겠다.”
이재명 대통령이 한국과 중동의 공동 번영을 위한 새로운 외교 구상인 ‘샤인 이니셔티브’를 전격 제안하며 이같이 밝혔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중동·아프리카 순방에 나선 이 대통령은 11월 20일(현지 시간) 이집트 카이로대학 연설에서 대중동 비전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이 대통령이 취임 이후 대학 강단에 연사로 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08년 설립된 카이로대학은 이집트 최고의 공립 종합대학교로 노벨상 수상자를 세 명 배출했다. 카이로대학에 대한 이집트인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상호 관여 통해 한반도·중동 평화 구축”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움므 알-둔야(인류 문명의 어머니)라 불리는 이집트의 위대한 문명을 보러 가는 대신 ‘움므 알 자미앗 알 미쓰리야(이집트 대학의 어머니)’라 불리는 카이로대학교로 달려온 이유가 무엇이겠느냐”며 “양국 관계의 미래를 열어갈 든든한 주역을 만나는 일이 인류 최고의 문화유산을 눈으로 보는 것보다 더 설레고 더 큰 영감을 준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이날 이 대통령이 제안한 샤인은 ▲안정(Stability) ▲조화(Harmony) ▲혁신(Innovation) ▲네트워크(Network) ▲교육(Education)을 의미한다. 이 대통령은 샤인 이니셔티브의 핵심을 “평화와 번영을 바라는 여러분의 꿈이 두 나라의 미래”라고 규정했다.
먼저 평화 분야에 대해 이 대통령은 “상호 관여를 통해 안정과 조화에 기반한 한반도와 중동의 평화를 구축하겠다”고 밝히며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가자지구 사태 극복을 위해 이집트 적신월사(이슬람권 적십자사)에 1000만 달러를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압델 파타 알시시 이집트 대통령이 추진하는 가자지구 복구 프로그램에도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에는 ‘동병상련’이라는 말이 있다. 전쟁의 포화를 겪은 대한민국 국민은 분쟁으로 위협받는 이들의 눈물과 고통에 누구보다 깊이 공감한다”고 말했다.
번영의 축에서는 혁신을 중심 가치로 내세웠다. 이 대통령은 삼성 스마트폰이 이집트 국민을 세계와 연결하고 현대로템의 전동차가 카이로 시민들의 발이 되고 있는 사례를 들며 제조업 공동생산이 중동 국가의 수출 확대와 고용 증진에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에너지·건설 분야 협력을 공고히 하는 동시에 인공지능·수소 등 미래 혁신 분야로 협력의 지평을 확대하겠다. 이집트의 ‘비전 2030’처럼 각국의 경제발전을 이끌 맞춤형 협력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 추진 공동선언문
교류 확대 의지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사람이 자주 만나고 서로의 문화를 배우며 성장하는 것만큼 양국의 우호 관계를 단단하게 만드는 동력은 없다”며 “카이로대학을 포함한 양국 대학 간 교류를 확대하고 더 많은 이집트 학생이 한국으로 유학할 수 있도록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석사 장학생 사업, 연수프로그램 확대 등 제도적 지원을 늘려가겠다”고 말했다. 현재 이집트 청년들은 한국국제협력단이 설립한 베니-수에프 기술대학에서 기계·전기·자동차 등 핵심 산업의 기술을 익히며 산업 역군으로 성장하고 있다고도 소개했다.
문화 기반의 인적교류 확대 구상도 내놓았다. 이 대통령은 푸드·패션·뷰티 등 K-컬처의 잠재력에 주목하며 “중동에서 기원한 훔무스를 많은 한국인이 사랑하는 것처럼 이집트에서 K-할랄푸드의 인기가 확산되고 두 나라 음식을 자국 음식처럼 즐기게 될수록 양 국민은 더 가까운 친구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함께 나누는 경험이야말로 문화 교류의 중요한 한 축이 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중동 전문가를 양성하는 등 우리 국민이 중동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는 환경도 조성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연설을 마치며 “오늘 이 만남이 여러분의 눈부신 미래를 밝힐 출발점이자 한국과 이집트, 한국과 중동 앞에 펼쳐질 더 찬란한 여정의 출발점이 되길 소망한다”며 “대한민국 국민과 이집트 국민은 다가올 한국과 이집트의 새로운 미래를 사랑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카이로대 연설에 앞서 같은날 알시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CEPA)’ 추진을 위한 공동선언문에 서명했다. 두 정상은 평화와 안정을 촉진하기 위한 상호 역할과 노력을 지지하고 국제 평화 증진을 위한 연대를 강화해나가기로 뜻을 모았다.
이근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