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에 10cm가 넘는 플라스틱 빨대가 박혀 고통받는 바다거북.
최근 온라인을 통해 공개된 바다거북의 영상은 전 세계에 플라스틱 오염의 심각성을 알렸다. “매년 800만 톤의 플라스틱 빨대가 바다에 버려지고 있고, 2050년에는 바다에 물고기보다 더 많은 플라스틱이 존재할 것”이라는 과학자들의 예언은 더욱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폴리프로필렌(PP) 소재로 된 플라스틱 빨대는 자외선에 노출될 때 쉽게 미세화된다. 5mm 미만의 미세 플라스틱은 해양 생물의 체내에 축적되고, 이를 섭취하는 인간의 몸 안에 들어와 쌓인다.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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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영상미디어
플라스틱 대체제로 여러 물질이 언급되는 가운데 그중 쌀로 만든 빨대, 일명 ‘먹는 빨대’를 개발한 김광필(40) 연지곤지 대표가 화제다.
8월 29일 서울 마포구 한 커피숍에서 만난 김 대표는 “환경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아지면서 여러 외식업체, 자영업자들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며 ‘먹는 빨대’에 대한 뜨거운 관심에 놀라는 분위기였다.
쌀로 ‘먹는 빨대’를 만든다니. 그 아이디어만으로도 쉽게 사업화가 됐을 것 같지만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 정반대다.
“모두 반대했어요. 설령 개발에 성공해도 가격이 비싼데 사람들이 살 리가 없다는 회의적인 시선이 많았어요.”
실제 그가 처음 개발을 시작한 작년 여름만 해도 빨대가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인식이 약했다. 일회용 컵과 비닐봉지가 여기저기 버려지는 상황에서 플라스틱 빨대 문제에 관심을 갖기는 힘들었다. 그러다 올여름 들어 여러 환경단체의 고발과 언론의 문제 제기로 본격적으로 플라스틱 빨대 문제가 수면에 떠올랐다.
신발 소재 찾다 플라스틱 대체 물질 개발
여러 오염물질 가운데 빨대에 관심을 가지게 된 배경이 궁금했다. 이야기는 그의 회사 ‘연지곤지’에서 시작된다.
“부모님이 청계천에서 신발 도매상을 하셨어요. 공장도 겸했죠. 이를 물려받았습니다. 연지곤지는 꽃신 브랜드예요.”
신발에서 빨대로 넘어가는 과정은 김 대표의 새로운 관심에서 시작됐다. 그는 “신발 소재에 관심이 많았는데, 가벼운 소재를 찾다 보니 자연스럽게 소재 사업을 연구하게 됐다”며 “모든 사업의 근간은 소재다”라고 설명했다.
신발에 알맞은 가볍고 튼튼한 소재를 찾던 그는 우연히 해외에서 해조류를 이용해 컵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플라스틱을 대신할 새로운 소재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였다.
“환경오염의 주범인 플라스틱을 대신할 상품 개발이 가능할 것 같았어요. 자료를 살펴보면서 조금씩 대체 물질을 찾았어요. 문제는 가격이었어요. 아무리 환경에 좋아도 너무 비싸면 팔리지가 않죠. 가격에 맞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시행착오도 많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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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쌀로 만든 빨대, 일명 ‘먹는 빨대’ ⓒC영상미디어
결국 그는 ‘쌀’에서 해답을 찾았다. 쌀 빨대는 쌀과 타피오카를 원료로 한다. 빨대 한 개당 쌀 70%, 타피오카가 30% 비중을 차지한다. 빨대를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 소금도 들어간다. 원료 전부가 먹을 수 있는 식품이다. 밀봉된 상태에서 쌀 빨대의 유통기간은 1년이다.처음 김 대표가 관심을 가진 것은 빨대가 아닌, 컵이었다. 쌀로 만든 컵을 만들려고 했다.
“처음에 플라스틱컵을 대신할 제품을 구상했는데, 모든 플라스틱컵에는 빨대가 하나씩 함께 나온다는 점에 주목했어요. 자원재활용 공장에 가보면, 일회용 용기는 따로 분류해 재활용하지만 빨대는 불에 태우거나 매장하죠. 이런 모습을 보고 쌀 빨대를 구상하게 됐어요.”
한국인에 친근한 쌀로 포크 등 모든 플라스틱 대체
그는 여러 식품 중에서도 특히 쌀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빨대는 입이 닿는 제품입니다. 거부감 없이 사용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죠. 한국 사람은 누구나 쌀을 먹으니, 쌀을 이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쌀 빨대를 만들 때 가장 어려운 점은 플라스틱처럼 단단한 성질을 유지하는 것이다. 제품을 직접 사용해보니, 일반 플라스틱처럼 표면이 단단했다. 힘을 주면 부러지는 성질을 갖고 있었다. 버블티에 많이 넣는 타피오카를 섞고, 배합 비율을 조정하면서 이러한 성질을 만들어냈다고 한다.
그렇다면 오랜 시간 빨대를 물에 넣어두면 어떻게 될까. 20분 정도 빨대를 차가운 커피에 넣어놓자 조금 부풀어오르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
김 대표는 “음료에 담겨 있는 부분은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물렁해진다”고 설명했다. 두세 시간 정도 이용할 경우 사용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쌀 빨대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무엇이 중요할까. 김 대표는 가격 경쟁력 확보에 집중했다.
“플라스틱 빨대 대용으로 종이 빨대, 사탕수수 빨대, 옥수수전분 빨대 등을 생각해볼 수 있어요. 가격이 문제인데, 베트남에 공장을 둔 이유도 가격 경쟁력 때문입니다. 아무리 환경에 좋아도 가격이 비싸면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특히 빨대는 가게 운영자가 부담하는 비용이라서 가격에 더욱 민감하죠.”
현재 쌀 빨대는 플라스틱 빨대 가격의 열 배 정도다. 자동화시스템, 대량화를 통해 최대한 가격 경쟁력을 갖추려 노력 중이다.
“단순히 플라스틱 빨대와 가격을 비교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환경을 생각해 어느 정도 비용은 지불해야 한다는 인식이 필요해요. 대만의 경우 내년부터 빨대 사용을 금지합니다. 전 세계적 분위기죠.”
‘먹는 빨대’ 이후의 전략도 궁금했다. 그는 “포크, 나이프 등 모든 플라스틱 제품을 쌀로 만들 수 있다”며 “이미 시제품도 만들었다”고 전했다. “비닐봉지도 쌀로 만들 수 있다”고 말한 그는 전 세계에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회용컵 사용 20% 이하로 줄어
지난 8월 2일부터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 매장 등을 대상으로 일회용컵 단속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후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 매장의 일회용컵 사용이 20% 이하로 줄어들었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환경부와 지방자치단체가 8월부터 일회용컵 남용을 단속한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자원순환사회연대는 8월 22~23일 이틀간 수도권 지역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 매장 1052곳의 다회용컵(머그컵) 사용 여부를 점검한 결과 매장 안에서 쓰인 총 1만 2847개 컵 중에서 다회용컵이 1만 461개(81.4%)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일회용 플라스틱컵은 1683개(13.1%), 일회용 종이컵은 703개(5.5%)였다.
정부 단속 시작 이전인 지난 6~7월 자원순환연대가 조사했을 때 다회용컵 사용 비율은 29.2%에 지나지 않았다.
이정현│위클리 공감 기자