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익 중심 실용외교 빛났다
한미동맹 미래로 큰 걸음 신뢰를 바탕으로 한 한미동맹의 발전적 지향점이 제시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8월 2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관세협상에 대한 후속 조치와 안보·경제협력 방안 등을 폭넓게 논의했다. 정상회담을 불과 3시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누리소통망(SNS)을 통해 돌발 발언을 해 한때 긴장감이 감돌았지만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당신은 위대한 사람이고 위대한 지도자”라는 말을 이끌어내며 성공적인 회담으로 마무리지었다.
‘칭찬의 기술’이 트럼프를 웃게 하다 예상치 못한 제안을 하거나 돌발 상황을 이끌어내기도 하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유도할 수 있었던 것은 철저한 준비를 바탕으로 한 이 대통령의 ‘칭찬의 기술’ 덕분이었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 모두발언을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하며 바꾼 백악관 인테리어를 칭찬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이 대통령은 모두발언과 약식 기자회견이 이뤄진 오벌 오피스(Oval Office)가 황금빛으로 밝게 빛나는 모습이 마치 “미국의 새로운 번영을 상징하는 것 같다”고 칭찬했다. 그러면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호가 다우존스지수에 반영돼 실현되고 있다고 말을 이었다.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두고 평화를 만들어가는 ‘피스메이커’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며 “북한에 트럼프 월드를 하나 지어서 거기에서 저도 골프를 칠 수 있게 해달라”고 말할 때는 트럼프 대통령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이에 대해 워싱턴포스트(WP)는 “이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 리모델링과 전 세계 평화 중재 노력 등에 대해 칭찬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웃게 했다”고 했고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SNS 게시글로 우려됐던 적대적인 회담 가능성은 이 대통령이 칭찬을 쏟아내면서 사라졌다”고 평가했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브리핑에서 “양 정상이 보여준 친밀함과 상호 배려하는 모습은 이번 회담을 대표하는 장면”이라고 평가하며 “‘인간 트럼프’를 철저하게 분석해 대비해왔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방미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쓴 책 ‘거래의 기술’을 읽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수석 또한 이 대통령이 “트럼프를 만난 다수의 사람을 만났다”며 “감사하다는 말을 반복해 구사하고 트럼프 대통령 취향대로 백악관 내부 장식이 바뀐 점도 미리 확인해뒀다가 언급했다”고 말했다. “피스메이커는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듣기 좋아하는 표현”이라며 “이를 남·북·미 협상의 돌파구로 던졌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노력에 트럼프 대통령은 약식 기자회견 중간 이 대통령으로부터 SNS에서 언급했던 ‘교회 압수수색’ 등과 관련된 설명을 듣고 “오해라고 확신한다”며 말을 바꿨다.
“피스메이커 하면 나는 페이스메이커!” 50여 분간 이어진 약식 기자회견에서 이 대통령은 먼저 북한 문제를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피스메이커인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분단국가로 남아 있는 한반도에도 평화를 만들기 위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도 만나달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은 한국의 어느 지도자보다도 북한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것 같다”며 “우리가 함께 노력한다면 어느 정도 진전이 있을 수 있겠다”고 화답했다.
