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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부터 금융·세제까지 국민과 머리 맞댄 200분 “목표는 부동산 시장 정상화”

이재명 대통령이 7월 23일 서울 여의도 KBS 별관에서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 청와대

“대한민국 국민의 자산 보유 현황 중 부동산 비율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축에 속합니다. 특정 지역에 수요가 집중돼 가격이 오르다가 어느 한계점에서 풍선처럼 터지면서 일본이 ‘잃어버린 30년’의 어려움을 겪었던 것처럼, 우리도 그 정점을 향해 달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큽니다. 자본시장의 원리와 국민적 공감대에 기반한 근본적인 부동산 대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7월 23일 서울 여의도 KBS 별관 공개홀에서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은 사회적 합의와 공직자의 결단을 통한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투기와 투자 목적으로 돈을 빌려 집값을 올리고 실거주자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에 금융 자원을 배치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정책적 판단이 필요하다”며 조세제도가 본래 목적을 벗어나 수요 억제 수단으로 과도하게 활용되는 것에 대해서도 합리적인 선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는 국민이 현장에서 느끼는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에 바르게 담아내기 위해 마련된 ‘국민 참여의 자리’다.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겠다는 취지에 맞춰 정부 관계자 35명, 학계·연구소·언론 등 전문가 30명, 국민 참여자 75명 등 총 140명이 참석했다. 국민 참여자 가운데 29명은 앞서 국민 의견 수렴을 위해 개설한 공식 누리집(부동산토론회.kr)을 통해 의견을 제출한 국민이다.

