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지역업체의 연간 수주금액을 3조 3000억 원으로 확대하는 등 지방 공공공사 계약 시 지역 건설사를 우대하기로 했다. 또 중앙집중형 공공조달체계를 대대적으로 손질하기 위해 지방정부의 조달 자율권을 대폭 확대한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1월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이 같은 내용에 대해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최근 내수가 개선되고 양호한 수출 흐름이 이어지는 등 경제회복세가 뚜렷해지고 있다”며 “경제회복의 불씨를 지역으로 확산하기 위해 국가계약과 공공조달 제도를 개선해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는 ‘2025년 재정 집행현황 점검’, ‘지방공사 지역업체 참여 확대 방안’, ‘공공조달 개혁방안’ 등이 논의됐다.
공공공사 시 지역 건설사 참여 대폭 확대
이날 회의에 따라 정부는 지방 공공공사에 지역 건설사의 참여를 대폭 확대한다. 건설산업은 지역경제 등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지만 지방공사의 상당 부분을 수도권 업체가 수주하고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이에 지역업체만 입찰할 수 있는 지역제한경쟁입찰을 현재 88억 원(공공기관 발주) 또는 100억 원(지방정부 발주) 미만에서 150억 원 미만 공사까지 확대한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국제입찰 의무고시금액은 265억 원까지이지만 지역제한경쟁입찰 금액을 과도하게 올릴 경우 지역 간 불균형이 심화할 가능성을 고려해 입찰 금액을 이같이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100억 원 이상 종합심사낙찰제 공사의 낙찰자 선정 때 지역업체 참여비율에 따른 지역경제기여도 평가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지역 건설사의 연간 수주금액은 약 3조 3000억 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지역업체 참여 확대라는 제도 개선 취지에 맞게 본사 소재지 인정 요건을 강화하는 한편 부적격 업체 적발을 위한 현장조사를 실시한다. 지역사회에 뿌리내린 기업에 혜택이 돌아가도록 본사 소재지 유지 의무 인정 기간을 90일에서 180일로 늘리는 것이 골자다. 또 사전점검 시 공사수행 결격사유에 기술자 보유 기준에 더해 자본금 및 사무실 기준을 추가하고 앞으로는 서류심사에 이어 현장 실태조사까지 실시해 페이퍼컴퍼니를 선별·배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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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조달 의무구매 ‘자율구매’로 전환
공공조달도 과감하게 개혁한다. 2026년부터 지방정부가 지역의 상황과 수요에 맞는 물품을 효율적으로 조달할 수 있도록 조달청 단가계약 물품 의무구매를 단계적으로 폐지한다. 우리나라 공공조달 시장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9%인 연간 225조 원에 달하지만 조달청 단가계약에 대한 의무구매 비중이 높은 탓에 선택권이 제한되고 지역별 특성과 수요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제도 개선에 나선 것이다.
이에 내년부터 경기도와 전북특별자치도에서 노트북 등 전자제품 120개 품목에 대한 자율구매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정부는 시범실시 성과 분석 및 보완 대책 마련 후 2027년부터 지방정부 전체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자율화 확대에 따른 부정 조달을 방지하기 위해 지방정부가 체결한 모든 계약정보는 ‘나라장터’에 전면 공개한다.
공공조달을 단순한 물품 구매 경로가 아닌 국가 신산업 전략의 핵심도구로 활용하겠다는 구상도 나왔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인공지능(AI)·기후테크 등 테마형 혁신제품 5000개를 확보하고 조달 규모를 현재 1조 원에서 2030년 2조 5000억 원 이상으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생성형 AI 기반 행정지원 서비스, AI 로봇 등은 나라장터 등록을 확대하고 AI 특성에 맞춘 AI 전문평가제, AI 구매 면책제도도 도입한다. 또한 ‘연구개발(R&D)·검증·조달·해외진출’로 이어지는 혁신기업 성장 사다리를 구축할 방침이다.
구 부총리는 “주요 공공기관은 올해 투자를 당초 계획보다 3조 원 많은 69조 원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라며 “연말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재정이 우리 경제에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도록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조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