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최초 ‘주민 주도형 마을 태양광 사업’
경기 여주시 구양리 전주영 이장
경기 여주시 세종대왕면 구양리. 세종대왕릉 서쪽에 자리한 이곳은 주민 대부분이 쌀농사를 짓는 조용한 농촌마을이었다. 몇 년 전부터 주민들이 뜻을 모아 ‘햇빛농사(태양광발전)’를 짓기 시작하면서 활력과 희망이 넘치는 마을로 변신했다.
구양리에는 태양광발전소 여섯 기가 설치돼 있다. 1~4호는 마을회관·창고·체육시설·주차장 등 마을의 공용 건축물 지붕에, 5~6호는 농지를 전용해 설치했다. 발전소 여섯 곳에선 약 1000킬로와트(㎾)에 이르는 전기가 만들어진다. 전기사업법 시행령상 1000㎾ 이하로 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소규모 발전소들은 하나의 발전소처럼 묶어서 관리할 수 있다. 2024년 구양리는 발전소 여섯 곳을 하나로 연결해 ‘구양리 햇빛두레 발전소’라는 이름으로 한국전력에 전기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발전 순수익은 한 달에 1000만 원 수준. 구양리 전주영 이장은 “수익금은 마을협동조합에서 공동으로 관리하며 모두 주민 복지사업에 쓰인다”며 “마을버스와 마을식당을 운영 중이며 주민들은 무료로 버스를 이용하고 식사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향후 사업 규모를 확대해 발전소 수익을 주민들 명절 지원금이나 난방 지원비로 지급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일반적으로 농촌 태양광발전은 일부 주민이나 외부 투자자가 빈 농지에 발전소를 짓고 수익을 독점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구양리는 마을주민 모두가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수익을 나눈다는 점에서 ‘주민 주도형 마을 태양광 사업’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정부는 이 같은 모델을 바탕으로 주민공동체 주도의 ‘햇빛소득마을’을 2030년까지 500곳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구양리의 사례를 통해 햇빛소득마을의 성공 전략을 살펴봤다.

구양리는 어떤 마을인가?
주민 대부분이 쌀농사를 짓는 농촌마을이다. 구양리 한가운데에 있는 정미소를 기준으로 큰말(윗마을)과 작은말(아랫마을)로 나뉘며 70개 가구, 12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여느 농촌마을처럼 고령인구 비율이 높은 편이다. 마을 청장년회 평균 나이대가 70대여서 올해 환갑인 내가 막내 역할을 맡는 일이 잦다. 인구감소, 고령화, 기후위기 등 농촌이라면 피할 수 없는 여러 문제에 직면하고 있지만 태양광발전을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
태양광 사업을 시작한 계기가 있었나?
정부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선언했다. 이를 위해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엄청나게 만들겠다고 했는데 건물 옥상이나 벽면만 활용해서는 목표치를 달성할 수 없다. 도로나 유휴부지에 태양광 패널을 올릴 수 있는 양은 많지 않고 공장 지붕에 얹자니 대부분 담보가 복잡하게 얽혀 있거나 지붕이 멀쩡한 곳이 별로 없는 게 현실이다. 결국 발전소는 막강한 자본을 등에 업고 농지로 밀려올 것이 분명해보였다. 위기감을 느꼈다. 수입개방보다도 더 큰 파도로 느껴졌다. 우리가 어떻게 해야 살 수 있을 것인가, 밀려나지 않고 농촌을 터전으로 삼아서 그대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피할 수 없다면 우리가 주도하자, 우리가 재생에너지·태양광에너지의 주인이 되자는 결론을 내렸다. 주민의 행복과 삶의 질을 위한 길이라고도 생각했다. 주민들을 설득하고 뜻을 모아 사업을 시작한 게 여기까지 왔다.
마을주민이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했다.
농촌에서 태양광발전은 오래전부터 노는 농지를 활용할 방안으로 언급됐다. 하지만 주민 동의를 얻는 게 쉽지 않았다. 마을주민의 생활 터전인데 그 수익은 투자한 기업에 돌아가는 구조여서 반감이 컸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구조를 개선했다. 소수의 땅주인이나 외부 사업자가 주도하는 대신 마을 공유지에 주민이 공동으로 태양광발전 사업을 추진해서 그 수익을 마을 복지에만 사용하기로 한 것이다. 개인의 자산은 하나도 들이지 않고 마을 공동의 자산을 활용해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주민들의 동의를 받기도 그만큼 쉬웠다. 마을주민들과 ‘구양리햇빛두레발전협동조합’을 만들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했다.
비용은 어떻게 충당했나?
