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전국의 수산시장과 횟집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수산물의 오염을 걱정하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끊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어민과 수산업자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돌아가서는 안될 일이다.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반길 수는 없지만 우리에게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주장 또한 설득력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후쿠시마 앞바다를 흐르는 강력한 구로시오 해류가 직접 도달하는 캐나다와 미국이 크게 걱정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65년 동안 국제 사회에서 원자력의 평화적이고 안전한 이용 분야의 전문성을 인정받아온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태평양 방류가 불가능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후쿠시마 사고 현장에는 137만 톤의 오염수가 1000여 개의 철제 저장탱크에 보관돼 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발생한 지진해일로 파괴된 원전 3기의 노심(爐心)을 식혀준 지하수를 모아놓은 것이다. 액체 상태의 오염수를 안전하게 처리하는 일은 만만치 않다. 땅에 묻으면 지하수의 오염을 걱정해야 하고, 끓여서 공기 중으로 증발시키기에는 그 양이 너무 많다. 누출과 대기오염을 통제할 수 없는 인공호수에 저장해놓는 것도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
물론 오염수를 무작정 강이나 바다에 방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같은 국제기구나 정부가 정해놓은 방류기준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해양 방류의 경우에는 1972년 발효된 런던협약에 따라 해양생태계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는 오염수의 해양 투기(投棄)는 금지됐다.
후쿠시마 오염수는 IAEA의 방류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그래서 오염수를 그대로 태평양에 방류하는 것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다. 일본이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이용해서 방사성 핵종을 최대한 걸러낸 ‘처리수’를 다시 바닷물로 400배나 희석시켜서 ‘방류수’를 만드는 것은 국제적인 방류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다.
ALPS가 100% 완벽하게 작동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ALPS로 처리한 ‘처리수’에 남아 있는 스트론튬·세슘·플루토늄 등의 방사성 핵종을 충분히 희석시켜주기만 하면 런던협약이 요구하는 국제적인 방류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가 137만 톤의 오염수를 한꺼번에 방류하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30년 동안 계속할 일이다. 하루 125톤 정도의 오염수를 처리·희석시켜서 방류한다. 태평양 연안에 위치한 100가구 정도의 아파트 한 동에서 배출되는 생활하수를 처리하는 수준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물론 처리수를 희석시켜도 방사성 핵종의 ‘총량’은 줄어들지 않는다. 그러나 처리수를 희석시키면 인체·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결정하는 ‘노출량’은 반비례해서 줄어든다. 독성 물질이라도 충분히 희석시키면 독성을 걱정할 이유가 없다.
그것이 바로 독성물질에 의한 독성은 ‘용량(用量)’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독성학의 핵심 원리다. 오염수를 아무리 희석시켜도 위험하다는 사실이 변하지 않는다는 주장은 명백하게 입증된 과학적 원리를 거부하는 것이다. 오염수의 방류로 후쿠시마 근해의 수질이 심각하게 악화될 것을 걱정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또 후쿠시마에서 방류한 오염수가 고스란히 제주도로 흘러올 것이라는 주장은 현대과학(열역학 제2법칙)을 무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바닷물과 해류는 오염물질을 흩어지게 해준다는 것이 상식이고 과학이기 때문이다. 물에 떨어뜨린 잉크 방울이 흩어지지 않고 고스란히 이동하는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실제 과학적 분석에 따르면 후쿠시마에서 1억 5000만 개의 페트병을 버리면 그중에서 1개 정도의 페트병이 제주도로 흘러올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모든 페트병이 한꺼번에 제주도로 흘러와서 우리나라 수산물을 모두 오염시켜버리는 일을 걱정할 이유는 없다는 말이다.
후쿠시마 근해에서 방사성 핵종에 오염된 수산물이 간간이 발견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2011년 원전 사고가 일어난 직후 파괴된 원전에서 바다로 속수무책으로 누출된 핵연료와 원자로 파편이 후쿠시마 앞바다를 오염시키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일본 정부가 원전 사고 직후에 시행했던 후쿠시마 근해의 조업 금지를 완전히 해제한 것은 2021년이었다. 그렇다고 오염수의 방류로 후쿠시마산 수산물의 오염이 더 심각해질 가능성은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덕환(서강대 명예교수,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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