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히트펌프
에어컨 실외기에서 뜨거운 바람이 나오고 냉장고 뒤편이 뜨거워지는 걸 경험해보신 적 있으시죠? 에어컨이나 냉장고는 내부를 차갑게 식히는 과정에서 발생한 열을 밖으로 내보내는데요. 이렇게 냉각 과정에서 발생해 버려지는 열을 ‘폐열’이라고 해요.
폐열은 말 그대로 사용되지 못하고 대기 중으로 방출되는 열에너지예요. 산업 현장과 각종 설비에서 발생하는 폐열은 상당한 양이 회수되지 못한 채 그대로 버려지고 있어요. 대기를 가열하는 범인 중 하나인 거죠. 이렇게 버려지는 열에너지를 다시 활용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여기서 주목받는 기술이 바로 히트펌프예요.
대기 중 열을 끌어와 냉난방에 활용
히트펌프는 공기, 땅, 물 등 주변 환경에 존재하는 열을 끌어와 냉난방에 활용하는 장치예요. 설비를 냉각시키며 발생하는 폐열을 회수해 온수나 온풍으로 다시 사용하는 방식이죠. 대기로 방출되는 폐열을 줄이면서 버려지던 열을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기술이에요. 에너지 효율과 환경보호를 동시에 잡는 이른바 ‘일석이조’의 재생에너지라고 할 수 있어요.
탄소 감축을 위해 다각적 노력을 하는 우리 정부로서는 히트펌프 기술 발전을 지원하지 않을 이유가 없겠죠? 정부는 2035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2018년 대비 53~61% 감축하겠다는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확정했어요. 이와 같은 감축 계획은 파리협정에 따른 것인데요. 파리협정은 지구온난화에 대응하기 위해 2015년 채택된 국제협약으로 5년마다 온실가스 감축 수준을 정해 유엔에 제출해야 해요. 우리 정부는 2025년 11월 11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최종 확정했어요. 같은 달 브라질 벨렝에서 열리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를 통해 공식 발표됐어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 계획도 마련 중이에요. 정부는 산업·건물·수송 부문 전반에서 감축 정책을 추진하고 ‘대한민국 녹색전환(K-GX)’을 2027년 상반기까지 수립할 계획이에요. K-GX는 우리나라가 탄소중립과 미래 성장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 추진하는 국가 차원의 녹색 전환 전략이에요. 태양광·풍력·전력망·에너지저장장치(ESS)·전기차·배터리 등 녹색산업 육성을 위한 종합 전략으로, 기후위기 대응을 산업·경제 성장의 기회로 바꾸는 종합 프로젝트예요.
히트펌프 정책 역시 이 K-GX에 포함돼 있어요. 히트펌프는 특히 ‘건물 부문 탄소중립의 핵심 기술’로 꼽혀요. 기존의 가스보일러 등 화석연료 기반 난방을 재생에너지 기반의 고효율 히트펌프로 전환해 열에너지의 탈탄소화를 이루는 게 목표예요.
히트펌프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볼까요? 히트펌프는 공기열, 지열, 수열 등 다양한 자연열을 활용해 냉방과 난방, 온수 공급까지 가능해요. 기존 보일러를 히트펌프로 바꾸면 에너지 소비도 줄이고 난방비 부담도 낮출 수 있어요. 연소 과정이 없어 실내 공기질이 개선되는 것도 장점이에요.
히트펌프는 화석연료를 태우지 않고 열을 ‘이동’시키는 방식이라 이산화탄소 배출이 거의 없어요. 전기 1단위로 3~4단위 이상의 열을 만들어내 에너지 효율도 기존 가스보일러나 전기히터보다 훨씬 높아요. 기존 난방기기보다 2~4배 높다고 해요. 또 공기·지열·수열 등 다양한 자연 열원을 활용할 수 있어 자원 효율성도 높아요. 탄소배출권 거래제와 연계할 경우 추가적인 경제적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도 히트펌프의 장점이에요.

친환경 설비 넘어 새로운 산업
정부는 히트펌프 보급 확대를 위해 관련 로드맵을 마련 중이에요. 2035년까지 350만 대 보급을 통해 온실가스 518만 톤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도시가스가 보급되지 않은 지역을 우선 지원하고 노인요양시설 같은 사회복지시설과 시설재배 농가 등에 보급을 확대할 계획이에요.
히트펌프는 탄소배출권 거래제와도 연계할 수 있어요. 에너지 효율을 높인 만큼 줄어든 탄소배출량을 배출권으로 인정받으면 추가적인 경제적 이익도 기대할 수 있어요. 단순히 친환경 설비를 넘어 새로운 산업, 새로운 수익 모델로 주목받는 이유예요.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해 12월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 겸 성장전략 태스크포스(TF)에서 히트펌프 보급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어요.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기화 정책에 맞춰 히트펌프 산업을 적극 육성하겠다는 계획이에요.
버려지던 열을 다시 쓰는 기술, 히트펌프는 편리함을 조금만 바꾸는 것으로도 탄소배출을 크게 줄일 수 있는 방법이에요. 난방과 냉방 방식의 전환이 기후위기 대응의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김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