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가장 쉽고도 위험한 게 이분법적 생각이다. 우리 뇌는 ‘심리적 지름길’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낮과 밤, 남자와 여자가 반대인가? 그저 다를 뿐이다. 음양의 이치에서 봐도 그렇다. 음양은 둘로 나눌 성질이 아니다. 하늘이 양이지만 흐린 하늘은 음이다. 낮의 하늘은 양이지만 밤의 하늘은 음이다. 하늘에는 맑고 흐림이 쉼 없이 왕래하고 밤낮이 오고 간다. 가을이라고 다 맑고 푸른 하늘을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땅이 음이라 하지만 늘 음으로 단정하면 안 된다. 봄 여름이 땅의 양이지만 가을 겨울의 땅은 음이고, 동쪽 산비탈은 오전에는 양지가 되고 오후엔 음지가 되며 서쪽 산비탈은 반대다. 물 또한 흐르는 물은 양이지만 고여 있는 물은 음이다.
온갖 목숨이 한번 양이면 한번 음을 누리고 생은 사를 쫓아가는 원둘레 돌기와 같다. 그럼에도 선과 악, 진실과 거짓의 이분법이 우리 사회 곳곳을 물들이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주장도 하나의 이야기일 뿐이라는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서로 다른 모습, 다른 생각을 하고 있지만 차별 없이 서로 존중하며 살아가는 그런 재미있는 세상이 될 수는 없을까?
필자는 법원과 검찰청에서 십수 년간 조정위원으로 일하며 수많은 민형사 사건을 조정하면서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반목과 갈등이 상상외로 많음을 실감하고 있다. 개인 간의 반대 주장은 마치 시소게임처럼 평형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중간에서 적절히 중재를 하고 서로 양보해서 균형점을 찾으면 합의에 이를 수 있다.
그러나 사회적, 국민적 갈등은 또 다른 차원이다. 여기서 정치적 해결이 필요한데 그 역할을 해야 할 사람들이 제 역할을 못하고 오히려 부추기는 형국이 안타깝기만 하다. 삼성경제연구소(SERI)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의 27%를 사회적 갈등관리 비용으로 사용하며, 모든 국민이 매년 1인당 900만 원씩, 연간 최대 246조 원을 사회적 갈등 해소에 쓰는 것으로 분석됐다. 타협과 조정의 자리를 만드는 게 정부와 정치권이 할 일이다. 이들을 설득하고 협력하도록 하는 게 리더의 역할이자 정치의 본질 아닌가?
아직도 정쟁과 편 가르기로 사회를 둘로 쪼개려는 자들의 선전선동이 난무한다. 세상은 바뀌었는데, 인식의 틀은 골동품이다. 윈스턴 처칠은 “현재가 과거와 싸우면 미래를 잃는다”고 했다. 이념 간 세대 간의 갈등이, 불균형과 편견이 광장에 흩어지는 낙엽처럼 사라져가고 품격과 공존의 봄이 움트는 날을 기다려본다. 그래서 광장이 반목의 정치가 아닌 문화의 정취가 흐르는 곳으로 변하고 다양성이 존중받는 사회가 되길 기대해본다.
이종호 서울 노원구 노원로
<위클리 공감>의 ‘감 칼럼’은 모두에게 열려 있습니다. 살아가면서 느끼는 바를 적은 수필을 전자우편(gonggam@hani.co.kr)으로 보내주세요. 실린 분들에게는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지금 정책주간지 'K-공감' 뉴스레터를 구독하시고, 이메일로 다양한 소식을 받아보세요.
뉴스레터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