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2월 15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 개정안을 비롯한 ‘권력기관 개혁 3법’의 법률 공포안을 처리했다. 12월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공수처법 개정안은 야당의 거부권을 무력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의 의결정족수를 ‘7명 중 6명’에서 ‘5분의 3’(5명)으로 완화했다. 이로써 추천위원 7명 가운데 야당 추천몫 2명이 모두 반대하더라도 공수처장 추천이 가능해졌다.
앞서 12월 9일 통과된 경찰법 개정안은 2021년부터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을 나누고 국가수사본부(국수본)를 설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별도로 2020년 초 국회를 통과한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이 2021년 1월부터 시행되면 경찰에 대한 검사의 수사지휘권이 폐지되고 경찰에 1차 수사종결권이 생긴다. 12월 13일 국회를 통과한 국정원법 개정안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3년 후 경찰로 이관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이 같은 내용의 경찰법 개정안과 국정원법 개정안의 법률 공포안도 각각 처리됐다. 이로써 ‘권력기관 개혁 3법’의 입법 과정이 마무리되고 후속 작업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검찰을 위한 검찰’ 아닌 ‘국민의 검찰’ 될 것”
정부는 ‘권력기관 개혁 3법’ 시행을 맞아 검찰·경찰·국가정보원 등 3대 권력기관의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은 12월 1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권력기관 개혁’ 합동브리핑을 열었다.
추미애 장관은 “검찰은 앞으로 국가형벌권의 적정한 실현을 위해 범죄자를 소추하는 공소기관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하고, 수사권이 남용되거나 인권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수사 절차의 적법성을 통제하는 인권보호관으로서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추 장관은 “2021년 1월 1일 우리는 형사사법 패러다임의 역사적인 대전환을 앞두고 있다”며 “촛불혁명으로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서 검찰을 견제와 균형의 민주적 원리에 따라 개혁해 ‘국민의 그리고 국민을 위한 검찰’로 변화시키겠다고 약속드렸다”고 전제했다.
이어 “이러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간 법무부는 수사권 개혁 법령 개정과 이를 구체화한 하위법령 개정에 매진해 검찰개혁의 구체적 성과를 입법화했다. 또한 검찰이 직접 수사가 아닌 기소와 재판, 그리고 인권보호에서 중심 역할을 하도록 검찰조직을 형사·공판 중심으로 개편하고 인권보호수사규칙 제정 등으로 인권 친화적인 수사방식을 제도화했다”고 설명했다.
추 장관은 “새로운 형사사법 시스템 속에서 검찰이 나아갈 방향은 분명하다”며 “검경이 상호 협력함으로써 국민이 범죄로부터 안전하고 형사사법 시스템을 효율적이고 올바르게 작동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법무부는 검찰과 함께 수사권 개혁과 검찰 본연의 역할 찾기가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 앞으로는 ‘검찰을 위한 검찰’이 아니라 국민만을 바라보고 국민이 원하는 정의를 구현하는 ‘국민의 검찰’로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정원 개혁, 법과 제도로 완성… 정치 개입 절대 없다”
이어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은 “촛불혁명을 받들어 탄생한 문재인정부의 국정원 개혁이 법과 제도로 완성되었다”며 “앞으로 국정원의 정치 개입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박 원장은 “개정된 법안은 1961년 중앙정보부 창설 이후 처음으로 국정원이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명확히 규정했다”고 밝혔다. 또한 “국내 정치 개입의 빌미가 되었던 ‘국내 보안정보’는 없앴고 정치 개입 우려 조직은 해체됐으며, 원천적으로 설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대공수사권도 정보 수집과 수사 분리의 대원칙을 실현해 인권침해 소지를 없앴고, 경찰과 긴밀한 협조를 통해 지금보다 큰 성과와 효율성을 낼 수 있도록 했다”며 “또한 직무 수행 기준인 정보활동 기본지침 마련, 중대한 국가안보 사안 국회 보고 등 국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에 의한 ‘민주적 통제’를 받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제 시작”이라며 “국민이 신뢰하는 그날까지 개혁, 또 개혁해서 세계 제1의 북한·해외 정보 전문기관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특히 박 원장은 “국정원의 정치 개입은 절대 없을 것이며 5·18민주화운동, 세월호, 댓글 사건, 민간인 사찰 같은 국정원 관련 의혹이 두 번 다시 거론되지 않도록 진상 규명에도 끝까지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인공지능(AI), 인공위성 등 과학정보 역량을 강화하고 방첩 및 산업기술 유출을 막아 국익을 수호하며 해킹, 사이버 테러 대응에 역량을 집중해 국민, 국가, 기업을 보호하겠다”고 덧붙였다.
“국수본 출범 위한 수사시스템 개편 연내 완료”
마지막 발표자로 나선 진영 행안부 장관은 “2021년 1월 1일 시행되는 수사권 조정이 담긴 개정 형사소송법에 맞춰 국수본이 출범할 수 있도록 수사시스템 개편을 연내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진 장관은 “자치경찰제 도입과 국수본 신설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개혁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마침내 경찰개혁의 법제화가 이뤄졌다”며 “이는 ‘분권과 민주적 통제’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를 반영하고자 했던 오랜 개혁 의지의 결실로서 ‘오로지 국민을 위한 경찰로 거듭나라’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에 따른 것”이라고 평가했다.
진 장관은 “개정법에 따라 2021년부터 자치경찰제가 전국 시·도에 전면 도입된다”며 “지방행정과 치안행정의 연계를 통해 지역 주민의 치안 수요에 적합한 다양한 치안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국민 여러분은 지역별 특성에 맞는 효과적인 치안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보경찰 개혁과 대공수사권 이관에 대해서도 언급한 진 장관은 “국민안전과 사회 안녕의 유지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도록 정보경찰의 활동 범위를 명확히 하고 국가안보에 한 치의 허점이 없도록 경찰의 안보수사 역량을 향상시키며 국가안보기관 간 긴밀한 협조체계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진 장관은 “이번 경찰개혁 법안 통과로 중앙에 집중되었던 경찰의 권한이 분산되고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실질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앞으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수호하는 인권지킴이, 사회 약자를 보호하는 든든한 보호자, 국민에게 헌신하고 사랑받는 경찰로 거듭나겠다”고 약속했다.
이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