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디밭에서 저 사람이 깔고 앉은 게 설마 종이로 만든 의자야?”
요즘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을 수 있는 곳이면 어김없이 ‘종이의자’가 등장한다. 종이로 만든 의자라니 나들이 나갈 때 일회성으로 쓰기 좋은 제품인가 싶지만 의외로 편안함과 견고함을 자랑한다. 나무나 플라스틱으로 만든 의자처럼 딱딱하지 않아 몸에 착 붙고, 야외용 의자답지 않게 등받이가 있어 편안하다. 거기다 가볍고 재활용까지 된다니, 입소문이 날 만한 아이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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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현주 대표는 “전화가 아닌 모바일 플랫폼으로 가사도우미를 고객과 연결해주는 서비스라면 분명 수요가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고 했다. ⓒC영상미디어
휴대용 종이의자처럼 종이로 만든 가구가 관심을 받고 있다. 원룸, 기숙사, 고시원 등에서 생활하는 1인 가구가 늘면서 수납은 편리하게 하되 복잡한 물건을 두기 싫어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거기다 최근 자원 재활용이 사회적인 이슈가 되면서 플라스틱처럼 재활용이 어려운 소재보다는 좀 더 자연친화적인 소재로 만든 물건에 눈길이 가는 분위기다.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가구 대부분은 MDF (Medium Density Fiberboard, 중간 밀도 섬유판)로 만든다. 대개 합판이라 부르는 MDF는 나뭇조각, 대나무 같은 섬유조직을 분리해 접착제를 넣고 강한 열과 압력으로 만드는 가공목재다. 비용이 많이 안 드는 데다 가공이 쉬워 인테리어 내장용이나 값이 저렴한 가구에 많이 쓴다. 그러나 합판은 습기에 약해 오래 쓸 수 없을뿐더러 포름알데히드 같은 유해물질이 방출돼 건강에도 좋지 않다. 가구의 수명이 짧다 보니 사용한 지 1~2년 만에 구매량의 약 70%가 버려지기도 한다. 살 때도 돈이 들었지만 버릴 때도 돈이 든다. 가구를 버릴 때는 배출비용으로 지자체에 대략 5000원 정도 납부해야 한다. 가구를 버리는 데 드는 비용만 연간 200억 원가량 소요된다. 문제는 MDF가 제대로 처리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보통 매립을 하거나 소각해야 하는데 그때마다 엄청난 양의 환경호르몬이 방출된다. 이런 단점이 있지만 비교적 주머니가 가벼운 1인 가구는 알면서도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다른 대체재가 없기 때문이다.
종이가구는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좋은 아이템이다. 종이가구 생산업체 ‘페이퍼팝’을 운영하는 박대희 대표는 “종이는 버리기도 쉽고 절반 이상을 재활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땅에 묻어도 생분해되기 때문에 친환경적인 소재”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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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 호주의 종이가구 생산업체 카톤이 만든 종이가구 ⓒ카톤 누리집
3 캐나다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만든 위글 사이드 체어 ⓒ비트라 누리집
이런 장점 때문에 해외에서는 일찌감치 종이로 만든 가구가 등장했다. 1972년 캐나다의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프랭크 게리는 골판지를 여러 겹 붙여 견고하게 만든 ‘이지 에지(Easy Egde)’를 선보였다. 이지 에지 이후 나온 ‘위글 사이드 체어(Wiggle Side Chair)’는 제작한 지 20년 뒤인 1992년 세계적인 가구회사 ‘비트라’가 재생산하면서 독특한 디자인과 소재로 특별대접을 받는 가구가 됐다. 이후 종이가구가 세계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08년 즈음이다. 미국의 ‘스마트데코퍼니처(Smart Deco Furniture)’, 호주의 ‘카톤(Karton)’이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종이가구는 좀 더 대중적인 가구가 됐다. 이들은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침대 프레임, 소파, 책장 등 우리 생활에 쓰이는 대부분의 가구를 제작한다. 세계 최대 가구 생산기업 ‘이케아’도 종이가구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케아는 종이가구 연구팀을 따로 만들어 종이로 가구 만드는 법을 꾸준히 연구하고 있다. 종이펄프에 방수기능을 더하거나 나무나 재활용 소재를 덧대어 다른 형태로 만들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종이가구를 생산하는 업체가 생긴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2010년 초반부터 종이가구 업체가 하나둘씩 생기기 시작해 조금씩 시장을 넓혀가는 추세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홈퍼니싱 시장 규모는 2014년 기준 12조 5000억 원가량이다. 그중 종이가구를 포함한 지류(紙類) 시장은 250억 원 규모다. 처음 국내에서 종이가구를 생산했을 때 40억 원 규모도 안 됐던 것을 감안하면 시장이 제법 성장했다. 그만큼 잠재적 가치가 큰 시장이다.
국내에는 ‘아이에이치페이퍼’, ‘키즈바래’ 같은 업체가 있다. 아이에이치페이퍼는 스마트데코퍼니처나 카톤처럼 고가의 종이가구를 생산한다. 아코디언 모양의 종이를 둥글게 말아 그 위에 방석을 깐 미니스툴, 골판지를 여러 겹 이어붙인 벤치와 소파 등이 주력 상품이다. 키즈바래는 가구라기보다 장난감에 가깝다. 골판지로 아이들이 뛰어놀기 좋은 아지트를 만들 수 있는 세트를 판매한다.