이 대통령은 “저의 관여로 남북 관계가 잘 개선되기는 쉽지 않다”며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피스메이커를 하면 저는 ‘페이스메이커’로 열심히 지원하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으로 좌중에 웃음이 번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문제에 대해서 아주 큰 진전을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 말미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다면 김 위원장과 만날 용의가 있냐는 질문을 받고서는 “남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저는 적극 협력할 용의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과 협력해 미국 조선업 부흥을” 양 정상은 조선업을 중심으로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데에도 뜻을 모았다. 이 대통령은 “미국이 다시 위대하게 변하고 있는 것 같다”며 “조선 분야뿐 아니라 제조업 분야에서 르네상스가 이뤄지고 있고 그 과정에 대한민국도 함께하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미국은 조선업이 상당히 폐쇄됐기에 한국에서 구매해야 할 것”이라며 “앞으로 한국과 협력을 통해 미국에서 선박이 다시 건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미국의 조선업을 한국과 협력해 부흥시키는 기회를 갖게 되길 바란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양 정상은 한·미·일 협력 강화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한·미·일 협력은 매우 중요한 과제”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일 협력을 중시하고 있기 때문에 미리 일본과 만나서 걱정하실 문제를 다 정리했다”고 말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한일관계의 앞날이 밝다고 본다”고 화답했다. APEC 정상회의 참석과 관련된 질문에는 “갈 수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중 계획을 밝히면서 이 대통령에게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올해 아니면 조만간 방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 대통령에게 “같이 가겠느냐”고 물었다. “같이 전용기에 탑승하면 연료를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오존층 파괴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농담이었다. 이 대통령이 “같이 가면 좋겠다”고 답하자 트럼프 대통령도 “특별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우리가 중국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말했다.
약식 기자회견을 마친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캐비닛 룸으로 자리를 옮겨 확대회담을 가졌다. 오찬과 함께 진행된 비공개 회담은 약 80분간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에게 현재 한국의 정치적 상황에 대해 묻고 교역 및 관세협상에 대한 간단한 점검을 했다”고 전했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브리핑을 통해 오찬을 겸한 확대회담의 성과를 한미 경제통상 분야의 안정화, 한미동맹의 현대화, 새로운 협력 분야에 대한 개척 등 세 가지로 정리했다. 먼저 한미 경제통상 분야에서 세부 내용에 대한 협의 과정은 남아 있지만 투자, 구매, 제조업 협력 등에 대해서 정상 차원의 논의가 있었기 때문에 안정화되는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구체적으로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7월 30일 합의된 3500억 달러 규모의 한미 금융 패키지 조성과 관련해 “양국은 조선업 분야 최대 1500억 달러를 포함해 에너지, 핵심광물, 배터리, 반도체, 의약품, 인공지능(AI), 퀀텀 컴퓨팅 등 전략 산업 강화를 지원하는 데 금융 패키지를 활용하기로 했고 구속력 없는 양해각서(MOU)로 금융 패키지 조성과 운영을 규정하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한반도 안보 주도적인 역할 ‘동맹의 현대화’ 양 정상은 ‘동맹의 현대화’ 부분에 대한 합의와 조선업을 비롯한 새로운 협력 분야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했다. 특히 동맹의 현대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 직후 미국 워싱턴 D.C.의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한 연설에서 “오늘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미동맹을 안보 환경 변화에 발맞춰 현대화해나가자는 데 뜻을 함께 모았다”며 “저와 트럼프 대통령은 ‘국익 중심 실용 동맹’의 새 지평을 열어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공동의 가치인 평화와 번영을 위해 싸운 ‘안보 동맹’, 미국의 원조로 성장해 미국 최고의 ‘그린필드 투자국’이 돼 맺은 ‘경제 동맹’에 더해 국익 중심의 실용 동맹으로 동맹의 현대화를 이뤄낼 것이라는 얘기다.
