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은 일부 부문을 중심으로 고용 감소를 야기했을 가능성은 있으나 올해 상반기 고용 둔화의 주요 요인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올 상반기 고용 부진의 원인을 최저임금 인상에서 찾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 더불어 고용지표 자체는 좋지 못했지만 인구 감소와 지난해 고용 증가 등 기저효과까지 고려하면 ‘통상적인 수준’이라는 진단이다. 한국노동연구원(KLI)은 최근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한 ‘2018년 상반기 노동시장 평가와 하반기 고용 전망’ 보고서를 발표했다.
노동연구원에 따르면 2018년 상반기(1~6월 평균) 취업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4만 2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고용률은 전년 동기와 같은 60.4%, 실업률은 0.1%p 늘어난 4.1%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노동연구원은 “생산가능인구의 빠른 감소, 아파트 분양 붐이 지나간 여파로 고용이 둔화한 건설업, 일부 서비스업 중심의 취업자 증가 폭이 컸던 기저효과 등이 맞물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 제기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결과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 지난 6월 1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외국인 투자 기업 채용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공고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
생산가능인구의 급감 측면에서 살펴보면 인구 변화는 취업자 수 규모를 줄이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난 6월 기준 15~64세 인구는 전년 동기와 비교해 8만 명이 감소했는데, 이는 고용률이 평년 수준으로 증가한다 해도 올해 취업자 증가폭은 20만 명 내외에 머무는 결과를 초래한다. 인구가 줄고 있으므로 신규 취업자의 절대치 역시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 여기에 지난해 상반기 고용률이 장기 연평균 증가폭의 2배인 0.6%p 상승해 기저변동이 작용한 점까지 감안하면, 이번 상반기 취업자 증가폭은 “큰 문제가 없는 평년 상황”이라는 게 노동연구원의 평가다.
연구원 측은 인구 변화와 취업자 수 규모의 상관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시산도 들어 보였다. 기저변동이 없다는 전제하에 통계청 장래인구추계를 적용하고, 15~64세 고용률의 전년 대비 증감 수준이 0.3%p(2001~2007년 평균) 증가한다고 가정한다. 또 65세 이상은 인구 증가분의 40%가 취업자로 유입된다고 친다.
이렇게 되면 15~64세 취업자는 2018년 8만 2000명이 증가하지만 2020년에 4만 9000명이, 2024년에는 12만 2000명 감소한다. 15세 이상 취업자 수는 2018년 20만 4000명, 2020년 12만 7000명, 2024년 7만 6000명이 증가하게 된다. 연구원은 “평년 수준을 가정한 것으로, 이 정도 취업자 수가 증가하면 노동시장 상황이 통상적인 수준에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시·일용직 감소, 해당 산업 구조 문제
상반기 고용지표에서 눈에 띄는 점은 임시·일용직,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가 감소했다는 사실이다. 상용직은 증가 흐름이 이어지는 반면 임시·일용직은 제조업, 숙박·음식점업, 도소매업을 중심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이 현상에 대해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으나 노동연구원은 다른 구조적 문제를 내놓았다. 이들 업종의 임시직 감소는 이미 몇 년째 지속되고 있는 현상이라는 이유에서다. 도소매업 일용직은 2016년 상반기 3만 2000명, 2017년 상반기 7000명 줄었고 숙박·음식점업의 경우 증가와 감소를 번갈아 기록하고 있다.
노동연구원은 “감소 추이를 염두에 놓고 보면 올 상반기 임시·일용직 감소 원인은 ‘특이 요인’일 뿐인 최저임금에 있는 게 아니다”며 “금융위기 이후 업체 급증으로 이미 포화상태에 놓여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고 날로 영업이익이 축소되면서 비용 압박에 시달리는 두 산업이 처한 상태가 원인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진단했다.
