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10일. 대한민국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하겠다고 선언한 날이다. 탄소중립은 개인이나 회사, 단체가 이산화탄소를 포함한 온실가스를 배출한 만큼 흡수하는 대책을 세워 실질적으로 배출량을 ‘영(zero)’으로 만든다는 개념이다. 흔히 탄소제로(carbon zero)라고도 한다.
한국의 경우 1990년에 비해 2020년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두 배 정도 증가한 7억여 톤을 배출하고 있는데, 30년 뒤에는 ‘0톤’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실로 과감한 정책 선언일 수밖에 없다.
이는 기후변화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면서 폭염, 한파, 산불, 가뭄 등 이상기후와 재해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연구팀이 온실가스, 대기오염, 자외선 노출량 증가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영국의 종양학 전문지 <랜싯 종양학(Lancet Oncology)>에 실었는데,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2050년까지 세계적으로 50만 명 이상이 사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2019년 유럽 26개국은 그린 뉴딜을 통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선언했고, 중국도 2060년 이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대통령 당선인 조 바이든도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바이든 당선인은 임기(2021~2024년) 동안 2000조 원을 투자할 것이며, 2035년까지 발전 부문의 탈탄소화를 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일본도 선언했다. 갈수록 많은 국가가 동참할 것으로 예상된다.
각국 정부와 국내외 기업 발 빠르게 대응
국내외 기업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독일의 지멘스는 2015년에 세계 기업 중 최초로 2030년까지 완전한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2019년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사는 탄소 처리 기술개발에 약 1조 2300억 원 규모의 ‘기후혁신기금’을 조성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 외에 네슬레, 구글, 아마존, 영국 석유회사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 등의 기업들이 동참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약 8600조 원의 투자 자금을 가진 세계 최대 규모의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환경 지속가능성을 떨어뜨리는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노르웨이 국부펀드사는 탄소배출이 많은 기업을 투자에서 제외하는 탄소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있다.
우리나라의 LG전자는 2030년까지 제품 생산단계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2017년 대비 50%로 줄이고, 외부 탄소 감축 활동을 강화해 실질 탄소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LG화학이나 포스코도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있다. 우리금융그룹도 이에 동참했다. 이제 미래는 정부든 기업이든 탄소배출을 대폭 줄이거나 제로화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신(新)탄소 제로 시대를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 달성하느냐는 것이다. 정부가 발표한 추진전략을 보면 3+1 실행전략으로 경제구조의 저탄소화, 신유망 저탄소 산업 생태계 육성, 지역별 맞춤형 전략과 지역 주도 녹색산업 육성을 통해 지역 주민의 일자리와 수익 창출, 재정·녹색금융·연구개발(R&D)·국제협력 기반을 구축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가장 성공한 녹색혁명 국가
첫 번째 경제구조 저탄소화는 우선 에너지 다소비 산업구조를 점진적으로 전환하면서 신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원으로 바꿔나가야 한다. 제조업에서 서비스업 중심으로 바꿔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가칭 ‘신경제구조 전환계획’도 수립해야 한다. 여기에는 전력 정보기술(IT), 배터리, 바이오산업과 함께 인공지능(AI), 대량자료(빅데이터), 로봇, 증강현실(VR) 등 4차 산업과 연계해 연구개발하고 지원 육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신재생 에너지원의 많은 확대를 위해서는 계통 안정성, 출력 제한과 같은 추가 비용이 따른다는 것도 인식해야 한다.
두 번째는 저탄소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제안했듯이 모든 산업에서 활용 가능한 효율적이고 편리한 플랫폼을 만드는 혁신적인 산업 생태계를 육성해야 한다. 예컨대 환경 부분에서 이와 같은 플랫폼이 활성화되면 자연히 순환경제 사회로 갈 것이다.
세 번째는 지역을 기반으로 한 산업이 녹색 산업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에서 활성화되도록 해야 한다. 이미 한국은 지역, 도시와 농촌, 부자와 가난한 자, 교육, 정보 등 사회가 갈수록 더욱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지역 간 격차를 없애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네 번째는 모든 정책을 수행하려면 재정이 있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논의되고 있는 ‘녹색금융공사’의 설립은 바람직하다고 본다. 영국이나 호주, 일본, 미국은 전문적인 녹색 은행이나 금융공사를 통해 에너지 환경 분야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그래야 신생기업(스타트업)도 생기고 새로운 산업도 생길 수 있다.
다섯 번째는 가장 좋은 탄소 흡수 수단인 나무에 대대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 한국은 가장 성공한 녹색혁명 국가다. 이제는 산이 아니라 도시, 수목원, 도시공원 등에서 녹색혁명을 성공해야 한다. 도시공원 일몰제로 도시 내 녹지가 없어지고 있어 숲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목마른 사람이 물을 찾는다. 대한민국은 탈탄소 사회에 대해 진정으로 목이 마른 나라가 되어야 한다.
자료: 정책브리핑
김정인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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