이 대통령은 동맹의 현대화에 대해 “한국은 한반도의 안보를 지키는 데 있어 보다 주도적인 역할을 앞으로 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미국의 대한(對韓) 방위 공약과 한미 연합방위태세는 철통같이 유지될 것”이라며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주도적인 역할을 위해 국방비를 증액하겠다고 밝힌 이 대통령은 “늘어난 국방비는 우리 군을 21세기 미래전에서 반드시 승리하는 스마트 강군으로 육성하기 위한 첨단 과학기술과 자산을 도입하는 데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결되지 않고 있는 북한의 핵 문제에 대해서는 ‘한반도 비핵화’의 목표를 위해 한미 양국이 긴밀히 협력해나갈 것이라고 밝힌 이 대통령은 “‘국익 중심 실용외교’의 원칙은 남북 관계에서도 예외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한미 양국은 북한의 도발에는 강력히 대응하는 동시에 북한과의 대화를 위한 노력도 병행해나갈 것”이라며 대남 확성기 방송 중단을 예로 들었다. 이 대통령은 “화해와 협력의 남북 관계야말로 한국과 북한 모두에, 그리고 나아가 한국과 미국 양국 모두에 이익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한반도에 비핵·평화와 공존의 길이 열릴 때 한미동맹은 한반도를 넘어 글로벌 차원으로 업그레이드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한국 내 약 20만 명의 미국인들과 2만 8500명의 주한미군이 더욱 안전해지고 양국 국민의 일상도 더욱 번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 주한미군 감축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 대통령은 현재의 주한미군 규모를 명시했다.
‘안미경중’은 옛말, 첨단 기술 한미동맹으로 나아갈 것 이 대통령의 CSIS 연설에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결과가 녹아 있었다. 이 대통령은 연설에서 “안보와 경제는 결코 떼놓고 생각할 수 없다”며 “저는 오늘 트럼프 대통령과 한미동맹이 양국 국민을 더욱 번영하게 만들도록 긴밀히 협력해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연설을 마치고 존 햄리 CSIS 소장과 대담을 가지면서 이 대통령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안미경중(安美經中)’ 노선을 더 이상 지키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최근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지고 미국의 정책이 명확하게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며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관세협상과 관련해서도 이 대통령은 CSIS 연설에서 “양국이 타결한 관세 합의는 양국의 첨단 기술 협력을 강화할 마중물로 작동할 것”이라며 “세계 1위 역량을 갖춘 대한민국의 K-조선이 미국 조선업의 르네상스를 열어가며 양국이 공동 번영할 새로운 역사적 계기를 만들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안보와 경제의 융합이라는 시대적 도전에 한미 양국은 ‘첨단 기술 동맹’으로 당당히 응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앞선 정상회담에서도 강 대변인은 “두 정상은 미국 조선업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위 실장 역시 “조선 역량을 가지고 미국과 조선 협력을 크게 늘려가겠다는 데 공감대가 있었다”며 “원자력 협력 문제에 대해서도 정상 간에 의미 있는 논의가 있었고 앞으로 추가적인 협의가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당신은 위대한 지도자”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일 협력도 강조됐다. 이 대통령은 CSIS 연설에서 “이번 방미에 앞서 마당을 같이 쓰는 이웃, 일본을 먼저 방문하고 왔다”고 말하며 “저는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한·미·일 협력을 긴밀히 다져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3국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공동 대처하며 인태 지역과 글로벌 차원에서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더욱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확대회담에서도 한일 협력을 바탕으로 한 한·미·일 협력 강화 방안에 대한 공감대를 만들었다. 위 실장은 “일본을 먼저 거침으로써 한일관계의 획기적인 개선, 나아가 한·미·일 협력 강화로 이어가려는 이 대통령의 구상에 대해서 트럼프 대통령이 높이 평가를 했다”고 전했다.
정상회담이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이뤄진 것과 관련해 대통령실은 확대회담이 “두 정상의 친밀하고 사적인 얘기들로 회담이 진행됐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리 둘은 비슷한 배경을 가지고 있다”며 과거 암살 위협으로 인해 목숨을 잃을 뻔했던 상황을 언급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깊이 공감하며 상세한 이야기를 나눴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차례 이 대통령과의 친밀감을 강조했는데 강 대변인은 “당신은 미국으로부터 완전한 지원을 받게 될 것”이라는 언급도 있었다고 전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에게 ‘당신은 위대한 사람이고 위대한 지도자다. 한국은 당신과 함께 더 높은 곳에서 놀라운 미래를 갖게 될 것이다. 난 언제나 당신과 함께 있다’는 메시지를 직접 써서 전달했다.