‘페이퍼팝’은 종이가구 시장에 뛰어든 초기 스타트업 중 하나다. 박대희 대표는 페이퍼팝을 만들기 전까지 인쇄 패키지 회사를 다녔다. 박스에 파묻혀 살던 어느 날 박 대표는 자신이 만든 박스가 제품이 되지 못하고 그냥 버려지는 게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져 종이로 가구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그리고 2013년 본격적으로 종이로 만든 가구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페이퍼팝이 제품을 만들 때 쓰는 주원료는 FSC 인증을 받은 펄프다. FSC 인증은 국제산림관리협의회(Forest Stewardship Council)가 만든 산림경영 인증 시스템이다. 난개발과 불법 개간, 불법 벌목 등 산림자원이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든 인증 절차다. FSC 인증을 거친 펄프는 친환경으로 벌목한 제품이라는 뜻이다.
종이가구는 제작 과정도 간단하다. 펄프가 들어오면 제품의 모양을 만드는 ‘톰슨 과정’을 거친다. 그런 다음 제품의 구조체를 만들면 제품 조립설명서와 함께 구매자에게 배달되는 시스템이다.
국내 종이가구 업체 타깃 층 다양화
페이퍼팝의 타깃은 20~30대 1인 가구다. 월세나 전세를 사는 1인 가구 대부분은 한 집에서 주거기간이 1~2년 정도로 짧은 편이다. 그때 버려지는 가구의 양도 어마어마하다. 이사를 자주 다니다 보니 질 좋은 가구도 선호하지 않는다. 페이퍼팝은 여기에 초점을 맞췄다. 1인 가구가 선호할 만한 가볍고 실용적인 가구. 그래서 페이퍼팝이 만드는 가구는 자취방에 들여놓기 좋은 제품이 대부분이다. 사용하는 사람들의 특성을 반영해 2개월에 한 번씩 신제품도 내놓는다. 종이로 만든 쓰레기통처럼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제품도 제작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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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1인 가구를 대상으로 만든 종이선반. 사용자가 직접 가구를 조립해서 사용하도록 구성됐다. 2 고양이용 두더지게임 장난감 ‘고양이 캣펀치’ 3 페이퍼팝이 만든 야외 등받이 의자 토드 4 종이선반은 크기와 모양이 다양해 집의 크기에 맞춰 고를 수 있다. ⓒ페이퍼팝

▶ 5 페이퍼팝이 와디즈로 크라우드펀딩을 한 종이모듈조립가구 ‘보야지’ ⓒ페이퍼팝
가격도 저렴하다. 페이퍼팝에서 꾸준히 인기 있는 제품 중 하나인 3형로우 3단 종이책장은 2만 1000원이고, 가장 값이 나가는 가구는 공부집중 미니 칸막이, 데스크 선반, 1형 2단 종이책장, 3형 2단 종이책장, A4파일홀더 세 개를 묶은 ‘자취러 가구 세트’(5만 2900원)다.
제품이 대체로 DIY를 기반으로 해 직접 조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구매한 제품을 가지고 색을 입히거나 다른 방식으로 리폼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나만의 가구를 만들 수도 있다.
텀블벅이나 와디즈에서 진행한 펀딩도 반응이 괜찮다. 4월 8일부터 17일까지 열흘간 열린 야외용 등받이 의자 ‘토드’ 펀딩은 예상치보다 480% 초과달성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토드 의자는 10월 경기도 가평에서 열리는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에서도 만날 수 있다.
페이퍼팝이 선보인 제품 중 최근 큰 인기를 끈 것은 고양이 장난감 ‘고양이 캣펀치’다. 고양이 캣펀치는 사용자가 박스 뒷면에 튀어나온 종이 막대를 누르면 박스에 뚫린 구멍으로 고양이 발모양의 종이가 튀어나오는 제품이다. 고양이가 갖고 노는 두더지잡기게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고양이 캣펀치는 출시되자마자 기존의 페이퍼팝 인기 제품 판매량을 단숨에 따라잡을 정도로 ‘인기템’이 됐다.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가 올린 제품 리뷰 동영상은 150만 뷰를 기록하며 큰 관심을 받았다.
박 대표는 요즘 유럽 시장으로 확장을 꾀하고 있다. 유럽은 국내에 비해 종이가구 시장이 다양하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물자가 부족해 급한 대로 종이로 가구를 만들어 썼던 이력이 있어서다. 또한 페스티벌을 즐기는 문화가 있어 종이로 만든 ‘카텐트’나 종이블록으로 만든 가구 등 다양한 가구가 이미 생활 속에 자리 잡았다. 박 대표는 “유럽 시장처럼 우리나라도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며 “최근 자원 재활용이 이슈가 되면서 종이가구뿐 아니라 재활용이 가능한 제품에 관심 갖는 소비자가 많아진 것도 영향을 줄 거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장가현│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