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의주’ 이정표를 단 열차가 11월 30일 서울역을 출발했다. 남북 철도 현지공동조사를 위해 북한으로 떠나는 열차로 여기에는 남측 조사단 28명이 탑승했다. 열차는 기관차-유조차-발전차-객차-침대차-침식차-식수차 순으로 연결됐다. 밖에는 ‘철마가 달린다! 평화 번영의 미래로’라는 현수막도 붙었다.
남북 공동조사단은 경의선 개성~신의주 구간과 동해선 금강산~두만강 구간에서 직접 철도를 운행하며 선로와 터널·교량 상태를 점검했다. 경의선은 11월 30일부터 12월 5일까지 6일간 약 400km, 동해선은 12월 8일부터 12월 17일까지 10일간 약 800km 조사가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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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북 공동철도조사단을 태운 열차가 11월 30일 경의선 철도통문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뉴시스
남측 철도 분단 이후 동해선 첫 운행
이번 남북 철도 공동조사는 향후 남북 철도연결과 현대화의 구체적 방향을 정하는 기반이 되기 때문에 의의가 크다. 개성부터 신의주까지 경의선 조사를 마치고 12월 5일 귀환한 공동조사단장 박상돈 통일부 남북회담본부 회담2과장은 “북측도 현지공동조사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준비를 많이 한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짧은 기간이었지만 제약된 범위 내에서 내실 있게 조사하려고 노력했다”며 “전반적으로 노반이라든지 터널, 교량, 구조물과 철도 운영을 위한 시스템을 중심으로 보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공동조사단장 임종일 국토교통부 철도건설과장은 “철로 상태는 과거(2007년) 갔을 때하고 많이 다른 건 없었고 그 수준으로 계속 운영됐던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대부분 구간에서 열차 속도가 20~60km에 그쳤고 평양 이남지역의 철도가 특히 속도가 느린 것으로 평가됐다”고 했다.
남북 철도 복원연결사업은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이 계기가 됐다. 이후 남북은 경의선 철도(서울~신의주)를 연결하기로 했으며 남측은 문산에서 휴전선까지, 북측은 개성에서 휴전선까지 각각 철도 공사를 진행했다. 2002년 경의선 철도연결사업이 완료됐다. 2007년에는 철도가 남북을 오갔다. 2007년 문산~개성 간 열차 시험운행을 하고 그해 12월부터 2008년 11월까지 경의선 문산~봉동 구간에 매일 1회 12량의 화물열차가 정기운행에 들어가며 약 1년간 총 222회에 걸쳐 운행이 이뤄졌다.
한편 남한의 동해선은 부산에서 출발, 경북 영덕까지 철로가 연결되어 있다. 영덕부터 강원 삼척까지 잇는 철도연결공사가 진행 중이다. 남북의 동해선 연결은 2002년 9월 철도연결공사 착공식을 시작으로 2003년 6월 경의선·동해선 군사분계선상에서 남북 철도 궤도 연결행사가 진행됐다. 2007년 5월에는 금강산역과 제진역의 25.5km 구간에 시험운행이 이뤄진 바 있다. 그러나 우리 철도차량이 동해선 금강산~두만강 구간에 들어가 운행한 것은 분단 이후 이번 현지공동조사가 처음이다.
10년간 중단됐던 철도연결사업이 재개된 데는 4·27 판문점 선언이 기여했다. 그날 남북 정상은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을 연결하고 현대화하여 활용하기 위한 실천적 대책들을 취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공동번영을 이룩하기 위함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철도연결사업이 남과 북 모두에게 평화 번영을 가져올 수 있는 기반사업임을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철도협력사업은 지난 6월 남북고위급회담 철도협력분과회담을 시작으로 급물살을 탔다. 후속조치로 7월 20일과 24일에는 동해선 군사분계선~금강산, 경의선 군사분계선~개성 구간의 공동점검이 진행됐다. 8월 말 본격적인 공동조사가 이뤄지려던 참에 유엔군사령부가 군사분계선 통과를 승인하지 않아 조사가 연기됐다. 그러던 11월 말 남북 철도연결 공동조사에 유엔제재의 면제를 받으며 실타래가 풀려갔다. 앞서 한미 워킹그룹에서 제재 문제에 대한 이견이 해소되며 미국과 국제사회의 인정을 동시에 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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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브리핑
남북 철도연결사업은 남과 북을 잇는 것 이상의 잠재력이 있다. 동해선이 복원되면 부산에서 출발해 북한을 관통하는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이어져 한반도에서 유럽까지 육로로 달릴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경의선은 중국횡단철도(TCR), 몽골횡단철도(TMR) 등과 연결되며 새로운 성장동력의 기회가 함께 다가온다. 현재의 북한 정기노선인 신의주~단둥 구간의 국제열차가 부산~단둥 구간으로 확대될 수도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물류의 흐름이 바뀐다. 우리나라는 현재 한반도 남쪽에 갇힌 사실상 섬나라다. 남과 북의 철도가 대륙과 연결되면 해상을 이용하던 수송수단이 철도로 바뀌면서 거리와 기간을 단축해 비용 측면에서 큰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와 같은 전략은 문재인정부의 한반도 신경제구상과 궤를 같이한다. 한반도 신경제구상은 서해안, 동해안, 비무장지대 지역을 H자의 경제벨트로 연결하는 게 핵심이다. 이때 남북의 전반적인 개발전략이 추진되려면 철도·도로 교통망 구축은 필수 전제다. 나아가 한반도 신경제구상은 신북방정책과 연계되어 중국의 일대일로, 러시아의 신동방정책과도 전략적 이해관계가 맞닿는다. 지난 6월 한국은 북한의 찬성표를 받으며 국제철도협력기구(OSJD)에 가입한 바 있다. 이로써 한국이 철도로 유라시아에 진출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도 한층 강화됐다.
남북의 철도연결사업에 북한의 관심도 높은 상황이다. 북한은 철도 중심의 ‘주철종도(主鐵從道)’ 교통체계 가운데 화물수송의 약 85% 이상을 철도가 담당하고 있다. 철도의 의존도가 매우 높은 상황이지만 북한의 철도는 기반시설이 노후한 상태에다 유지·보수 등 관리가 잘 되지 않아 저속 운행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동부와 서부가 분리되어 동서 간 교통로 연계가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새로운 교통 인프라를 구축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기존의 철도를 복원하는 사업은 북한에게도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남북 철도연결사업은 남북이 상생할 수 있는 한반도 평화·번영의 기적을 울리는 길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