한미동맹 전성기는 이제부터 이 대통령은 햄리 CSIS 소장과의 대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SNS 글에 참모들이 우려를 나타낸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쓴 ‘거래의 기술’을 읽었기 때문에 그러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상대가 감내하기 어려운 조건을 던지지만 최종적으로는 불합리한 결론에 이르게 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본인이 책에 써놓았다”며 “한미동맹은 매우 중요해서 큰 상처를 내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확신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것들에 대해 대화하고 양해하고 격려받았다”고 말했다.
성공적으로 정상회담을 마무리한 이 대통령은 CSIS 연설을 통해 한미동맹의 미래를 낙관했다. 이 대통령은 연설 말미에 “안보, 경제, 첨단 기술의 세 가지 기둥 위에 우뚝 선 ‘미래형 포괄적 전략 동맹’은 양국 국민을 위한 실용과 국익의 결정체로서 더욱 찬란하게 빛나게 될 것”이라며 “한미동맹의 전성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함께라면, 우리는 더욱 위대한 것을 이루어낼 수 있다”면서 “그 영광의 순간을 위해 같이 갑시다”라고 제안했다.
김효정 기자
선물로 풀어낸 한미 정상회담
트럼프 취향 맞춘 선물…
서명용 펜 관심에 즉석 선물도 이재명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향과 성향에 맞춰 만반의 준비를 했다. 골프를 좋아하는 트럼프 대통령에 맞춰 골프 이야기로 대화를 이끌어가기도 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을 위한 선물로도 골프채를 준비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선물한 ‘맞춤형 선물’은 세 가지로 골프채를 비롯해 금속 거북선 모형,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다. 골프채는 국내 업체가 트럼프 대통령의 체형에 맞게 제작한 퍼터로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이 각인돼 있다. 거북선 모형은 가로 30㎝, 세로 25㎝ 크기로 기계조립 명장인 HD현대중공업의 오정철 기장이 손수 제작했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조선 협력과 국방 협력을 함께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마가 모자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취향에 맞춘 것이다. 이 수석은 “트럼프 대통령은 마가 모자를 자주 쓰는데 카우보이모자는 없다는 점에 착안해 마가 카우보이모자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즉석 선물도 주어졌다. 이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 서명식에서 서명용 펜을 사용하는 것을 보고 트럼프 대통령이 “펜의 두께가 아름답다”며 관심을 보였다. 이 펜은 국내 업체가 태극 문양과 봉황을 각인해 만든 것으로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에 “영광이다”라며 곧바로 선물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피습 사진이 실린 책을 선물 받고 싶다고 말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오찬 회담이 끝난 후 이를 건넸다. 트럼프 대통령은 참석자들을 기프트 룸으로 안내해 마음에 드는 모자와 골프공, 골프 핀, 와이셔츠, 커프스 핀 등을 고르도록 하고 사인을 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조선소에서 ‘마스가의 기적’을한미 ‘제조업 르네상스’ 한목소리 “양국이 윈윈할 수 있는 제조업 르네상스를 위해 조선·원전 등 전략산업, 반도체·인공지능(AI)·바이오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양국 협력을 고도화합시다.”
8월 2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이어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은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하는 동시에 양국 간 전략적 투자·구매를 통해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자”며 이같이 말했다.