구양리는 상수원 관리지역으로 개발이 제한돼 있어 정부로부터 한강수계 관리기금을 받는다. 마을주민자치회는 수계기금으로 마을 자산을 하나씩 장만해두곤 했다. 마을 공동창고와 운동장, 풋살경기장 등 마을 자산에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산업통상자원부(현 산업통상부)가 추진한 ‘2022 햇빛두레발전소 참여마을’에 선정되면서 발전소 설치에 필요한 비용 일부를 저리 융자로 대출받을 기회도 생겼다. 용인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의 물 공급라인이 우리 마을을 지나가면서 받은 보상금도 사업비에 보탰다. 사업비는 총 16억 7000만 원이 들었다. 2024년 1월 순차적으로 가동을 시작했고 11월 21일에는 준공식을 했다.


태양광발전소의 규모는?
현재 운영 중인 태양광발전소는 총 6곳이다. 작은말 창고(1호·76㎾), 큰말 창고(2호·36㎾), 체육 부지(3호·131㎾), 풋살경기장 주차장(4호·72㎾)에 설치된 네 기와 일반 부지 두 곳에 설치된 5호(204㎾), 6호(480㎾)가 있다. 모두 합치면 1000㎾ 규모다. 이곳에서 생산된 전기는 ‘구양리 햇빛두레 발전소’라는 이름으로 한전에 판매된다. 발전 순수익은 한 달에 1000만 원 수준이다. 매월 대출금 원금과 이자를 상환하고 발전소 보험료와 관리비 등을 지불하고 통장에 남는 금액이다.
수익금은 어떻게 활용하나?
100% 마을주민의 복지를 위해 쓰인다. 마을버스가 대표적이다. 농촌의 고질적인 문제점이 대중교통의 부재 아닌가. 이로 인한 주민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9인승 승합차를 구매했다. ‘구양리 행복버스’라고 불리는 마을버스는 주민이 요청하면 언제든 이용할 수 있다. 이 버스는 마을공동체에 고용된 전업사무장이 도맡아 운영하고 있다. 마을식당도 운영한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주민들에게 무료로 점심을 제공한다. 식당 운영을 위해 마을주민 두 명을 조리장으로 채용했다. 노인 일자리 사업을 활용해 총 세 명이 식당 일을 맡고 있다. 인건비와 재료비, 식당 건물과 내부 설비 역시 태양광발전 수익으로 충당한다. 이외에도 실내 탁구장을 만들고 추석 노래자랑이나 설 윷놀이 등 마을행사에도 수익금이 활용된다.
주민들의 만족도는?
차가 없어서 병원이나 시장, 장례식장에 한 번 가기가 어려웠던 주민들은 마을버스가 생기면서 생활도 마음도 편리해졌다고 말한다. 마을버스를 타고 노인대학에 가는 분도 있다. 혼자 사는 어르신들은 점심 걱정을 덜었다고 한다. 매일 주민들이 식당에 모여 함께 밥을 먹으니 유대감도 커지고 마을 분위기가 예전보다 훨씬 좋아졌다.
태양광발전소 설치 이후 무엇이 달라졌나?
고정적인 수익이 생기면서 마을 차원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거나 어떤 변화를 꿈꿀 수 있게 됐다. 희망이 생겼다고나 할까. 마을이 주도적으로 나서서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이를 위해 현재 1000㎾ 수준인 마을 공동 발전량을 4000~5000㎾로 늘릴 계획이다. 이 경우 가구당 냉난방비를 충당하는 것은 물론 태양광발전 수익을 마을주민들이 연금으로 받아가는 ‘햇빛연금’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
전국에서 최초로 ‘주민 주도형 마을 태양광 사업’을 추진하고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다른 농촌마을과 달리 우리 마을은 주민들이 협동조합을 결성해 공용자산에 태양광 집열판을 설치했다. 태양광발전을 통해 벌어들인 소득 역시 공용자산이기 때문에 마을이 공동으로 소비한다. 이건 재생에너지의 주인이 외부 자본이 아니라 마을주민이었고 주인이 개인이 아니라 마을공동체였기에 가능한 일이다. 마을주민, 마을공동체가 주인이 된다는 건 농촌의 존립과 지역 균형 발전에도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부분이다.
정부는 구양리를 모델 삼아 햇빛소득마을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먼저 해결돼야 할 문제들이 있다. 우리 마을의 경우 공유자산을 활용했지만 그렇지 않은 마을에선 부지 확보와 비용 마련이 큰 부담일 것이다. 농지를 활용하거나 농어촌공사의 비축농지, 저수지 등 공유지를 활용하는 방법을 열어줄 필요가 있다. 또한 담보대출 요건 완화나 수익금 담보대출 등 설치나 운영을 위한 비용을 마련할 수 있는 금융 제도도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태양광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를 받아줄 수 있는 송전 인프라가 갖춰져야 한다. 태양광발전을 설치해도 실제로 전기를 어디론가 보낼 수 없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 문제는 전기 생산이 아니라 그 전기를 받아줄 수 있는 수용설비나 계통(전력망)에 있다. 전기를 판매해야 수익금이 생기고 주민들에게 햇빛소득이 돌아가게 된다. 이런 문제가 해결돼야 농촌 주민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사업에 참여할 거라고 본다.
강정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