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지오 전국주한미군한국인노동조합 사무국장│한겨레
손지오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조합 사무국장 인터뷰
한미의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됐다. 두 나라가 2019년 9월 공식 협상을 시작한 지 1년 6개월 만이다. 무엇보다 이번 제11차 협정에서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의 고용 안정성을 확보한 것이 큰 성과로 꼽힌다. 우선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의 무급휴직을 막기 위한 규정을 처음으로 명시했다. 또 분담금이 한국인 노동자 인건비로 더 배정되도록 합의했다.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들은 한국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소파) 노무 규정에 따라 주한미군에 고용되었기 때문이다. 2020년 4월 주한미군이 방위비 협상을 타결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한국인 노동자 4000명의 무급휴직을 강행한 일은 이들의 처우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당시 정부가 특별법 제정으로 생계비 지원 등에 나섰지만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들의 불안감은 여전했다.
현재 주한미군 기지에서 일하는 한국인 노동자는 1만 2500명이고, 이 가운데 방위비 분담금에서 임금을 받는 노동자는 8700명 정도다. 이번 협상 결과를 지켜본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들의 감회는 어떨까? 방위비 협상 타결 일주일 뒤인 3월 16일 손지오 전국주한미군한국인노동조합 사무국장과 이야기를 나눴다. 손 사무국장은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의 고용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부 측 노력에 감사드린다”며 “앞으로도 우리의 현실과 소파 노무 조항의 문제점 개선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오랫동안 난항을 겪었다. 그간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었나?
=협상이 지지부진하면서 2020년 4월 주한미군은 한국인 노동자들의 사상 첫 무급휴직을 강행했다. 한미 주둔군지위협정 규정에 따라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들에게 가해진 제약이 많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국회와 국민께 호소하는 것뿐이었다. 일을 안 하자니 주한미군의 전투, 행정 등 모든 기능이 멈출 것 같아 우려가 컸다. 이 점이 가장 힘든 부분이었다. 주한미군 측엔 “무급으로라도 일하겠다”고, 정부 측엔 “버텨볼 테니 협상을 잘해달라”고 말했다. 쉽지 않은 협상이었다. 그래도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특별법을 추진해줘 생계비 정도는 받았다. 협상 타결이 간절했지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무리한 협상을 바라지 않았다. 같은 처지의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와 가족, 국민의 응원 덕에 버틸 수 있었다.
-이번 협상에서 한국인 노동자의 무급휴직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한 새로운 ‘장치’가 도입됐다.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들의 반응은 어떤가?
=협상 타결 이후 분위기가 정말 좋다. 얼마 전 주한미군 측이 2021년 4월 또 한 차례 강제 무급휴직을 통보했기 때문이다. 다들 다행이라고 말한다. 한국에서는 용납될 수 없는 감원, 무급휴직 등의 부당 대우가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들에게는 너무 쉽게 이뤄진다. 우리는 정부 측에 “협상 때마다 볼모가 되긴 싫다”, “이번만큼은 제도가 개선되어야 한다”는 두 가지 의견을 전달했다. 정부도 이에 동의한 것 같다.
-정부가 방위비 협상을 진행하면서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 의견을 충분히 반영했다는 말인가?
=그간 정부는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줬다. 만남도 가졌고, 시간도 충분히 줬다.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서 인정받는 기분을 느꼈다. 과거 우리가 힘든 점을 이야기했을 때는 외면 받는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우리 어려움을 잊지 않고 얘기를 들어준 정부는 처음이다. 들어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제도 명문화 등을 해줘 정말 감사하다. 하지만 아직 노동법을 적용하지 못하는 등 어려움이 많다. 이 부분도 잊지 않고 꾸준한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
-이번 협상은 2025년까지 적용되는 6년짜리 다년 협상이다. 이를 통해 안정적인 주한미군 운용이 가능해졌다. 이 점이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들에게 장점으로 작용하나?
=최근 협상의 경향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는다. 단기 계약의 경우 무급휴직 등 소모적 논쟁이 많다. 군대는 장기간의 계획이 필요한 곳이다. 그래야 안정적인 방식으로 미래를 그릴 수 있다. 노동조합에서 보는 기간도 단기보다는 3~4년 정도가 맞다고 본다.
-앞으로 바라는 점이 있다면.
=앞으로도 많은 부분에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왜 분담금이 그렇게 책정될 수밖에 없는지를 밝히는 등의 투명성이 가장 중요하다. 한미 분담금이 생기고 계속 총액 협상을 해왔다. 증액했기 때문에 다음 협정에서는 항목별 협상을 해야 한다. 분담금을 항목별로 제대로 사용했는지 낭비하지 않았는지 잘 따져봐야 한다. 분담금은 협정 목적에 맞게 우리나라 경제 발전과 국민,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 처우 개선을 위해 써야 한다. 정부도 계속해서 확인하는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
끝으로 분담금 문제로 국민께도 걱정을 많이 끼쳤는데 응원 전화와 문자를 많이 보내주셨다. 정말 감사하고 힘이 났다. 앞으로도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들은 우리의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는 것으로 대한민국과 국민에게 보답하겠다.
강민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