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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치러진 일본 총선 결과 아베 신조(安倍晋三)를 총리로 하는 자민당 정권이 탄생했다. 자민당은 중의원(하원) 전체 의석 480석 가운데 절반을 훌쩍 넘는 294석을 확보, 3년 3개월 만에 정권을 탈환했다. 연립정부를 꾸리기로 한 공명당의 31석을 합할 경우 중의원 전체 의석의 3분의 2가 넘는 325석에 달한다. 반면 2009년 8월 총선에서 전후 최초로 정권교체를 이룬 민주당 정권은 기존 의석의 4분의 1에도 못 미치는 57석으로 참패를 당했다.

민주당의 패인은 몇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민주당 정권의 첫 총리였던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는 우애외교를 강조하면서 미·일동맹과 아시아외교 간 균형을 모색했다. 미·일동맹의 핵심이었던 오키나와 후텐마 기지를 외부로 이전하겠다고 공언했고, 미국이 반발하면서 기존의 미·일 동맹관계에 균열이 생겼다. 주일 미국 대사의 입에서 “당신(하토야마 총리)을 믿지 못하겠다”는 극한 발언까지 나왔다. 끝내 미국의 양보를 받아내지 못한 하토야마 총리는 사퇴했다.

뒤이어 취임한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도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자로 폭발로 인한 국가위기 상황에서 제대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1년만에 물러났다. 때마침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와 독도를 둘러싼 중국 및 한국과 갈등이 고조되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일본 내 보수화 흐름이 두드러진 것도 자민당 승리의 요인이 됐다. 국내외 위기 속에서 내셔널리즘이 고조되면서 진보세력의 퇴조, 일본유신회 등 우익정당이 득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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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민주당의 궁극적 패인은 선거공약을 어겼기 때문이다. 미군기지 이전, 소비세 증세, 복지정책, 원자력발전 등 당초 약속을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다.

재무상 출신인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는 취임하자마자 뜬금없이 공약에도 없던 소비세 인상을 들고 나왔다. 국민에게 약속한 공약은 지키지 않으면서 “이걸 위해 내 정치생명을 걸겠다”고도 했다. 이 법안에 자민당이 동의해 주면 국회를 해산하고 총선을 실시하겠다는 정치거래까지 제시했다. 가뜩이나 혹독한 경기침체와 소득감소에 시달리는 일본 국민들은 그를 외면했다. 노다 내각은 지지율이 10%대로 추락하면서 소생하지 못했다.

6년만에 다시 일본을 통치하게 된 아베 총리가 그동안 추구해 온 목표는 일본이 전후체제에서 벗어나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보통국가’가 되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월간 <문예춘추> 최신호에 ‘새로운 국가로’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그는 “일본을 미국 등 제2차 세계대전 전승국들이 만든 전후체제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것이 최대 과제”라면서 “이를 위해 평화헌법을 개정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미국과 대등한 관계 수립을 위해 동맹국이 공격받을 경우 제3국을 공격할 수 있는 권리인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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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총리와 자민당 정부는 ‘일본을 되찾자’는 국정목표를 전면에 내걸었다. 그 의미는 ‘외국에 대해 단호한 각오를 보여주는 강한 일본’과 ‘일본에서 태어난 것을 자랑할 수 있는 일본’을 되찾자는 것이다. 강한 일본을 위해선 군대 보유, 군비 확대, 집단적 자위권 행사 등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자위대를 국방군으로 격상하는 내용의 헌법 개정과 집단적 자위권 행사, 국방예산 증가는 사실상 일본의 재무장 선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는 헌법 개정 없이 국가안전보장법 제정이나 헌법 해석만 달리해도 도입할 수 있다.

아베 총리가 ‘고노 담화’는 물론 ‘무라야마 담화’를 모두 고치겠다고 한 공약을 이행할지도 지켜볼 일이다. 고노 담화는 1993년 8월 고노 요헤이 당시 관방장관이 일본군과 군의 위안부 강제연행을 사실로 인정한 내용이다. 무라야마 담화는 1995년 8월 무라야마 도미이치 당시 총리가 종전 50주년을 맞아 식민지 지배와 침략에 대해 총체적 사죄와 반성의 뜻을 표명한 것이다. 이 담화들은 일본이 정권교체와 관계없이 과거사 문제에서 가이드라인으로 삼아온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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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총리는 지난달 말 산케이신문과 인터뷰에서 “21세기에 바람직한 미래지향의 아베 내각의 담화를 내고자 한다”고 밝혀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의 우려를 사고 있다. 아베 총리가 정말 자신의 임기중 이같은 우익 공약들을 실천에 옮길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적어도 참의원(상원)선거가 치러지는 올 7월까지는 지금의 노선을 고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베 총리는 재선에 성공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취임 직후인 1월 말 미국을 방문한다. 취임 후 첫 방문지를 미국으로 정함으로써 강력한 미·일동맹을 과시하고 영토분쟁 상대국인 중국을 견제한다는 생각이다. 오바마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센카쿠열도 문제를 미·일동맹의 연장선에 두는 공동선언을 전세계에 공표할 전망이다. 공동선언이 어떤 내용일지는 알수 없지만, 중국의 불만과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사나다 유키미쓰(?田幸光) 아이치슈쿠토쿠(愛知淑?)대학 교수는 “독도와 센카쿠열도 사태 이후 군사·경제면에서 한국과 중국이 가까워진 점을 주목해야 한다”며 “이런 가운데 미국은 한·중·일 3국과 등거리 외교를 펼치며 미묘한 밸런스를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친미로 일관할 아베 총리의 대미정책이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글·박소영 중앙일보 국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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