‘제조업 르네상스 파트너십’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류진 풍산그룹 회장 겸 한국경제인협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미국과 협력 관계가 많은 16명의 국내 기업인이 참석했다. 미국 측에서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칼라일그룹 공동회장이 자리했다. 또한 보잉, 다나허,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등 미국의 대표 기업에서 21명이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기조연설에서 “양국 기업인들이 한미 협력의 중추”라며 “과거 미국이 한국의 초고속 성장에 기여했듯 제조업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한 대한민국이 미국 제조업 르네상스를 달성할 최적의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조선 협력과 관련해 “한미 양국은 75년 전 미 해군의 결정적 활약으로 한국전쟁의 전세를 뒤집은 승리의 역사를 공유하고 있다”며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양국의 기업인들은 첨단산업(반도체·AI·바이오 등)과 전략산업(조선·원전·방산), 공급망(모빌리티·배터리) 분야로 나눠 글로벌 환경의 변화와 양국 간 산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공동 연구 등 양국 기술 협력과 정부 지원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아울러 미국의 혁신 기술력과 한국의 제조 경쟁력이 결합하면 세계시장을 견인할 수 있다는 데 뜻을 모았다. 이 과정에서 우리 기업들은 총 1500억 달러 규모(208조 7000억 원)의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조선·원자력·항공 등 11건 계약·MOU 체결 라운드테이블 직후에는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한미 제조업 르네상스 파트너십 강화를 위한 계약 및 양해각서(MOU) 체결 행사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선 조선·원자력·항공·액화천연가스(LNG)·핵심광물 분야에서 11건의 계약·MOU가 체결됐다.
한미 협력의 열쇠로 여겨진 조선 분야에선 HD현대·한국산업은행과 서버러스 캐피털이 수십억 달러 규모의 공동 투자펀드 조성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삼성중공업과 비거 마린 그룹은 미국 해군의 지원함 유지·보수·정비(MRO), 조선소 현대화 및 선박 공동 건조 등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MOU를 맺었다.
원전 부문에선 한국수력원자력, 두산에너빌리티, 엑스-에너지, 아마존웹서비스가 소형모듈원자로(SMR)의 설계부터 운영과 공급망 시장 확대를 위한 MOU를 체결했다.
항공 분야에서는 대한항공이 미국 보잉사로부터 차세대 고효율 항공기 103대를 신규 도입하고 GE에어로스페이스와 엔진 구매 및 엔진 정비 서비스 계약을 위한 MOU를 맺었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한국가스공사가 글로벌 에너지 기업인 트라피구라 등과 2028년부터 약 10년간 미국산 LNG를 주요 기반으로 하는 연 330만 톤 규모의 중장기 LNG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핵심광물 분야에서는 고려아연이 글로벌 방산기업인 록히드 마틴과 게르마늄 공급 구매 및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을 위한 MOU를 맺었다.
필라델피아 한화 필리조선소 방문 이 대통령은 8월 26일에는 미국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한화 필리조선소를 방문했다. 전날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조선업 협력 강화에 뜻을 모은 뒤 곧바로 현지에 있는 조선소 현장을 방문한 것이다.
이날 한화 필리조선소에서는 미국 해양청이 발주한 국가안보다목적선 ‘스테이트 오브 메인호’의 명명식이 열렸다. 명명식은 선박을 건조한 뒤 이름을 지으며 안전 운항을 기원하는 행사다. 명명식에는 이 대통령과 김정관 산업부 장관, 조현 외교부 장관,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 데이비드 김 필리조선소 대표 등이 참석했다. 미국 측에서는 조시 샤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와 토드 영 상원의원 등이 참석했다.
1801년 미국 해군 조선소로 출발한 한화 필리조선소는 1997년 민영 조선소로 전환됐다. 2024년 12월 한화그룹이 1억 달러(약 1400억 원)를 들여 인수하면서 한국 조선 기업이 미국 조선소를 인수한 첫 번째 사례가 됐다. 스테이트 오브 메인호는 필리조선소가 한화그룹에 인수된 이후 처음으로 완성된 선박이다. 한화 필리조선소는 미국 해양청의 발주를 받아 한 척당 3억 달러에 총 다섯 척의 국가안보다목적선을 건조할 예정이다.
이 선박은 평상시에는 해양대학교 사관생도의 훈련용으로 활용되다가 비상시에는 재난 대응 및 구조 임무를 수행한다. 특히 한국 조선전문기업 디섹이 설계와 기자재 조달을 맡아 한국 기술과 미국 인프라가 결합된 대표적인 한미 조선 협력 모델로 거론된다.
