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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109개 줄인다… 발전·항만·에너지 대대적 통폐합

자료 관계부처 합동

▶ ‘공공기관 기능개혁 추진방안’ 발표
▶ 발전 5사 통합·4개 항만공사 1개로
▶ 고용승계 보장… 통폐합 후 처우 저하 없게

정부가 공공기관의 유사·중복 기능을 통합하고 자회사와 소규모 기관을 정비하는 대대적인 기능개혁에 나선다. 공공기관과 자회사·소규모기관 등을 대상으로 모두 109개를 감축·정비하는 것이 목표다. 발전 5사를 하나로 합치고 전국 4개 항만공사를 단일 공사로 묶는 한편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가스공사를 통합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코레일과 SR의 고속철도 운영체계도 일원화한다. 같은 지역에 흩어져 있는 공공기관 해외사무소는 ‘K-마루’로 통합해 기업과 교민이 여러 기관을 찾아다니지 않고 필요한 서비스를 한 곳에서 받을 수 있도록 한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공기관 기능개혁 추진방안’을 9월 3일 발표했다. ‘공공기관 DIET 2026’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번 추진방안은 흩어져 있는 기능과 인력, 기술을 재배치하는 것이 골자다. 이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고 수요자 중심의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시에 비용을 줄여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개혁은 ▲전략적 구조개혁 ▲유사·중복기능 일원화 ▲자회사·소규모기관 통합 등 세 축으로 추진한다. 전체 정비 대상은 109개로 전략적 구조개혁 대상이 15개, 유사·중복기능 일원화 대상이 11개, 자회사·소규모기관 통합 대상이 83개다. 정부는 이들 기관을 일률적으로 폐지하기보다 기관 간 통합·흡수나 기능 재편 등을 통해 정비할 계획이다.
정부가 대규모 기능개혁에 나선 데는 그동안 공공기관의 몸집이 지속적으로 커졌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정부는 2007년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정 이후 공기업·준정부기관·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하고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중심으로 통합관리 체계를 구축해왔다. 경영평가와 예산·정원 관리, 경영정보 공개 등을 통해 책임성과 투명성을 높였다는 평가다.
하지만 정책 환경이 달라졌다. AI 대전환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에너지 안보 등 복합위기에 대응하려면 기관별로 나뉜 기능을 유기적으로 연결할 필요성이 커졌다.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복지지출 증가로 재정여력이 줄어드는 가운데 유사·중복기능을 여러 기관이 각각 수행하면서 고정비와 관리비용이 중복되는 문제도 나타났다. 기술 발전과 민간 서비스 고도화로 국민과 기업이 기대하는 공공서비스 수준도 높아졌다.
2026년 공공기관 수는 342개다. 공공기관 임직원 정원은 2010년 24만 7000명에서 2025년 43만 2000명으로 늘었다. 인건비 예산은 2020년 29조 6000억 원에서 2025년 37조 7000억 원으로 증가했다. 2025년 공공기관 부채는 769조 원, 부채비율은 174.1%에 이른다.

한국토지주택공사 본사 전경. 사진 한국토지주택공사

발전 5사 하나로… 항만공사도 통합
전체 109개 감축·정비 가운데 15개는 ‘전략적 구조개혁’을 통해 이뤄진다. 에너지·항만·공항·주택·철도 등 국가 핵심 인프라를 담당하는 기관의 기능을 재편해 급변하는 정책 환경과 미래 수요에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먼저 한국남동발전·한국중부발전·한국서부발전·한국남부발전·한국동서발전 등 발전 5사를 하나로 합쳐 가칭 ‘한국발전’으로 단일 법인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현재 연간 500억 원 안팎의 연구개발비와 2000억 원 규모의 재생에너지 건설사업을 발전사별로 분산 투자하고 있는데 이를 통합해 투자 여력을 키우고 연료·정비자재 공동구매 등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통합법인에는 해상풍력 등 대형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재생에너지본부와 석탄발전 폐지를 담당하는 정의로운전환본부를 두고 지역에는 3~4개의 지역 재생에너지본부를 설치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 등 4개 항만공사도 가칭 ‘한국항만공사’로 통합한다. 정책·기획 기능을 일원화하고 기존 항만공사는 4개 지역지사로 개편해 지역별 특화사업을 담당하도록 한다.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가스공사도 하나의 기관으로 통합한다. 지정학적 위험과 공급망 위기에 대응해 국가 차원의 석유·가스 전략을 통합하고 산유국이나 글로벌 에너지기업과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석유공사가 맡던 석유비축과 제한적인 석유 탐사·개발 기능은 통합 공사로 이관하고 알뜰주유소 등 유통구조 개선 기능은 한국석유관리원으로 넘긴다.
대한석탄공사는 청산한다. 2025년 6월 강원 삼척 도계광업소를 마지막으로 모든 광업소가 문을 닫은 데다 석탄 수요 감소와 지속적인 적자로 2025년 말 기준 부채가 2조 5900억 원에 달한다. 정부는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부채 청산 재원을 마련하고 관련 법을 개정해 청산을 추진할 계획이다.