이와 더불어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의 감소를 노동시장 상황이 나쁘지 않다는 신호로 바라봤다. 올 상반기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7만 3000명 줄었다. 그러나 노동연구원은 “금융위기 이래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노동시장이 좋지 않을 때 증가하고 개선되면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면서 “최근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감소는 이직 목적의 폐업이나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로의 이동을 의미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상반기에 6만 명 늘었다. 이렇듯 이들은 노동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증가와 감소를 반복하는 게 특징이다.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의 증가는 60세 이상(약 4만 명)과 30대(약 1만 5000명)에서 두드러지며 주로 숙박·음식점업과 도소매업, 보건사회복지 서비스업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제조업 취업자 감소가 상반기 고용지표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제조업 취업자는 올 상반기에만 2만 3000명 줄었고 그 감소폭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제조업 생산이 둔화되면서 특히 생산직 중심으로 고용 감소가 진행됐다. 특기할 만한 부분은 반도체를 포함한 전자부품 제조업은 생산이 7.0% 확대됐고 향후 전망도 긍정적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연구원 측은 “다른 산업에 비해 고용 효과가 크지 않은 반도체 업종의 특성상 제조업의 고용 감소를 역전시킬 정도의 영향은 주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비스업 취업자의 증가폭도 둔화됐다. 기존 임시·일용직 감소 추세에 지난해 4분기부터 시작된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감소가 더해졌기 때문이다. 세부 산업별로는 보건사회복지업, 공공행정, 금융보험업의 취업자 수 증가폭이 큰 반면 도소매, 숙박음식, 교육서비스업 등은 고용이 축소됐다.
그렇지만 연구원 측은 도소매업 고용과 관련해서는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이들은 “지난 몇 년간 감소하던 임시·일용직 외에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의 감소가 나타났기 때문”이라면서도 “상반기 도소매업 고용 감소폭이 지난해 고용 증가의 기저분 정도이고 민간의 소비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돼 하반기에는 다소 개선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건설업 고용 현황도 상반기 고용지표 결과에 주효했다. 올 상반기 건설업 고용 증가세는 지난해 같은 기간 14만 9000명에 크게 못 미치는 4만 3000명으로 집계됐다. 일용직과 40대 이상에서 급격한 고용 위축이 이뤄졌다. 노동연구원은 “2015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건설 경기 호조가 지나간 영향”이라며 “건설 경기 둔화와 함께 건설업 고용 둔화는 당분간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판단했다.
올 하반기 취업자 증가 수는 약 20만 8000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연구원은 “하반기에는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상반기 대비 고용개선세가 나타날 것”이라며 “경제활동 참가율과 고용률은 지난해와 비교하면 각각 0.1%p 상승한 63.3%, 60.9%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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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취업자 20만 8000명 증가 전망
연간 기준으로 따지면 올해 취업자는 작년보다 17만 5000명가량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노동연구원 측은 해당 전망치는 예년과 비하면 낮은 편이지만 “비교적 양호한 흐름”이라고 강조했다. 표면적으로 나타나는 작은 수치가 노동시장 상황의 악화를 의미한다고 해석할 순 없다는 것. 앞서 언급했듯 15~64세 인구 증가율이 올 들어 크게 감소하고 있고, 지난해 기저변동으로 인한 서비스업 중심의 취업자 증가폭 둔화가 겹친다는 게 그 이유다.
노동연구원은 “인구 제약은 시간이 갈수록 더 커질 구조적 제약 요인이기 때문에 노동시장을 둘러싼 환경이 좋아지더라도 취업자 수 증가폭이 20만 명을 넘어 크게 증가하기는 힘들다”고 이야기했다.
덧붙여 “남성 고용률은 이미 젊은 연령대를 제외하면 높은 수준이어서 향후 비경제활동인구 비중이 높은 청년층과 기혼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확대돼야 장기적으로 고용 상황이 개선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반기 고용시장을 업종별로 내다보면 음식점업과 도소매업의 고용 개선 가능성을 점칠 수 있다. 민간 소비가 전망대로 개선세를 이어갈 경우 정부의 재정 지출 확대와 맞물려 고용 감소폭이 완화될 것이라고 노동연구원 측은 예상했다. 교육서비스업도 상반기 기저가 하반기에 완화되면서 고용 감소폭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반면 제조업은 생산이 상반기보다 다소 나아질 가능성이 있어도 지난해 하반기 기저를 감안하면 고용은 지속적으로 부진할 가능성이 높고, 건설업도 둔화 국면이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2018 하반기 주요 업종 일자리 전망
한국산업기술진흥원과 한국고용정보원은 최근 기계·전자·조선·자동차 등 국내 8개 주력 제조 업종과 건설업, 금융·보험업에 대한 2018년 하반기 일자리 전망을 발표했다.
이들 발표에 따르면 반도체·금융·보험 업종 일자리는 2017년 하반기 대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한편, 조선·섬유·자동차 업종 일자리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기계·전자·철강·디스플레이·건설 업종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 고용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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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하│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