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대표자회의 사회안전망개선위원회는 지난 8월 21일 ‘취약계층의 소득보장 및 사회서비스 강화를 위한 합의문’을 발표했다. 취약계층 소득보장이 시급하다는 데 노사정공 위원들이 모두 공감해 근로빈곤대책, 노인빈곤대책을 조속히 마련하고 기초생활보장제도를 시급히 개선해야 할 것임에 합의했다. 이외에 돌봄 관련 사회서비스도 조속히 강화해야 한다는 것에 합의했다. 물론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기 위한 과제는 이번 합의문에 담긴 것보다 더욱 광범위한 제도를 망라한다. 단지 취약계층의 민생이 심각하게 어려우므로 제도의 큰 변경 없이 조기에 시행 가능한 정책들은 먼저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에서 이에 초점을 맞춰 각 계층의 대표들이 합의했다.
사회안전망개선위원회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하나의 분과위원회이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노사정 대표자들이 지난 4월 23일 열린 3차 대표자회의에서 사회적 대화기구 명칭을 노사정위원회에서 경제사회노동위원회로 변경하고, 비정규직·청년·여성·중견기업·중소기업·소상공인 등 참여주체를 늘리며 의제별·업종별위원회도 구성하기로 하면서 탄생했다. 정책과 예산만으로 현재 당면한 청년실업과 저출산·고령화·양극화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노동시장·복지시스템·산업구조 조정 같은 구조적 개혁이 필요한데 이는 사회적 갈등을 수반하는 것이기에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다. 경사노위는 지난 6월 법적 근거가 만들어졌으나 아직 공식 출범하지는 않은 상태로 10월 출범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사회안전망위원회는 올해 7월 12일 구성되어 1년간 한시적으로 운영될 것인데 필요할 경우 1년 이내 운영기간 연장이 가능하다. 주요 논의의제는 사회보험 대상 및 보장 확대, 지속 가능한 사회보장 시스템 마련, 공공사회서비스 인프라 개편 등이다. 국민의 삶의 질 개선은 산업구조의 고도화와 국민 부담을 고려한 사회보장제도의 전반적인 확충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에서 논의의제는 광범위하고 복잡할 수밖에 없다. 시간을 들여 개혁 방안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낼 수밖에 없다. 다만 저임금노동자와 영세자영업자를 비롯한 취약계층의 어려움은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시급한 대응이 필요하다. 이러한 공감대 위에서 노사정은 2019년 예산에 반영될 수 있는 일차적인 과제에 집중해 이번 합의에 이르렀다.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사항에 합의했다.
첫째, 근로빈곤대책이 강화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행 고용보험과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보호 범위를 벗어난 구직 근로빈곤층을 지원하는 제도(가칭, 한국형 실업부조)를 조속히 도입할 필요가 있다. 또한 특별히 구직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구직자들에 대한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을 한시적으로 지급하고 영세자영업자가 폐업 이후 구직활동을 하는 경우 일정 기간 소득을 지원하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덧붙여 근로장려세제(EITC)가 실질적인 근로빈곤대책이 될 수 있도록 관련 제도와의 정합성 등을 고려해 종합적인 제도개선을 추진해야 한다.
둘째, 심각한 노인 빈곤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제도개선안을 빠른 시일 내에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2021년에 30만 원으로 인상하기로 예정돼 있는 기초연금을 저소득층 노인에 대해서는 인상 시기 조기 적용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셋째, 기초생활보장제도를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 사각지대를 해소해 사회안전망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2022년까지 부양의무자 기준을 단계적으로 폐지 또는 완화하기로 한 정부 계획을 앞당겨 추진하고 저소득층의 실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주거비와 의료비 부담 완화를 지속 추진한다.
넷째, 공공사회서비스를 강화해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양질의 일자리를 확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일·생활 균형의 실현과 급속한 인구고령화에 대비하기 위한 돌봄서비스의 대폭적인 확충이 필요하다. 구제적으로는 방과 후 돌봄체계를 강화하고, 국공립 어린이집 이용률을 40% 이상 수준으로 확대하며, 국공립 요양기관도 대폭 확충해야 한다. 또한 가족의 환자 돌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확대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이러한 합의에 이르는 과정은 지난한 것이었다. 그래서 그 의미가 결코 작지는 않지만 사실 법적인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예산안은 청년 구직수당, 영세자영업자 폐업 지원, 근로장려세제 강화, 기초생활보호제도 개선 등을 포함하고 있으나 사회안전망개선위원회가 기대했던 것에는 이르지 못하는 규모와 속도이다. 사회적 대화기구가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결국 사회적 대화의 일원으로 참가한 정부가 정책으로서 적극적으로 뒷받침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세은│사회안전망개선위 공익위원,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