LH 기능 나누고 코레일·SR 일원화
공항 분야에서는 인천국제공항과 지방공항의 동반성장을 위한 지방공항 활성화 방안을 먼저 마련한 뒤 진행 상황을 살펴 양 공항공사의 통합 여부를 다시 검토한다. 다만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의 보안업무를 분리해 항공보안 전문기관으로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한 기관에 함께 있는 개발과 주거복지 기능을 분리한다. 정부안은 택지개발·주택건설을 담당하는 가칭 ‘주택도시개발공사’와 주거복지·자산비축을 담당하는 가칭 ‘주택도시자산공사’로 나누는 방안을 제시했다. 개발공사의 이익 일부를 주택도시기금 내 별도 계정에 적립해 주거복지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구체적인 조직별 기능 개편안은 국토교통부가 별도의 ‘LH 개혁안’을 통해 발표할 예정이다.
코레일과 SR은 기관 통합을 통해 고속철도 운영체계를 일원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좌석 공급을 늘리고 운임·마일리지 제도를 개선하는 등 국민 편의를 높이는 동시에 운영 효율성을 강화할 계획이다.
국립박물관과 과학관 등 전시·관람기관의 운영체계도 달라진다. 현재 문화·과학·해양·국토·농림 등 여러 부처가 개별 운영하는 전시·관람기관을 부처별 1개 운영기관 체제로 통합하고 국립중앙박물관을 중심으로 범부처 협의체인 ‘K-뮤지엄’을 구축한다. 전시기획 컨설팅과 학예인력 교육 등을 공동으로 추진하고 누리집·앱 등 통합 플랫폼과 통합 브랜드·굿즈 개발도 추진한다. 관람객 입장에서는 기관별로 흩어져 있던 정보를 한곳에서 찾고 다양한 전시·관람 서비스를 연계해 이용할 수 있게 된다.

한성숙 국무총리를 비롯한 관계부처 장·차관이 9월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행정·공공기관 이전 및 공공기관 기능개혁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비슷한 기관 합쳐 서비스 한곳에서
두 번째 축인 유사·중복기능 일원화를 통해서는 11개 기관을 감축한다. 정원 100명 이상 중·대규모 기관 가운데 기능과 역할이 지나치게 세분화됐거나 기관 간 업무의 유사·중복·연계성이 큰 경우가 대상이다.
이를테면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와 시청자미디어재단은 가칭 ‘한국방송미디어통신진흥원’으로 통합하고, 노사발전재단과 한국고용노동교육원은 가칭 ‘노사발전교육재단’으로 통합해 노사갈등 예방부터 교육·컨설팅·일터혁신까지 이어지는 종합 지원체계를 구축한다.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과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은 가칭 ‘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으로, 한국중소벤처기업유통원과 공영홈쇼핑은 가칭 ‘중소기업마케팅진흥공사’로 통합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해외에 흩어져 있는 공공기관 사무소도 지역별로 한곳에 모은다. 정부가 추진하는 ‘K-마루’는 같은 도시에 분산된 공공기관 해외사무소를 한 공간에 모아 수출기업과 교민에게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합 플랫폼 사업이다.
정부는 올해 2월 LA·하노이·두바이·브뤼셀·나이로비 등 5곳을 1차 선도지역으로 정한 데 이어 5월에는 베이징과 다카르를 2차 선도지역으로 추가했다. 앞으로 자카르타·호찌민·모스크바·마닐라·타슈켄트·뉴욕·멕시코시티·상하이·리야드 등 공공기관 해외사무소가 5개 이상 운영되는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K-마루를 확대할 계획이다.

자회사·소규모기관 83개 줄인다
가장 많은 기관이 정비되는 분야는 자회사와 소규모기관으로 모두 83개가 여기에 해당한다. 모회사와 업무 연관성이 높은 자회사는 모회사가 흡수하는 ‘수직적 통합’을, 비슷한 업무를 하는 자회사끼리는 ‘수평적 통합’을 추진한다.
한국잡월드는 자회사인 한국잡월드파트너즈를 흡수한다. 직업체험·진로교육 서비스와 전시체험관 운영지원, 시설·고객지원 기능을 하나로 연결해 서비스 기획부터 현장 운영까지 관리체계를 일원화한다.
금융 공공기관이 각각 운영하는 시설관리·고객관리 자회사도 기능별로 합친다. 캠코FMC·예울FMC·산은비즈·수은플러스·신보운영관리 등 시설관리 자회사는 가칭 ‘정책금융FMC’로, 캠코CS와 HF파트너스는 가칭 ‘정책금융CS’로 통합하는 방안이다. 항만별 보안·시설관리 자회사 5개도 가칭 ‘한국항만보안시설공단’으로 통합한다.
정원이 100명 미만의 소규모기관 가운데 유사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도 통합한다. 식생활안전관리원과 식품안전정보원은 가칭 ‘식품안전정책개발원’, 건설산업정보원과 건설기술교육원은 가칭 ‘한국건설산업진흥원’, 공간정보산업진흥원과 공간정보품질관리원은 가칭 ‘공간정보진흥원’으로 통합한다. 국악방송과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도 가칭 ‘국악문화산업진흥원’으로 합치는 방안이 제시됐다.

통폐합해도 직원 고용승계 보장
공공기관 통폐합 과정에서 직원들의 고용과 처우가 어떻게 될지도 관심사다. 정부는 기존 노동조건이 최대한 보장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통폐합되는 기관의 직원에 대해 임원을 제외하고 고용승계를 보장한다. 통폐합 전후 직원 처우가 저하되지 않도록 보수체계를 운영하고 기관별 복지 수준과 개혁 일정 등을 고려해 한시 정액수당과 선택적 복지비 한도를 높이는 방안도 검토한다.
실제 통합까지는 법 개정과 기관별 세부계획 마련 등의 절차가 남아 있다. 각 부처가 구체적인 기관별 기능개혁 방안을 마련하면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수시로 열어 심의·의결한다. 법률 제·개정이 필요한 사안은 국회와 협의하고 지역 이해관계가 얽힌 사안은 지방정부와도 소통한다. 노정협의체를 중심으로 노동조합과의 협의도 이어갈 계획이다.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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