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양군 119시민수상구조대’ 이선엽 대장
여름 햇볕에 땅이 달아오르기 시작하자 물놀이 명소로 유명한 충남 청양군 칠갑산 자락 까치내관광휴양지(까치내유원지)로 속속 차량이 도착했다. 서둘러 자리를 잡고 돗자리며 텐트를 준비하는 휴양객들에게서 이선엽 충남 청양군 119시민수상구조대 대장은 잠시도 눈을 떼지 않았다. 이 대장은 “아차 하면 사고가 나는 게 물놀이”라고 말했다.
119시민수상구조대(이하 시민구조대)는 소방공무원, 의용소방대원, 민간 자원봉사자로 구성된 조직이다. 물놀이 피서객의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순찰활동, 안전지도는 물론이고 위급한 상황에서는 구조활동도 펼친다. 청양군에서는 2024년 39명이 시민구조대로 활동하고 있다.
청양군에서 시민구조대 활동이 시작된 것은 19년 전의 일이다. 처음 몇몇 의용소방대원이 모여 자발적으로 순찰활동을 하고 구조활동에 나섰다. 자비를 들여 구명조끼를 구입하고 식사를 해결하곤 했지만 소방청이 운영하는 시민구조대의 이름을 달고 2009년부터 청양군의 지원을 받으면서 이제는 나름 체계를 갖춘 탄탄한 조직이 됐다. 매년 여름이면 시민구조대가 결성돼 각종 안전사고 예방 및 구조활동에 나선다.
시민구조대의 노력으로 청양군은 물놀이 안전관리 우수 기관과 물놀이 안전 명소로 여러 차례 선정됐다. 이 대장이 이끄는 청양 시민구조대는 2022년 시민구조대로는 드물게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보수도 없고 활동을 강요하는 이도 없는데 뜨거운 여름 햇볕 속에서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이유가 무엇일까? 올여름도 안전하기만 하면 좋겠다는 이 대장에게 시민구조대 활동의 이유와 의미를 들어봤다.
청양군 시민구조대는 언제, 왜 생겼나?
청양군 의용소방대원들이 2005년 순찰팀을 결성한 것이 지금의 시민구조대가 됐다. 그중에는 나도 있었다. 약 20년 전이니까 30대 때의 일이다. 그때까지 이곳 까치내유원지를 비롯해 청양군 곳곳의 물놀이 장소에서는 매년 몇 명씩 사망사고가 발생하곤 했다. 시민의 안전을 지키려는 의용소방대로서는 무척 안타까운 일이다. 주민들의 말을 들어보니 안타까운 사고는 조금의 안전대책만 있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었다. 그래서 안전대책을 마련하고자 나선 것이 시민구조대의 시작이다.
처음에는 어려움도 있었을 텐데.
처음에는 제한적으로 활동할 수밖에 없었다. 구조활동에 쓰는 장비나 구명조끼며 튜브 같은 것들을 의용소방대가 직접 구입했다. 그러다가 청양군의 지원을 받고 소방청의 시민구조대로 재편되고 나서는 체계가 잡히기 시작했다.
시민구조대가 활동을 시작한 이후 어떤 변화가 생겼나?
2005년부터 2023년까지 18년 동안 청양군에서 물놀이로 인한 사망자가 한 명도 없었다.
어떻게 가능했나?
겉으로만 보면 시민구조대가 하는 일이 가만히 앉아 물놀이 하는 시민들을 지켜보는 것처럼 비칠 수도 있다. 그런데 시민구조대는 평소 청양군의 지원을 받아 다양한 훈련을 한다. 실제 상황을 가정해서 훈련을 하고 이론 교육도 한다. 나만 해도 수상안전 관련 자격증을 여러 개 가지고 있다. 해마다 미흡했던 점을 고쳐나가면서 한 번의 실수도 없도록 훈련의 강도를 높이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다.
구체적인 활동이 궁금하다.
주변 정비부터 시작한다. 익수사고 위험 구간에는 부표를 설치하고 안전장비를 점검한다. 까치내유원지 내에도 곳곳에 구명장비가 구비돼 있다. 누구든 위험한 상황을 발견하면 맨몸으로 뛰어들지 말고 장비를 활용해 구조활동에 나설 수 있도록 마련한 것이다.
시민구조대 대원들과 청양군 관계자 등이 물놀이 장소에서 안전관리요원으로 감시·순찰활동을 펼치고 계도활동도 한다. 생명과 관련된 일이다보니 지나치다 싶을 만큼 피서객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입수 전에 안전사항을 전달하는 일이 많다. 누구나 피서를 오면 들뜨기 마련이다. 들뜬 마음이 사고로 이어지지 않도록 관찰하고 순찰한다.
구명조끼와 튜브도 무료로 대여해준다고.
피서객들에게 가장 와닿는 활동일 것 같다. 처음에는 자비로 마련하기 시작한 구명장비들이 지원을 받으면서 점차 늘어났다. 이제는 많은 피서객이 한꺼번에 대여하더라도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넉넉히 갖췄다. 어린아이부터 몸집이 큰 성인까지 구명조끼의 사이즈도 다양하다.
구명장비는 해마다 전문적인 것으로 업그레이드된다. 예전에는 무거운 튜브를 사용했다면 지금은 가볍지만 효율적인 튜브를 사용한다. 시민구조대는 새로운 장비가 나오면 사용해보고 더 안전하고 효율적인 구조방법을 배운다. 요즘은 드론도 활용한다.
