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법 개정안 통과 의미와 향후 전망
2020년 12월 10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찬성 187명, 반대 99명, 기권 1명으로 가결된 것이다. 이 개정안은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의 의결정족수를 위원 ‘7명 중 6명 이상’의 찬성에서 ‘3분의 2 이상’(5명 이상) 찬성으로 완화했으며, 여야가 국회의장의 위원 추천 요청 후 10일 이내에 위원을 추천하지 않으면 국회의장이 직권으로 학계 인사인 한국법학교수회 회장과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을 위원으로 위촉할 수 있게 한 것이 주요 골자다. 이러한 공수처법 개정이 이루어지기까지에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1996년에 참여연대가 부패방지법의 한 내용으로 고위공직자들의 비리를 수사하고 기소하는 독립기구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을 입법청원한 것을 시작으로 2019년 12월 30일 공수처법이 국회를 통과할 때까지 약 23년간 수많은 공수처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었고, 공수처 도입에 대한 오랜 논의들이 있었다. 그런데 공수처법이 통과되고 7월 15일에 발효까지 되었는데도 야당이 뒤늦게 위헌론을 끄집어내며 헌법재판소 결정 때까지 야당 몫의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을 추천하지 않다가 10월 말에 와서야 추천이 이루어져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가 가까스로 구성되었다. 공수처법이 통과된 지 약 10개월 만이고 공수처법이 발효한 지 100일도 더 지난 시점이었다.
그 후에도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가 대통령에게 추천할 최종 후보 2명을 선정하기 위한 회의를 수차례 열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야당이 공수처의 독립성과 중립성 보장을 위해 중립성이 의심되는 후보를 거부할 수 있는 비토권을 공수처 출범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남용한다는 비판이 많았고, 그 결과 개정된 공수처 법안이 국회 법사위원회를 거쳐 본회의를 통과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정작 중요한 공수처장의 자질이나 공수처 역할에 관한 공론의 기회는 사라져버렸다.
공수처장이 갖춰야 할 덕목
공수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후 2020년 12월 28일 열린 제6차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는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과 이건리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을 공수처장 후보로 추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중 김 선임연구관을 공수처장 후보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국회 청문회를 거쳐 임명된다. 이런 일정을 고려하면 2021년 2월 초 공수처가 정식으로 출범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수처 검사들과 수사관들이 국민의 여망대로 검찰을 잘 견제하면서 고위공직자들의 범죄에 대해 성역 없이 제대로 된 수사와 기소를 할 수 있도록 대통령이나 정부 여당, 야당, 검찰 등 각종 외부 권력으로부터 외압을 막아주면서 공수처의 독립성을 지켜낼 수 있는 분이 공수처장이 되어야 한다. 이 점이 공수처장 후보 선정에서 가장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되어야 한다.
최근에 검찰은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현직 검사들 상대 고액 술접대 사건에서 뇌물죄를 적용하지 않고 법정형이 낮은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적용한다든가, 술자리 향응액을 계산할 때 향응 제공자였던 김 전 회장을 수수자에 포함해 접대액을 머릿수대로 나누는 등 국민 상식에 어긋나는 계산법을 사용해가며 3명 중 2명의 검사를 불기소했다.
여기에서 볼 수 있듯이 일부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식 수사를 통한 검찰권 오남용은 여전하다. 무소불위의 검찰 권한은 여러 차례 검찰 스스로에 의한 ‘셀프 개혁’을 거쳤는데도 전혀 축소되거나 분산되지 않는 것이다. 검찰 스스로의 개혁을 바랄 것이 아니라, 이제는 공수처라는 검찰 밖의 독립적인 감시기구를 통해 검찰 외부에서 검찰개혁을 끌어내야 하는 이유다.
검찰의 기소권과 수사권 오남용 감시
공수처는 감시기구가 없고 견제가 없어서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들린다. 기우다. 전국 2300명의 검찰청 검사들이 공수처 검사 25명을 감시하고 견제할 것이다. 따라서 공수처는 걱정하는 것처럼 검찰을 능가하는 권력기관이 될 수 없다.
공수처가 출범하면 어떤 사안들이 최우선적으로 다루어질까 궁금해하는 국민이 많다. 공수처 초창기에는 첩보 등을 통한 인지수사도 별로 없고 검찰이나 경찰로부터 사건 이첩도 많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고위공직자들의 범죄에 대해 수사하고 기소하는 공수처의 존재가 고위공무원들에게는 큰 부담이 될 것이다. 고위공직자 범죄에 대한 예방적 효과가 발휘된다는 말이다. 특히 기소권과 수사권을 나누어 가지는 검찰을 공수처가 감시하고 견제함으로써 검찰의 권한 오남용이 줄어들고, 그 결과 형사 사법절차에서 국민의 인권이 과거보다 더 두텁게 보장될 것이다.
공수처법은 법안 성안과 통과 단계에서 여론조사를 통해 70~80%의 다수 국민이 일관되게 지지해준 법률이다. 이제 정치권은 신속하고 제대로 된 공수처 출범을 통해 이런 국민의 뜻에 화답해야 한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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