“공직자 최대 덕목은 책임지는 것… 비난도 감수해야”
이 대통령은 사전에 이뤄진 부처별 장관 토론회 결과를 언급하며, 과거와 비교해 부동산 시장을 바라보는 국민 인식에 변화가 나타난 점을 주목했다. 이 대통령은 “과거에는 부동산이 투자 또는 나쁘게 얘기하면 투기 대상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는 쾌적한 삶의 보금자리라는 측면이 많이 강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청년, 신혼부부, 다자녀 가구에 대해 특별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늘었다”며 “저출생과 비혼이 증가하는 데 주거 문제가 주요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에 국민들께서 공감하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동산정책 추진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갈등을 사회적 합의와 책임 있는 결단으로 풀어가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가 어렵긴 하지만 정부도 최선을 다하고 허심탄회하게 토론하며 서로의 입장을 듣다 보면 일정한 선에서 사회적 합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약간의 갈등과 저항을 수반하더라도 그런 일을 하라고 저 같은 사람을 뽑아놓은 것 아니겠느냐”며 “팩트에 기반해 억측을 줄이고 이해관계를 최대한 조정하되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하는 간극이 생기면 최종 결론에 이르게 하는 힘이 바로 권력”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권한을 행사하면 그만큼 책임도 져야 한다. 책임을 지는 것이 공직자의 최대 덕목이며 때로는 비난도 감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최대한 많은 분의 의견을 모으고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토론회의 개최 배경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토론회는 ▲공급 ▲금융 ▲세제를 큰 축으로 진행됐다. 먼저 주제별 전문가들의 발제가 이어졌다. 공급 분야 발제를 맡은 진미윤 명지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주택 공급 병목현상 해소와 공급 주체·방식의 다변화, 규제지역 제도의 합리적 운영 등을 발표했다. 진 교수는 “주택 공급의 연결고리가 끊어지고 있다는 점이 가장 우려된다”며 인허가와 착공 감소가 계속되면서 준공·입주 물량까지 줄어드는 공급 절벽이 향후 시장 불안을 키울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해법으로는 주요 공급 부지의 계획·보상·조성·착공 과정을 단계별로 연계해 공급 속도를 높이고, 저이용 부지를 중심으로 도시·건축 규제를 계획적으로 유연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진 교수는 “현재 운영 중인 규제지역의 실효성을 재점검하되 시장 불안에 대한 대응력을 유지하며 중첩된 규제와 국민 불편을 줄이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 분야에서는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이 발표자로 나섰다. 김 위원은 “목이 마르다고 소금물, 바닷물을 마실 수는 없다”며 현재 규제 완화가 미래에 더 큰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역설했다. 구체적으로는 청년층을 위한 기존 지원 프로그램의 확대를 검토하면서도 임차·매매 수요를 분리해 지원 방안을 재설계할 것을 제언했다. “청년도 나이가 아니라 가진 배경에 의해 출발선이 다른 만큼 실수요 선별 요건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전세대출은 실수요 요건을 엄격히 적용해 점진적으로 감축하고, 이주비 대출은 실수요와 무관한 다주택자·비거주임대인 등에 대한 규제 강화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사회적으로 제한된 대출 자원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차주에게 부담금을 부과해 가계부채를 관리하는 ‘거시건전성 관리부담금’ 도입 방안을 내놓았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대출한도를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양적 규제를 보완해 가계부채와 주택 수요 관리의 질적 효과를 높여야 한다는 취지다.
세제 분야 발제자인 강성훈 한양대학교 정책학과 교수는 보유세와 양도세의 합리적 개편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종합부동산 과세 기준을 주택 수에서 주택 가액으로 전환하고 세제 개편 시 시장 충격을 줄이는 이행 방안과 양도세와의 연계를 정밀하게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 요지다. 강 교수는 “실제로 거주하지 않는 주택의 양도세 부담이 적정한지 장기보유특별공제에서 거주기간에 따른 공제 비중을 더 높일지를 검토해야 한다”며 “초고가 주택의 양도세 부담이 적정한 수준인지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참여자 절반이 일반 국민… 대본 없는 공개토론
전문가 발표 이후 참석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는 토론이 계속됐다. 재개발 원주민의 이주 문제와 대출 규제, 지방 청년의 주거 격차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한 문제 제기와 함께 제도 개선 방안에 대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서울 은평구의 한 주택에서 35년째 살고 있다는 참여자는 “10명 중 7명 이상이 재개발이 끝나면 동네를 떠난다. 인생의 대부분을 한 공간에서 보낸 사람들이 그 집을 잃는다는 것은 가족을 잃는 것 같은 고통”이라고 말했다. 그는 “재개발 규제 완화로 주택 공급 부족 문제가 해결되면 기쁘겠지만 그로 인해 원치 않는 이주를 강요받는 주민들이 생겨서는 안 된다”며 주민 반대로 무산된 재개발 사업은 일정 기간 재신청을 제한하고, 주민 의견 수렴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재개발 사업이 주거환경 개선 효과는 있지만 총 입주 가구 수는 줄어드는 측면도 있다”며, 신규 주택 공급 효과에 대해서는 다양한 논쟁이 있다고 답했다. 다만 “정부 권한 사항은 아닌 것 같지만 충분히 참고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정부의 부동산정책 목표를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는 참여자의 의견에 이 대통령은 ‘시장 정상화’가 핵심이라고 답했다. “시장질서를 완전히 무시하고 수요와 공급을 억지로 관리하거나 가격을 통제해 가격을 낮추는 것이 정책 목표가 되기는 어렵다”며 “비정상적인 수요·공급에 의해 가격이 잘못 형성되는 것을 막는 것, 시장을 정상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아울러 “특정 지역에서는 골목 하나 사이로 가격이 두 배 차이 나는 경우도 많지 않느냐”며 “그 자체를 비정상이라고 보지 않는다. 상응하는 사회적 부담을 지면 된다. 적정한 수요·공급에 따라 형성된 시장 가격은 존중해야 한다”고 했다.
또 다른 참여자는 청년들이 거주지역과 관계없이 근로소득만으로 안정적인 삶을 꾸릴 수 있도록 주거 복지를 확대하고 종합부동산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 대통령은 “지방 분산 또는 새로운 성장 거점을 만들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시간과 엄청난 투자, 국민들의 공감이 필요하다”며 “다행히 최근 우리 국민들의 노력으로 절호의 기회를 갖게 됐다. 조금씩 변화의 싹이 트고 있다. 주택 문제도 수도권 집중 완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말씀 잘 참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가계대출 총량 규제로 잔금대출을 받지 못하는 실거주 목적 주택 계약자 문제도 논의됐다. 경기 수원 소재 아파트 입주 예정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참여자는 2년 전 실거주 목적으로 분양을 받았지만 최근 은행별 대출한도 축소로 잔금대출을 전혀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투기 수요 억제라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이미 계약한 실수요자에 대해서는 잔금대출 규제를 예외 적용하거나 경과 조치를 마련할 계획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이억원 금융위원회 위원장에게 관련 사항을 점검해볼 것을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기존 제도에 맞춰 계획을 세웠는데 정책이 바뀌면서 이런 일이 생기면 황당한 상황이 될 수 있다. 이미 확정된 계약인데 사후에 정책 변경을 하면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는 지적은 일리가 있다”며 경계선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7월 23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하는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 생중계를 시청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국민 위해 필요한 일 해야… 가장 효용 높은 정책 설계”
다주택자 규제를 피하기 위해 고가 아파트 한 채를 매입하는 이른바 ‘똘똘한 한 채’ 현상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정책 당국의 의도는 1가구 1주택을 존중하고 보호하자는 것이었으나 비싸든 싸든 똑같이 취급하다 보니 효율적으로 한 채를 사서 투자 이익을 누리는 현상이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거주용이냐, 투자·투기용이냐를 구분하지 않으니 그 작은 구멍에서 엄청난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은 압력이 너무 높아 조그마한 구멍만 있어도 뻥 터져버린다”며 “초고가 주택을 누르면 압력이 줄어들지 않겠냐는 생각도 있는데 그렇게 할 경우 어느 정도의 세 부담이 적정한지는 얘기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1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감면을 생애 1회로 한정하자는 한 참가자의 제안에는 “기회를 무한대로 주는 것은 조금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생애 1회로 제한할지는 모르겠다. 횟수를 제한하거나 첫 번째에 감면을 많이 하고 두 번째에 조금 줄이는 것은 아주 좋은 생각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당초 예정된 100분을 훌쩍 넘겨 200분 가까이 진행됐다. 현장 참석자뿐 아니라 실시간 온라인 댓글을 통해서도 국민 의견을 수렴했으며, 정부는 부동산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를 충실히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대통령은 “조세 문제는 역사적으로나 세계적으로나 정치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어려움과 갈등이 따르더라도 국민 전체와 나라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일은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좋은 제안이 있으면 계속 내달라. 끊임없이 토론하고 의견을 모아 가장 편익과 효용이 높은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하겠다”며 “평생 집 한 채 살까 말까 하고 취업도 어렵고 소득과 미래도 불안정한 상황에서 국민이 더 큰 고통을 겪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마무리했다.

이근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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