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안전 어벤저스’팀은 부산대 제약학과 학생 네 명과 식약처 의약품규격과 직원이 한 팀으로 활동했다. 왼쪽부터 문보원, 이민하, 나재경, 정영경 그리고 유지혜 주무관│문보원
최우수팀 ‘의약품 안전 어벤저스’
2019년 3월 위촉식을 하고 12월까지 활동한 3기 식의약 어벤저스. 활동한 30팀 내부 투표 결과 최우수팀에 공동 수상이 나왔다. 공동 최우수팀 중 상황극 형식으로 해열진통제 등 안전 상비약을 설명하는 동영상을 만든 ‘의약품 안전 어벤저스’팀을 소개한다. 지금부터 리더 문보원을 중심으로 나재경, 이민하, 정영경 씨의 활약상이 펼쳐진다.
부산대 제약학과 16학번 동기 네 명
-식의약 어벤저스 중에 ‘의약품안전팀’으로 활동했다. 팀 소개 부탁한다.
=부산대학교 제약학과에 다니는 16학번 동기 네 명이 뭉쳤다. 전공을 살려 의약품을 좀 더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SNS와 유튜브에 올바른 정보를 올리는 활동을 했다. 학교 누리집에 올라온 대외활동 공지사항을 민하가 발견하고 팀 결성에 들어갔다. 약대 생활을 담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던 보원을 리더로, 약대 봉사동아리 회장인 영경이와 약대 학생회 홍보맨 재경이가 합류하면서 완전체가 되었다.
-1년 동안 어떤 방식으로 활동했나.
=총 30팀이 3기 식의약 어벤저스로 활동했다. 1~2개월 주기로 모두 5차 미션이 주어진다. 미션마다 최대 2개의 콘텐츠를 자율적으로 제출하는데, 콘텐츠 양식은 영상, 카드뉴스, 팸플릿 등 자유다. 우리 팀은 모든 미션에 참여해 총 10개의 콘텐츠를 냈다. 미션마다 본인 팀의 콘텐츠를 제외하고 5개의 콘텐츠를 투표해 우수 활동팀을 뽑는다. 활동 계획은 1년 단위로 나눠 세웠다. 방학 때 큰 미션을 배치하고 나머진 월별로 일정을 짜 차례로 진행했다. 거의 매달 한 번 회의를 했고, 영상을 만드는 달에는 더 자주 모였다.
-유튜브에 올린 ‘약대생이 알려주는 편의점 상비약 이야기’가 최우수 콘텐츠로 선정됐다. 일상에서 가장 많이 먹는 약인데도 사용법이 늘 헷갈린다. ‘편의점과 상비약’ 둘을 묶은 아이디어가 절묘한데, 결정 과정은 어땠나.
=편의점 상비약을 애용하는 편인데, 편의점에는 약사가 없다 보니 복약 지도가 이뤄지지 않는다. 아무리 안전성이 높은 약이라도 개인차가 있고, 과용이나 오용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많은 사람이 관심 가질 만해 편의점 상비 의약품에 대해 복약 지도를 해보자고 의견을 모았다. 각자 담당 약을 나눠 상황과 대본을 짜서 취합했다.
약대생이 알려주는 편의점 상비약 이야기
-특정 약품 브랜드가 언급된다. 이해를 높이기 위해서인가, 가장 많이 쓰여서인가.
=편의점 상비약은 해열진통제, 감기약, 소화제, 파스 등 총 11가지로 특정 제약회사의 특정 의약품으로 판매 허가가 제한되어 있다. 그래서 굳이 제품명을 모자이크 처리하지 않았다. 또 일반인들이 간과하거나 몰랐던 내용에 대한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싶어 익숙한 브랜드를 언급해 성분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 비염약, 수면유도제, 휴가철 의약품 등 다른 콘텐츠를 제작할 때는 홍보 효과가 있을 수 있어 제품명을 모자이크나 삐소리로 처리했다.
-영상 구성과 콘티, 촬영, 편집 등 역할 분담은 어떻게 했나.
=콘텐츠를 만들 때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차례 구성. 이후 자료 조사한 내용으로 대본을 쓴다. 내용 확인은 학교 교수와 우리 팀 담당 공무원에게 받았다. 그리고 영상, 카드뉴스, 팸플릿 등 콘텐츠 양식에 맞춰 자료를 재구성했다. 편의점 상비약 영상의 경우, 네 가지 상비약별로 각자 감독이 되어 대본부터 상황, 구성을 다 짰다. 친구들이 재밌는 아이디어를 많이 내줘 깔깔 웃으면서 대본을 완성했던 기억이 있다.
올바른 폐의약품 처리법 알리는 활동도
-작업 과정에서 재밌거나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영상편집실이 돼버린 보원이의 자취방에서 보낸 나날들, 거제도에 여행 가서 밤새워 이야기한 일, 영상 제작이 끝나면 항상 도움받은 분들 모시고 함께한 시사회, 그리고 편의점 섭외하느라 엄청 고생했던 일까지 모두가 잊지 못할 추억이다.
