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셋째 주말부터 한 주 가까이, 미세먼지 관측을 시작한 2015년 이래 최악의 미세먼지가 한반도 상공을 덮쳤다. 100㎍(마이크로그램) 안팎의 고농도 초미세먼지가 정체했다가 28일 오후부터 ‘보통’ 수준을 되찾았지만, 수도권은 30일이 돼서야 회복됐다. 대기환경 기준을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하려던 참이었다. 정부는 대기환경 기준부터 바꿨다.
정부가 대기환경 기준을 강화한 것은 강력한 미세먼지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대기 질 개선이 요원하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우리나라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당 25㎍ 수준으로 미국·일본 등 선진국 연평균 13㎍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높다. 미세먼지 경고가 잦아지면 학교를 비롯해 전반적으로 야외활동이 위축된다. 연일 경보가 발령되면 학교의 경우 야외활동을 중단하거나 휴교 조치를 취해야 한다.
서울시는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면 외출을 자제하고 인증 마스크를 쓰며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대기오염 행위를 ‘자제’하며, 외출 후에는 잘 씻고, 물과 비타민 C가 함유된 과일과 채소를 많이 섭취하며, 물청소를 자주 해 실내 공기 질을 관리하라고 한다(서울시 매뉴얼).
미세먼지의 유해성이 밝혀지면서 삶의 패턴이 많이 바뀌었다.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마을 축제였던 학교 운동회는 사라졌고, 5월 초 봄 운동회는 뿌연 하늘 아래 흙먼지 날리는 운동장을 마스크를 쓰고 달린다. 청정한 대기 질 유지는 우리 몫인데, 그동안 남 탓만 해왔다. 중국에서 북서계절풍을 타고 오는 황사는 자연현상으로 여겼고, 초미세먼지 사태로 발전하자 책임을 중국에 전가하면서 제대로 된 환경정책은 마련하지 못했다. 작년 5월 서울국제문학포럼에서 세계적 명성을 누리는 중국 작가 위화(余華)가 한국의 미세먼지 문제를 거론하는 말을 들었다.
“베이징(北京)은 10여 년 전부터 스모그 문제가 심각한 도시다. 중국 인민들은 고위관료들과 똑같이 나쁜 공기를 마신다는 점에서 평등을 느낀다.… 서울의 미세먼지가 중국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하는 한국 언론 보도를 잘 알고 있다. 중국이 전적으로 책임져야 할 문제인지 단정할 수 없지만, 중국 관리들이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공기 질 향상에 노력할 것이니 기다려보자”면서 “한국에 자동차가 저토록 많은데 미세먼지의 책임을 중국이 모두 질 수는 없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공기 질 악화가 시사하는 바는 인류의 무절제한 소비 행태에 따른 경고라 생각한다. 편익만을 추구해온 과소비로 인해 발생한 것 중 하나가 미세먼지다. 편리한 삶의 상징인 전기 생산에서 나오는 매연·분진, 도로를 뒤덮다시피 한 자동차들이 배출하는 배기가스가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었다. 전기, 자동차를 감축하기란 지극히 어려운 일이지만 인간과 자연이 유기적으로 깊게 관련돼 있음을 깨달아 피할 수 없는 지상명령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공기는 지구 구성체가 공유하는 공공재이기 때문에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모든 만물이 조화롭게 상생, 상극하는 순환을 방해하지 않는 것이다. 호주의 시드니, 독일의 프라이부르크 등은 도심에 자동차의 접근을 막아 깨끗한 대기환경을 되찾았다고 한다. 자동차를 세워두는 것만으로 청정한 공기를 숨 쉴 수 있다면 우리도 시도해볼 만한 일이 아닌가?

임채수│수필가
지금 정책주간지 'K-공감' 뉴스레터를 구독하시고, 이메일로 다양한 소식을 받아보세요.
뉴스레터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