이 대통령은 축사를 통해 “대한민국의 조선업이 미국의 해양 안보를 강화하고 미국 조선업 부활에 기여하는 새로운 도전의 길에 나선다”며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로 미국과 대한민국 조선업이 더불어 도약하는 윈윈 성과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세계 제1의 저력과 역량을 마주한 필리조선소는 최첨단 선박기술을 보여주는 미국 최고의 조선소로 거듭날 것”이라며 “필리조선소를 통해 72년 역사의 한미동맹은 안보·경제·기술동맹이 합쳐진 ‘미래형 포괄적 전략동맹’의 새 장을 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 대통령은 “한미 조선 협력의 주역은 여기 계신 기업인과 근로자 여러분”이라며 “대한민국의 기업인과 근로자들이 허허벌판에 ‘K-조선’의 기적을 일궈냈듯 한미가 힘을 모아 마스가의 기적을 현실로 빚어내자”고 격려했다.
이어진 현장 시찰에서 한화그룹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필리조선소에 대한 추가 투자로 생산능력을 현재의 연 1.5척에서 연 20척 내외로 확대하고 중장기적으로 LNG 운반선 등 대형 첨단선박을 제조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에 이 대통령은 동석한 미 정부 인사들에게 한국 기업의 투자가 원활히 진행되고 미국 내 사업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제도적 지원을 해줄 것을 요청했다.
강정미 기자
김혜경 여사, 의회도서관·치매 센터 방문
“한국 역사와
문화 연구에 감사”
한국계 직원 격려 이재명 대통령과 함께 미국을 방문한 김혜경 여사는 8월 25일(현지시간) 미국 의회도서관을 찾아 한국계 직원들을 격려했다. 의회도서관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장서를 보유한 도서관으로 꼽힌다. 이곳에는 한국계 직원 1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김 여사는 한국계 사서의 안내를 받아 의회도서관이 소장 중인 현존 최고(最古)의 태극기 도안, 김치 유래가 담긴 동국이상국집, 조선 금속활자 등을 살펴보고 “우리 민족의 역사와 문화가 먼 타지에서도 존중받고 연구되고 있다는 것에 깊이 감명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의회도서관은 한국과의 협력 의사가 높다고 들었다”며 “한국 관련 아카이브를 내실 있게 확장해나갈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 여사는 이날 오후에는 버지니아주의 치매 전문 복지기관 ‘인사이트 메모리 케어 센터’를 방문해 돌봄 현장을 살폈다. 이곳에선 환자뿐만 아니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가족 프로그램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김 여사는 “미국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치매 환자와 가족의 고통이 심각하다”며 “이번 방문에서 보고 들은 사례들을 한국 돌봄 현장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 여사는 회화·놀이·운동·음악 등 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해 프로그램 참가자들과 함께 공 던지기를 하고 한국의 ‘아리랑’, ‘섬집 아기’ 등 노래를 감상하기도 했다. 김 여사는 “인사이트 메모리 케어 센터의 모범 사례가 미국 여타 지역에도 널리 확대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재미 동포 간담회 “새로운 한미동맹 여정 함께해달라”
이재명 대통령은 8월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재미 동포들을 만나 “한미동맹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는 여정에 함께해주실 것으로 믿는다”며 “한미관계 발전에 기여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이날 방미 첫 일정으로 워싱턴 D.C. 콘래드호텔에서 재미 동포 150여 명을 초청해 만찬을 겸한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에는 김혜경 여사도 흰색 저고리에 분홍색 치마를 입은 한복 차림으로 함께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지구 반대편에서 여러분들을 뵙게 돼 정말로 반갑고 또 한편으로는 가슴 뭉클하다”며 “이렇게 따듯한 미소로 환대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72년 한미동맹의 새 길을 여는 중요한 여정에 나서고 있다”며 “군사동맹으로 시작된 한미관계는 이제 경제동맹을 넘어 기술동맹을 아우르는 ‘미래형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민생, 경제, 안보, 평화 등 다방면의 복합 위기와 문명사적인 대전환이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격변의 시대이기도 하다”며 “낯선 땅 미국에서 무수한 역경을 기회로 바꿔낸 동포 여러분의 존재야말로 조국의 미래를 밝히는 귀중한 등불”이라고 말했다.