드론을 어떻게 활용하나?
드론을 이용해서 구조가 필요한 사람이 있는지 찾고 구명장비를 전달하는 것이다. 드론이 촬영하는 영상은 재난상황실에 실시간으로 송출된다. 훈련받은 시민구조대라 하더라도 사각지대가 있을 수밖에 없다. 청양군에서는 안전 사각지대를 없애고 어린이처럼 움직임이 크지 않은 구조 대상자의 작은 구조신호도 놓치지 않기 위해 드론을 도입했다.
기억에 남는 일이 많겠다.
어린아이를 구조하는 일은 언제나 기억에 남는다. 매년 물놀이를 하러 오는 가족이 있는데 언젠가 머뭇거리며 다가와 인사를 했다. 알고 보니 몇 년 전 아이가 사고를 겪을 뻔했는데 시민구조대가 구조해준 적이 있다고 하더라. 사고를 겪어 물을 무서워할 법도 한데 시민구조대가 있으니 안심할 수 있어서 매년 찾아온다고 이야기해줘서 뿌듯했다.
개인적으로 시민구조대 활동을 위해 준비한 것이 있나?
관련 자격증을 30개 남짓 땄다. 얼마 전에도 생활안전과 관련된 자격증에 도전했다. 더 안전하고 더 효율적으로 시민들을 지키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다. 나 외에도 자격증을 갖추고 있는 시민구조대원이 많다.
모두 몇 명의 시민구조대가 있나?
해마다 조금씩 달라지는데 올해는 일단 39명으로 시작했다. 대부분 의용소방대에서 평소에도 지역을 위해 자원봉사활동을 하는 사람들이다. 휴가철을 앞두고 시민구조대가 결성되면 대원들은 피서객이 몰리는 시간, 날짜 등을 고려해 조를 짜서 움직인다. 사실 덥고 고된 일이다. 여름 더위를 그대로 느껴야 하는 야외에서 잠시도 눈을 떼지 않고 사람들을 관찰하고 주변을 살펴야 하니 체력소모도 크다.
고된 일을 열심히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개인적으로는 꼭 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이미 사람들에게 받은 은혜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막내아들이 큰 병에 걸려 목숨이 위태로웠던 적이 있다. 쉽게 낫는 병도 아니었을 뿐더러 치료하는 데 돈이 많이 들어 집을 팔고도 부족했다. 절망스러웠던 순간, 나를 알지도 못하는 분들이 손을 내밀어줬다. 시민단체를 통해 막내의 사연을 알게 된 사람들이 십시일반 모금을 했다. 한 번에 많은 돈을 내는 분도 있었지만 1만 원, 2만 원씩 도움의 손길을 준 분들이 정말 많았다. 그렇게 수억 원이 모였다. 그 돈 앞에서 결심했다. 내가 할 수 있는 한 은혜를 갚으며 살겠다고 말이다. 봉사활동을 시작한 것도, 더 잘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시민구조대 활동 외에도 다른 봉사활동이 있나?
가능한 이웃들에게 도움되는 일을 하려고 노력한다. 그중 이동목욕 봉사가 있다. 청양군에서 이동목욕 봉사활동은 처음으로 시작됐는데 이웃들과 함께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 등에게 자그마한 행복이라도 전달해주고 싶어 시작한 일이다.
시민구조대 대장으로 바라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아무래도 ‘안전’이다. 안전하고 행복한 청양군을 만들자는 것이 나뿐 아니라 여기 모인 모든 사람들의 소망이다. 김효정 기자
박스기사
119시민수상구조대
올해 전국 233곳서 5912명 활동… 5년간 5500명 구했다
올여름 휴가철 물놀이 피서객의 안전을 위해 전국 해수욕장, 계곡 등 물놀이 장소 233곳에 배치되는 119시민수상구조대(이하 시민구조대)는 민간 자원봉사자 4217명을 포함해 총 5912명이다. 이들은 전국 85개 해수욕장을 비롯해 62곳의 계곡 등에서 인명구조 및 수변안전을 위한 순찰활동, 안전지도, 물놀이 안전수칙 홍보 등의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시민구조대는 사고 위험이 높은 계곡이나 하천 주변 등 전국의 주요 물놀이 장소에 구명조끼 무료 대여소를 운영하는 등 물놀이 사고 사전예방 활동을 한다. 피서객을 대상으로 물놀이 안전수칙 홍보와 사고 대처요령에 대한 교육도 함께 실시한다. 소방청은 피서객이 몰리는 성수기에는 물놀이 사고가 잦은 지역에 시·도 단위 특수구조대 구조인력을 우선적으로 배치할 계획이다.
소방청에 따르면 순찰활동과 구조활동도 펼치는 시민구조대가 최근 5년간 구조한 시민의 수는 5500여 명에 이른다. 더불어 4만 4102건의 현장 응급처치를 시행했고 34만 9444건의 안전조치를 수행했다. 소방청은 “수난사고가 발생했을 때 일반인이 맨몸으로 물에 들어가 구조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며 “즉시 119에 신고하고 수난인명구조장비함의 구조장비 또는 물에 뜰 수 있는 통이나 줄을 찾아 활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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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