-유튜브 영상 제작 외에 식의약 어벤저스로서 어떤 활동을 했나.
=영상 제작뿐 아니라 카드뉴스도 여러 편 만들어 인스타 계정에 올렸다. 주제로는 남녀별 의약품, 폐의약품 처리법, 구내염약, 비염약, 수면제 등이 있다. 그리고 전국약학대학학생협회에서 주최하는 ‘폐의약품 캠페인’에 참여해 부산 해운대를 돌아다니며 시민들에게 올바른 폐의약품 처리법을 알리는 활동도 했다.
-제약학과에 다닌다는 이유로 의약품 문의를 많이 받을 거 같은데.
=식의약 어벤저스 활동을 하면서 항상 출처와 정보의 근거를 확인하고 중요시하는 습관이 생겼다. 일부분은 배운 지식으로 설명이 가능하지만, 아직 전문 약사가 아니다 보니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다. ‘약은 약국 가서 약사에게!’라고 대답하는 편이다.
짧은 상황극으로 정보 알리는 게 큰 효과
-식의약 안전에 대해 국민은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다고 보나.
=폐의약품 캠페인 설문조사에서 50% 정도가 폐의약품 처리법에 대해 알고 있다는 답변이 나왔다. 실제 부산 광안리에서 시민들에게 폐의약품의 올바른 수거 장소에 대한 퀴즈를 냈는데, 대부분이 정답을 알고 있어 놀랐다. 우리가 약사가 되어 그 이상의 정보를 알기 쉽게 전달하려면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효과적인 홍보 방안엔 뭐가 있을까.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으로 식의약 정보를 알리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 생각한다. 원할 때 언제든지 다시 찾아볼 수 있으니까. 대신 짧은 시간에 볼 수 있고, 가독성이 높아야 한다. 영상이라면 최대 5분을 넘지 않고, 카드뉴스라면 한 페이지에 너무 많은 텍스트가 들어가면 곤란하다. 우리가 했던 것처럼 짧은 상황극 같은 영상물로 내용을 전달하는 것도 흥미를 갖게 하는 방법이다. 1분 클립 영상으로 약 하나하나 주제별로 안전에 대한 내용을 전달하면 부담 없이 볼 수 있지 않을까.
-정보의 홍수 시대다. 갈수록 정보의 정확성이 중요해지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고민했던 부분이 있다면.
=예방약학 수업 시간에 교수가 보건복지부나 식약처에서 발간한 자료들을 참고 자료로 보여주는데 일반인도 이해하기 쉬운 내용이었다. 이런 자료를 많은 사람이 보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인터넷에 정보는 차고 넘치지만 근거가 확실한 정보를 고르기는 쉽지 않다. 국가기관에서 발간한 자료를 국민이 더 많이 접할 수 있게 하면 좋겠다.
▶‘약대생이 알려주는 편의점 상비약 이야기’ 촬영 현장. 1인 4역을 한 학과 동기 이제윤 씨(가운데)와 의약품안전팀 멤버들의 장난기 가득한 표정에서 영상의 재미가 느껴진다.│문보원
미래 약사로서 갖춰야 할 태도도 몸에 익혀
-식의약 어벤저스로 활동하면서 배운 점이 있다면.
=편의점 상비약 영상 만들 때 해열제 부분에서 부작용과 용량을 잘못 기재하는 실수로 영상을 다시 편집해야 했다. 정말 아찔했다. 식약처 이름을 걸고 하는 대외 활동인 만큼 우리가 제공하는 정보에 대한 확실한 근거가 필요했다. 나름대로 조사도 열심히 했지만 식약처 관계자와 과 교수가 놓친 부분을 수정·보완해주었다. 수정된 부분을 보면 정말 아차 싶다. 미래의 약사로서 갖춰야 할 태도와 참고 자료에 대한 아낌없는 조언을 해줬기에 1년간 활동하며 많이 성장할 수 있었다.
-참여자로서 식의약 어벤저스 사업의 발전을 위해 의견을 낸다면.
=팀마다 독립적으로 콘텐츠를 만드는 방식이라 다른 팀과 교류가 없어 아쉬웠다. 다른 팀과 협업해서 콘텐츠를 만드는 프로그램이 생기면 재밌을 것 같다.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다 보니 쉽지 않겠지만, 최소한 같은 지역 팀끼리 함께하는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겠다.
“역시 문 약사!”라 불리고 싶은 문보원, 앞으로도 의약품 안전을 위해 앞장서겠다는 나재경, 지금처럼 친근하게 소통하는 약사를 꿈꾸는 이민하, 사익보다는 공익을 위하는 약사로 성장하고 싶다는 정영경 씨. 비록 의약품 안전 어벤저스 공식 활동은 끝났지만, 대한민국 어디선가 이들의 활약은 계속될 것이다.
심은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