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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회원들이 2019년 3월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석탄발전 감축 로드맵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한겨레
겨울철 늘어나는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12월부터 석탄발전 감축에 들어가면서 석탄발전소가 내뿜는 미세먼지가 2018년 대비 절반 가까이 줄었다. 석탄발전소 가동을 크게 줄였는데도 전력수급에는 차질이 생기지 않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겨울철 미세먼지 농도를 줄이기 위해 올겨울 처음으로 석탄발전소 가동 정지와 상한제약을 실시한 결과, 12월 첫 주 석탄발전 부문의 초미세먼지(PM2.5) 배출량이 2018년보다 187톤(46%) 줄어든 221톤으로 집계됐다고 12월 11일 밝혔다.
산업부는 12월 들어 노후 석탄발전소와 계획예방정비에 들어간 발전소 등을 포함해 석탄발전소 12기의 가동을 멈췄고, 20~45기에 대해서는 발전출력을 80%로 제한하는 상한제약을 시행했다. 이는 하루에 석탄발전기 16~21기를 실질적으로 멈추는 효과와 같다. 정부는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기간인 2020년 2월까지 석탄발전소 전체 60기 중 8~15기의 가동을 멈추고 나머지 발전소에 대해서도 최대한 상한제약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18년 같은 기간 석탄발전소가 배출한 미세먼지(5320톤)의 44%인 2352톤을 줄이는 게 목표다.
“가능한 범위 안에서 최대한 석탄발전 감축”
앞서 정부는 11월 27일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열어 ‘겨울철 전력수급 및 석탄발전 감축대책’을 확정하고 “안정적인 전력수급 유지를 전제로, 가능한 범위 안에서 최대한 석탄발전 감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겨울철 최초로 석탄발전기 8~15기를 상시 가동 정지하기로 한 것이다.
산업부는 시민 단체와 함께 겨울철 에너지 수요관리 강화를 위해 전국 20개 지역을 대상으로 절전 캠페인을 진행한다.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공공기관, 민간 에너지 다소비 건물의 적정 난방온도(민간 20℃, 공공 18℃ 이하) 준수 실태를 월 1회 2주간 집중 점검하고, 전국 18개 주요 상권을 대상으로 전력피크 예상 기간(2020년 1월 넷째 주)에는 ‘문 열고 난방 영업’ 단속을 강화할 계획이다.
산업부는 같은 기간 전기공급 예비율은 안정적 수준으로 평가되는 13.1~17.3%를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전력공급은 가장 추운 날에도 11% 이상의 예비율을 유지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겨울철에 석탄발전소 가동을 상시 중단해도 전력수급에 문제가 생기지 않으면서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석탄발전소를 줄이라는 요구도 잇따르고 있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가 12월 11일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개최한 ‘제6회 미세먼지 국민포럼’에서 에너지 전문가들이 모여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다양한 방법과 문제점, 대안 등을 논의했다.
11월 말 국립환경과학원이 내놓은 ‘동북아 대기오염물질 국제공동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연평균 초미세먼지의 국내외 기여율은 한국의 자체 기여가 51%, 중국 32%, 일본 2% 순으로 집계됐다. 국내 미세먼지 주요 배출원인 석탄화력발전은 국내 전체 발전량의 43%를 차지하며, 이는 2018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25.4%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이유로 석탄화력발전의 감축 필요성에 공감했다. 기후솔루션 박지혜 이사는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최다 배출원인 석탄발전은 줄여야 하고, 사회적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환경세 도입 등 기존 세제·부과금 체제 개편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신재생에너지연구소 윤창열 선임연구원은 “미세먼지로 국내 시설이 많은 영향을 받는 상황에서 태양광, 바이오믹스 등 다양한 에너지원이 상생협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점검으로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적극 추진
이와 함께 환경부는 12월 12일 오전 관계기관 및 지자체와 함께 미세먼지 계절관리제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 대구의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현장점검을 실시하고 업체의 애로사항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현장 점검에는 김연명 청와대 사회수석비서관, 정경윤 대구지방환경청장을 비롯해 이상길 대구시 행정부시장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대구 서구에 위치한 소규모 사업장인 ㈜금강텍스타일을 방문해 정부 지원을 통한 방지시설 개선 효과 및 관리 실태를 점검했다.
해당 업체는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새로운 전기집진시설을 2019년 4월 설치하면서 설치비용의 90%인 2억 250만 원을 정부로부터 지원받았다. 이 업체의 방지시설 교체 전 먼지 농도는 45.2㎎/㎥이었으나, 전기집진시설 설치 후 1.5㎎/㎥로 개선돼 먼지 배출농도가 97%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2019년 들어 처음으로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영세한 중소기업이 노후화된 방지시설을 교체하거나 새로운 방지시설을 설치할 때 일부 비용을 지원해주고 있다. 특히 2020년부터 소규모 사업장의 배출 허용기준이 약 30% 강화됨에 따라 사업장의 적극적인 저감 노력과 함께 노후 방지시설 교체·개선에 대한 정부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2019년엔 국비 1098억 원을 들여 소규모 사업장 1997곳에 방지시설 설치를 지원하고 있다. 2020년에는 4000곳에 방지시설 설치를 지원하기 위해 국비 2200억 원을 편성했다.
소규모 사업장은 그간 방지시설 설치비용 부담 때문에 방지시설이 노후화돼도 교체나 개선에 소극적인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2019년 8월 방지시설 설치비용 지원 비율이 종전 80%에서 90%로 상향돼 추가경정예산이 반영됨에 따라, 노후 방지시설을 보유한 소규모 사업장이 방지시설 교체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편, 이날 대구 달서구에 위치한 정부대구지방합동청사에서 부산, 대구, 울산, 경북, 경남 등 경상권 담당 공무원을 대상으로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합동교육이 열렸다.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담당자 합동교육은 12월 3일 수도권을 시작으로 12월 5일 충청권, 12월 10일 호남권에서 실시됐다. 이번 경상권을 끝으로 관계부처·지자체 담당 공무원 560여 명이 교육을 받았다.
강민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