이어 “동포 사회의 빛나는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필요한 지원을 더욱 확대해나가겠다”며 “오랜 과제인 복수국적 연령 하향 문제를 해결하는 일에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대한민국 주권자로서 권한 행사를 하는 데 부족함이 없도록 투표할 수 있는 장소나 장치, 제도도 잘 만들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알링턴 국립묘지·서재필기념관 방문 광복 80주년 무궁화나무 식재 “미래세대에 독립운동 역사 알리길”
이재명 대통령은 미국 순방 마지막 날인 8월 26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알링턴 국립묘지를 찾아 헌화했다. 알링턴 국립묘지는 한국의 국립현충원과 같은 곳으로 남북전쟁과 제1·2차 세계대전, 베트남전 참전용사 등 약 21만 5000명이 잠들어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부인 김혜경 여사와 조현 외교부 장관,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등과 함께 국립묘지를 방문했다. 전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 이 대통령을 배웅한 모니카 크롤리 국무부 의전장과 앙투아네트 갠트 워싱턴 관구사령관도 동행했다.
국립묘지 입구에서 미군 의장대와 군악대가 도열해 이 대통령을 맞았고 국가원수에 대한 예우의 의미를 담은 예포 21발이 발사됐다. 태극기를 든 의장대가 뒤를 따르는 가운데 애국가가 연주되자 이 대통령은 가슴에 손을 얹고 국기에 대한 경례를 했다. 이 대통령은 국립묘지 내 마련된 무명용사탑에 헌화했다. 헌화대에는 ‘대한민국 대통령 이재명’이라고 적힌 화환이 놓였다. 이후 진혼곡이 연주됐고 이 대통령은 다시 한 번 가슴에 손을 얹어 추모의 뜻을 표했다. 참배를 마친 뒤에는 미국 측 안내로 국립묘지 기념관 전시실을 둘러봤다.
이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로 이동한 이 대통령은 애국지사 서재필 박사 기념관을 방문했다. 현직 한국 대통령이 서재필기념관을 방문한 것은 1999년 7월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26년 만이다.
서재필 박사는 한국 민간신문 효시인 ‘독립신문’을 창간했다. 독립협회를 창립하고 독립문을 건립하는 등 자주독립 사상 고취와 애국계몽 활동에 힘쓰다가 1898년 미국으로 추방됐다. 1919년 3·1운동이 일어나자 다시 독립운동에 투신해 필라델피아에서 한인자유대회를 개최하고 국제연맹과 미국에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승인을 요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하고 임시정부의 외교고문을 맡아 국제사회에서 독립을 위한 외교에 힘썼다. 1951년 펜실베이니아주 몽고메리병원에서 별세했다.
서재필기념재단은 서재필 박사의 업적과 애국애족 정신을 미국 사회에 알리기 위해 1990년 11월 서재필기념관을 개관했다. 재단은 기념관 개관을 위해 1986년 서 박사가 생전에 미국에서 거주했던 주택을 매입, 개·보수해 현재의 기념관을 세웠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조국의 자주독립을 위해 헌신하신 서 박사의 정신이 깃든 기념관을 방문하게 돼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기념관이 미래세대에 독립운동의 역사를 알리고 지역사회에도 기여하는 공간으로 발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이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는 광복 80주년을 맞아 기념식수로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무궁화나무를 식재하며 기념관 방문의 의미를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