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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경험을 경력으로! 유치원 돌봄 틈새 시니어돌봄사가 메운다

김영숙 시니어돌봄사가 유치원 교사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김 돌봄사는 “아이를 키우며 쌓아온 경험이 돌봄 현장에서 하나의 역량으로 인정받는다는 점이 뿌듯하고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사진 C영상미디어

오후 하원 시간이 되자 대전 대덕구 여울누리유치원 현관이 분주해졌다. 아이를 데리러 온 보호자들이 몰려들었다. 그때 나이 지긋한 어르신이 한 명 한 명 아이들 손을 잡고 나와 보호자에게 인계했다. 유치원 아이들의 등·하원을 돕는 ‘시니어돌봄사’다. 시니어돌봄사는 아이들이 안전하게 하원할 때까지 현관을 지키고 부모가 늦으면 아이 곁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유치원이 가장 바쁜 시간, 교사를 도와주는 든든한 지원군인 셈이다.
교육부는 보건복지부와 협력해 3월부터 ‘유아 돌봄 특화형 노인일자리 시범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유치원 현장의 돌봄 부담을 완화하는 동시에 노년층의 사회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시도다. 전국 희망 유치원을 대상으로 지원을 시작해 5월 기준 전국 245개 유치원에서 408명의 시니어돌봄사가 활동하고 있다.
여울누리유치원도 5월부터 시범사업에 참여해 시니어돌봄사를 배치했다. 오현주 여울누리유치원 원장은 “이전에는 담임교사와 방과 후 전담사가 귀가 지도를 위해 교실을 비우면서 수업준비나 행정업무를 병행해야 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시니어돌봄사 덕분에 교사들이 교육활동에 집중할 수 있고 아이들 안전도 더 세심하게 살필 수 있다”고 말했다.

유치원은 1인당 시급 3000원만 부담
시니어돌봄사는 전국의 희망 공·사립 유치원을 대상으로 운영된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육아정책연구소, 교육청, 지방자치단체 수행기관(시니어클럽 등), 유치원 등의 협력을 통해 수요를 사전 파악하고 시니어돌봄사를 모집·선발한 뒤 교육을 거쳐 현장에 배치한다. 시니어돌봄사는 유아 돌봄에 대한 이해와 기본생활습관 지원 등 30시간의 ‘유아 돌봄 특화교육’과 11시간의 ‘노인일자리 기본 안전·소양교육’을 이수한 뒤 현장에 투입된다.
근무 형태는 아침돌봄형(오전 7~10시)과 오후돌봄형(오후 4~7시)으로 나뉜다. 하루 3시간, 월 60시간 이내에서 근무하며 지역과 유치원의 여건에 따라 근무시간과 업무 유형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주요 업무는 등·하원 지도와 생활 지도, 놀이활동 보조 등을 담당하며 교사가 수업과 교육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돌봄의 틈’을 메우는 역할을 한다.
시니어돌봄사에게 지급되는 시급은 1만 3570원이며 최대 월 60시간까지 근무 가능하다. 이 가운데 1만 570원은 보건복지부에서 부담하고 유치원은 시니어돌봄사 1인당 1시간에 3000원만 부담하면 된다. 시니어돌봄사 근무를 희망하는 경우 복지부와 한국노인인력개발원 누리집(kordi.or.kr), 지역 시니어클럽 누리집 등을 통해 모집공고를 확인할 수 있다. 시니어돌봄사의 경우 근무 전 사전교육을 이수해야 하는 사업 특성상 중도포기자가 발생하더라도 추가 선발은 진행하지 않는다. 올 시범사업 인원은 2025년 12월에 모집했고 내년도 사업에 참여하려면 추후 모집을 기다려야 한다.

김영숙 시니어돌봄사가 유치원생들의 하원을 돕고 있다. 사진 C영상미디어

자격조건은 ‘아이 위하는 따뜻한 마음’
올해 3월부터 여울누리유치원에서 시니어돌봄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영숙 씨에게 이 일은 다시 사회와 연결해주는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 김 씨는 자녀와 손자를 키우며 쌓은 육아 경험이 ‘경력’으로 인정받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은퇴 후 새로운 일을 찾던 중 지역 시니어클럽을 통해 유아 돌봄 특화형 노인일자리 시범사업을 알게 됐다. 현재는 하원 시간마다 아이들의 귀가 인솔 업무를 맡고 있다.
김 씨는 “그동안 육아는 가정 안에서만 이뤄지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이를 키우며 쌓아온 경험이 돌봄 현장에서 하나의 역량으로 인정받는다는 점이 뿌듯하고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은퇴 이후 새로운 목표를 찾는 것이 쉽지 않았는데 시니어돌봄사를 통해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며 “은퇴 이후의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돼 주변에도 돌봄사 활동을 적극 추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니어돌봄사가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자질은 무엇일까. 김 돌봄사는 ‘아이를 향한 따뜻한 마음’을 꼽았다. 단순히 돌봄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넘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소통하고 세심하게 살피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시니어돌봄사의 역할은 유치원에만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에게도 매일 만나는 익숙한 어른이 생긴다는 의미가 있다.
여울누리유치원에 자녀를 보내는 강민정 씨는 “아이가 시니어돌봄사를 자연스럽게 ‘할머니’라고 부를 만큼 친근하게 여기고 있다”며 “매일 인사를 나누고 부모가 올 때까지 함께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부모 입장에서는 크게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강 씨는 “시니어돌봄사 사업이 더 많은 유치원으로 확대돼 아이들이 따뜻하게 돌봄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백재호 기자

어린이집 아침돌봄 지원
맞벌이 틈새돌봄 위해
8시 이전 등원 담당교사 지원

교육부가 맞벌이가정의 출근시간대 돌봄 공백을 줄이기 위해 어린이집 아침돌봄 지원을 하고 있다. 오전 7시30분부터 9시까지인 등원 지도 시간에 1시간 이상 영유아를 보육하는 어린이집이 대상이다. 오전 8시 이전 등원 아동이 1명 이상 있고 담당교사(교사 겸임 원장 포함)를 지정해 아침돌봄을 운영하는 경우 하루 1만 4008원의 수당을 지원한다. 어린이집별 지원 규모는 최대 2개 반까지다. 아침돌봄 반은 기본 보육시간(오전 9시~오후 4시) 운영을 원칙으로 하며 이용 아동이 적은 경우에는 연령을 통합해 운영할 수 있다.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어린이집 아침돌봄을 이용한 누적 영유아 수는 169만 2000여 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9% 증가하는 등 정책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교육부는 “맞벌이가정 증가로 출퇴근 시간대 틈새돌봄이 양육 부담 완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안정적인 돌봄서비스 제공을 위해 인력 확충과 예산 지원을 강화하고 유치원 시니어돌봄사 배치와 어린이집 아침돌봄 교사 수당 지원을 통해 돌봄 공백을 촘촘히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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